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페르(L'Enfer, 2005)>.. 우리말로는 '지옥'이란 영화다. 일본 영화 중에 더러 '지옥'이 들어 간 영화들이 있는데, 랑페르는 뱀의 혀처럼 불길이 치솟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프랑스 영화라니 심리적인 지옥은 꽤 잘 만들거 같은데, 그래도 생각보다는 그렇게 극단적으로 끌고 가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잔인한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처절한 값을 온통 배우들에게 맡기진 않는다. 어쩌면 영화를 다 보고 난 관객에게 "이것이 이 영화의 여운이다"라며 조금씩 그 맛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반가운 여배우가 등장한다. 바로 <욕망의 모호한 대상>에서 늙은 양반을 정말 감질나게 만든 여자, 캐롤 부케. 007 본드걸 출신으로 참 아리땁다. 그런데, 완전 백발의 할머니가 되서 휠체어를 타고 나오길래, 벌써 이렇게 늙었나.. 하는 놀라움과 의아심을 들게했다. 그러나 다행히 설정상 분장으로 그런것임을 알고 좀 안심이 되었다. 

 

 

 

 

괜히 주연도 아닌 여배우를 가지고 늘어지다니. 그러나 나도 곤혼스러운것이 스포일러 없이 이 영화에 대해 말하자니 그러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요새 본 영화 중에 구성이  알차 보여서 정보 없이 보는게 좋을 것 같기에 그러하다. 특히 처음에 순간 순간 빠른 영상 속에 이 영화의 핵심 이미지가 은유적으로 담겨 있어, 보고 나서 음미해보면 꽤 적절한 맛임을 알게 해준다.

스포일러가 왕창 포함된 글은 마음 편히 따로 써야겠다. 한 가지, 이 영화는 키에슬롭스키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삼부작(천국, 지옥, 연옥)중 지옥에 해당한다. 그래서 그 감독의 톤을 지키느라 극단적인 묘사로 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살짝 제어를 한 게 아닐까? 

이 페이퍼 제목에 낭패가 들어갔는데, 이건 영화에 대한 느낌이 낭패인 것이 아니라, 이 영화에 나오는 한 인물의 심정이 이러지 않을까 해서 적어 본 것이다. 왠지 랑페르와 어감도 비슷하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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