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부터 레드제플린의 재결성 공연이 있을거란 소식이 있었다. 물론 재결성은 아니고, 아틀랜틱 창립자의 추모공연을 위해 하루 동안 일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사망한 존 본햄 대시 아들 제이슨 본햄이 드럼을 맡았다). 원래는 11월에 할 예정이었는데, 지미 페이지의 약간의 부상으로 연기, 2007년 마지막 달인 12월 10일 영국 아레나에서 드디어 펼쳐졌다.

다행히 공연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녀서, 여러 곡을 맛볼 수 있었는데, 환갑이 넘은 그들이 과연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염려가 컸지만, 의외로 괜찮았다. 아마 어느 정도는 기술적인 도움(특히 마이크 관련)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인터넷 뉴스를 종합해 보면, 약 2만 장에 가까운 티켓은 구매 웹 사이트에 천만 명이 넘는 접속의 폭주로 그들의 전설이 지금도 여전히 위력을 떨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날 공연장에는 폴 메카트니를 비롯 믹 재거, 데이빗 길모어, 로저 테일러 등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레드제플린의 짤막한 부활을 감상하려 그들과 같이 영국 락의 황금기를 이끈, 비틀즈, 롤링 스톤즈, 핑크 플로이드, 퀸의 멤버들도 함께 한 것이다. 또 야드버즈에서 같이 활동했던 마당쇠 코를 가진 제프 벡의 모습도 반가웠다. 한편으론, 에릭 크랩톤도 왔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이 외에도 제네시스와 오아시스의 멤버와 스티븐 윈우드, 마릴린 맨슨도 왔다는 소식도 들린다.

무대의 시작은 작은 구형 텔레비젼에서 과거 레드제플린의 역사적인 활약을 소개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영상과 함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어서 무대 스크린에 흑백으로 그들의 1집 첫 곡이기도 한 'Good times Bad times'가 흥겹게 울린다. 물론 그 스크린 앞에는 정말 레드제플린의 살아 있는 연주가 펼쳐지고 있고...

 

레드제플린이 해체된 후에도,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 페이지는 잠시 만나 앨범도 만들고, 공연도 하곤 했다. 이들의 이런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좀 아쉬웠던 건, 존 폴 존스의 모습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멤버들의 빛에 가려지긴 했지만, 존 폴 존스는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연주자다. 기본적으로 베이스 기타를 맡고 있지만, 'No Quarter'에서의 건반 악기의 활용은 비범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활동 당시엔, 단발 머리 비슷한 모양으로 수줍고 얌전해 보였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아주 짧고 시원한 얼굴로, 오히려 다른 멤버들을 압도하는 외모를 선보였다.

 

 

 

 

 이런 와중에 제플린의 베스트 앨범이 나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로 리마스터링한 앨범으로 과거에 나온 베스트와는 차별성을 갖는다. 그리고 로버트 플랜트는 그래미에서 '최우수 컨츄리 앨범상'을 받기도 한 앨리슨 크라우스와 2007년에 <Raising Sand>라는 앨범을 통해 좋은 평을 받았다. 나도 들어봤는데, 레드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잔잔하고 흥겹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첫 곡 'Rich Woman'과 'Goen Gone Gone' 그리고 'Through The Morning, Through The Night'이 눈에 띈다. 이 앨범은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앨범에 꼽히기도 했다.

어쨌든, 제플린.. 그들의 귀환은 세계 수 많은 락의 매니아들을 2007년 연말에 들뜨게 한 하나의 사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백발의 늙은 사자의 포효는 뭔가 아스라한 감정을 일으키키도 한다. 그들 전성기 시절, 젊음이 넘치는 모습과 대비가 되면 더욱 그러하다. 오른쪽 허벅지 위가 약간 터진 청바지를 입고 가슴을 풀어 헤치고 마이크를 잡고 소리치던 그 젊은 사자는 어디로 갔을까?

 

 

 

 

 

 

 

<- 어떻게 제플린과 맘보킹이란 영화를 한 데 묶어서 디브디로 내 놓을 수 있는지..

 

 

 

최근에 기술이 많이 발전하면서 과거의 음원을 새롭게 복원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레드제플린의 앨범도 그런 작업을 통해서 나오기도 하는데, 좀 더 깨끗한 음색을 선호한다면 고려해 볼 일이다. 그런데, 제플린의 음악은 약간 입자가 굵은 덜 가공된 느낌의 맛이 매력이기도 하다. 프로듀서를 맡기도 한 지미 페이지는 음악에 대한 완벽성이 있는데, 그것이 음악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말하는 것이지, 아주 투명하고 분명한 음을 구현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물론 프로그래시브 밴드 예스의 앨범이라면 이런것도 필요할테지만... 

이들의 공연 실황이 담긴 <The Song Remains The Same>도 전과 딴판으로 아주 새롭게 복원해서 곧 나온다고 하는데, 관심이 있는 살람들은 한번 기다려봐도 좋을 듯 싶다.

어쨌든, 어떤 옷을 입고 나와도 레드제플린의 고공침투를 허락하는 매니아들은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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