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안에는 사람이 있다

애덤 스미스 구하기 - 개정판
조나단 B.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애덤 스미스=국부론

이런 등식이 우리 머릿속에서 순발력있게 나올 정도로 애덤 스미스와 국부론이라는 책은 한 짝을 이룬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애덤 스미스라는 그 유명한 이름 만큼 그를 잘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 중에서도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조차도 애덤 스미스의 사상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다. 기껏해야 '보이지 않는 손'이나 자본주의를 옹호한 고전 경제학자 정도로만 안다.

그러니 애덤 스미스가 복창이 터져서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서 다시 등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한참 경제학 논문에 열중인 주인공 번스 앞에 나타난다. 번스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기는 하나 도덕적으로 약간 꺼림직한 것도 출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약간 갈등을 겪는 상태다. 그런 갈등과 억압을 부채질하는 사람은 바로 그의 논문 지도교수인데,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잔뜩 예민한 그에게 애덤 스미스의 영혼이 들어 있다는 허름한 남자가 나타났으니... 이걸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러나 이 남자가 애덤 스미스로 변하면, 청산유수처럼 경제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이 쏟아진다. 번스는 여전히 이 남자를 의심하고 그가 거짓임을 밝히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도서관을 뒤져 애덤 스미스의 책을 구해 읽게 된다. 그래서 그런 과정을 통해서 본의 아니게 애덤 스미스 사상의 진면목을 얼추 들여다 볼 기회를 가진다.

책을 통해서 그리고 애덤 스미스?와의 대화에서 그는 인정하려고 하지 않지만, 점점 뭔가 자신이 굳게 믿고 있었던 것들이 흔들림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애덤 스미스는 무엇이 답답해서 지금 이 사회에 다시 출몰하게 된 것일까? 자신의 사상에서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을 무시하고, 자본가의 경제적 이익을 옹호했다는 왜곡과 오해를 바로 잡으려고 그랬을까... 그러나 순전히 자신의 명예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현재 자본주의 경제의 움직임에 대한 큰 우려가 그를 21세기, 이 소설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경제학에 관한 소설이라 처음엔 재미는 없을거라 단정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설정들이 있었다. 책 중반 이후는 로드무비처럼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담아 흥미로웠다.  특히 올드 뒤랑고 살롱에서의 일은 주인공의 말을 빌리자면, 펠리니 감독의 영화처럼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그러나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애덤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궁극적으로 원했던 것은, 배부른 자본가, 회사가 아니라 개인인 소비자가 이윤을 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자본주의 사회'를 구하기 위해 먼 과거로부터 왕림하신게 아닌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다. 그런데 이 경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두 글자..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국부론보다 덜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기도 한 그것! 그것을 늘 잃지 않고, 경제를 바라본다면 지금 우리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한 현명한 해결도 가능할 것 같다.

                                                                                           <알라딘 서평단 도서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