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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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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약간 숙이고 고민하는 친구에게 다가가 뭐라고 말을 하겠는가? "고민하지마". 이렇게 한 마디 툭 건네는 것이 인지상정인 우리의 평범한 세상. 그런데, 고민에도 힘이 있다면서 작지만 탄탄한 겉장을 가진 책을 바다 건너 여기에까지 전하는 자가 있다. 

책띠에는 이런 말이 있다. "불안과 고민의 시대, 일본 100만 독자를 일으켜 세운 책!". 이 책을 읽으면 다리가 뻣뻣해지면서 일어서게 되는 것인가? 물론 가벼운 농담이고 약간의 비아냥이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엔, 이 책의 속살(내용의 강도)과는 너무 다르게 치장한 겉모습과 선전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감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 반작용이 오히려 이 책의 뒤끝을 더욱 핼쓱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좋게 보자면, 이 책은 한 지식인(재일 한국인)의 진실하고 소박한 에세이를 담고 있는데, 자신의 지나간 삶을 불러들이면서 체험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준다. 그리고 여기에는 마치 좌우 기둥처럼 진행의 흐름을 균형있게 맞춰주는 인물이 나오는데,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가 그들이다.  

아마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선 뭔가가 무르익을 때면 자연스레 그의 소설에서 따온 인용문들이 나오는데, 이는 독자의 먼 독서 기억을 상기시키는 좋은 장치가 될 줄로 안다. 물론 막스 베버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등장하지만, 나쓰메 소세키에 비한다면 약간 구색 맞추기로도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은 미소라도 지을 만한 것이 없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슬며시 웃고 말았다. 나쓰메 소세키는 부인 교코와 그리 다정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부인이 질투심도 있었는지, 남편의 작품에 자기와 전혀 다른 여자 주인공이 나오면 바가지를 긁었다는 얘기에서. 

힘이란 것이, 꼭 강한 자극에서만 오는 것은 아닐테지만, 이 책은 그런 면에선 '녹차의 맛'을 연상하게 하는 비자극적 잔잔함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기운으로 줄곧 나아가다가, 저자가 <이지라이더>라는 영화로 인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에 대한 집착을 말할 때는, 스스로도 인정하듯 뻔뻔한 힘을 잠시나마 발산한다. 이런 뻔뻔함을 주기적으로 보여줬다면, 이 책에는 생기와 간장감이 두룩두룩해져서 정말 '힘'을 보유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어쨌든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고민의 힘을 전수받지는 못했다. 이 책을 탓할 일도 아니다. 다른 사람은 가능했을지도 모르니까.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지식인이라면 자신 머릿속에 든 것을 현란하게 드러내고픈 욕심이 있을텐데, 자신의 소박한 체험의 빛깔과 맞게 그 선을 잘 유지하고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잘난척 하는 걸 못 보는 사람, 나쓰메 소세키나 막스 베버를 좋아하는 사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마지막 사람들'은 '최후의 사람들'이라고 번역하기도 하는데, 의미가 깊은 말입니다. 이들은 더 이상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둔 사람들의 말로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막스 베버는 그들을 '영혼이 없는 전문가, 마음이 없는 향락인'에 비유한 것이지요."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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