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르의 <주말>를 보고 받은 인상에 대한 짧은 느낌을 적는다.

난 그렇게 고다르의 영화가 확 땡기진 않는다. 실험적인걸 좋아하지만, 그의 방식에는 작가(즉 고다르 자신)의 과잉된 의도들이 팽팽한 힘줄처럼 영화 끝까지 고집스럽게 버틴다. 그래서 가끔 재미있는 장면이나 대사가 나와도 배꼽 속에 감겨진 매듭이 다 풀리듯 웃게 되진 않는다.

 

 

 

 

<주말Weekend>(1967)은 스크린 안에서 분출되는 혁명, 즉 '이미지 게릴라전'이라고 볼 만한 치고 빠지기 같은 진행이 돋보인다. 컷도 정말 '내(고다르) 멋대로' 식이긴 하지만, <작은 병정(Le Petit soldat)>(1963)같은 영화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보기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영화 초반부에는 마치 정신분석 상담을 하는 듯한 두 남녀의 정적인 대화가 묘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 후에 장면은 역동적으로 바뀌는데, 자동차의 끊임 없는 질주와 사고 등 무정부 상태를 연상케 하는 거리의 혼란이 이어진다.



고다르, <주말(Week End)>

 

 

 

 

그리고 정말, 뒤로 가면 과격한 젊은이들의 집단(흡사 해방군?), 이들의 카니발적인 게릴라 행동들을 지켜볼 수 있다.    이렇게 연속적이지 않은 이야기 안에 끼어드는 감독의 목소리 -많은 영화 제목들(가령 전함포테킨을 암호로 사용한다든지)과 모르간의 인류학이나 엥겔스 등의 혁명 이론들, 그리고 알제리 전투에 대한 프랑스(유럽)의 위선을 풍자하는 대사 등이 즐비하다.

그리고 다소 충격적인 영상-돼지 멱따는 장면은 짧지만, 마치 <지옥의 묵시록>에서 소를 죽이는 장면처럼, 보고 나서도 계속 모호함을 띤 불쾌감으로 남을 거 같다.



고다르, <주말(Week End)>

 이 장면은 사람들이 숲으로 소풍을 와서 보디 페인팅도 하며 노는 장면이 아니다. 차마 말 하기가 그렇다. 아 짓궂은 고다르..

 

 

고다르는 이 시기에 정말 밖으로 분출하고 싶은 것이 많았었나 보다. 이런 기세를 몰아, '68혁명' 이후에는 '지가 베르토프 집단'을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영화를 통해 정치 투쟁을 벌인다.

그럼 끝으로, 이탈리아 감독 베르톨루치와 얽힌 일화를 하나 옮겨본다. 베르톨루치도 초기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작을 만들었는데, 1970년에 파리에서 <순응주의자> 첫 상영이 끝나고 고다르를 만났다고 한다. 고다르는 아무말도 없이 그에게 종이 한 장을 주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 종이에는 메모가 적힌 것이 아니였다. 그대신 모택동의 초상화가 엄중하게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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