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에 출연했던 배우 히스 레저(Heath Andrew Ledger)가 최근에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는 내 짐작보다는 많은 영화에 나왔다. <그림 형제-마르바덴 숲의 전설(2005)>과 <몬스터 볼(2001)>에도 나왔다는데, 이 영화들을 볼 당시엔 그를 몰랐고, 이제서야 그의 출연작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역시 다른 영화들에 비해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그의 존재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십대에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좀 놀랍다. 영화 처음에 파트너로 나오는 배우 제이크 질렌홀과 만나는 장면은 약간 어리버리하면서도 은근한 재미가 있었다. 근데, 여기서 약간 뻔질하게 나오는 이 배우(제이크 질렌홀)가 최근 영화 <조디악>에서는 너무도 진지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나온다. 배우란 정말 높고 낮은 서로 다른 빛깔의 음을 지니고 다니는 괴물스런 악기?들이 아닐까..

 

 

 

 

 

<와호장룡>으로 유명한 이안 감독의 <브로크 백 마운틴>은 도발적인 주제인, 동성애를 다룬 영화이지만 그것의 자극성에 쉽게 탑승해서 흘러가는 영화는 아니다. 긴 시간 동안 두 남자의 정서가 마치 수채화 혹은 동양화처럼 포개지는 부두러운 점과 선의 미학이 있다. 결국 초점은 두 남자이고, 이들을 가장 자연스럽게 품는 배경은 바로 양들이 풀을 뜯는 한가로운 산 '브로크 백 마운틴'이다. 이 산에서 그들은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지만, 양들 대신 사람들의 눈이 살아있는(타인들의 주시) 마을에서는 그냥 평범한 남자의 모습으로 위장하며 살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불쾌하고 이질적인 종자로 낙인이 찍혀서 제거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여기서의 '거세'는 정신분석학적인 거세가 아니라, 정말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이고, 이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 남자들이 더욱 곤혼스러운 것은, 이들은 오리지널 게이들이 아니다. 차라리 그랬다면, 선택은 한적한 곳에서 둘이 같이 목장을 운영하며 오붓하게 살면된다. 물론 여기에도 위험이 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사회에서는 누구보다 거칠고 남성미가 흐르는 남자들. 미친듯이 날뛰는 황소를 타고, 사무실이 아닌 드넓은 땅 위에서 말을 타고 일하는 이들이, 단 둘의 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고대 그리스의 그 무언가를 되물려 받은 듯한 감전을 느껴야 하는 비극을, 운명을 겪어야 한다. 

이 둘이 게이인가, 양성애자인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다. 그런 일반적인 성적 범주보다는 오히려 개별적인 만남의 사례에 속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홀)의 만남에서 우연히 점화된 성적 사건이고 그것의 지속이 아닐까?. 이들은 자신들이 게이가 아니라면서 게이처럼 행동한 것 뿐이다.          이런 역설을 가능하게 만든 바탕화면(오브젯)이 바로 브로큰백 마운틴이라는 바다와 같이 고요한 산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영화를 만든, 이안 감독은 <헐크>에서 약간 어긋난다. 헐리우드의 유혹에 장단을 맞추지 말고, 자기에 맞는 영화를 고집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끝으로, 히스 레저의 출연작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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