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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별 여행자
무사 앗사리드 지음, 신선영 옮김 / 문학의숲 / 2007년 8월
평점 :
사막의 별을 따라 프랑스를 찾아 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낯선 유목민의 눈에는 하늘에서 잡아당길 듯이 솟은 빌딩들 사이에서도 그만의 별?이 보인다. 자신의 마음 속에 흩날리는 사막 모래와 가족들 그리고 꺼질듯이 남아 있는 투아레그족, 그 부족으로서의 자긍심을 여민 채..
사막의 땅은 거칠다. 물과 먹을 것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하늘은 풍요롭다. 낮에는 푸른 빛깔이 퍼지고, 그 위로 밤이 찾아들면 많은 별들이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어린 소년에게로 또 다른 별 하나가 떨어진다. 바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라는 책이 그것이다. 이것이 그를 사막에서 프랑스로 부르는 아름다운 미끼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 유혹의 끈을 따라 결국 프랑스로 왔지만, 정작 끈을 흔들었던 생텍쥐페리는 사라진지 오래다.
순진한 믿음과 희망을 안고 찾은 프랑스, 그러나 유목민으로 살았던 무사 앗사리드는 이 낯선 땅에서 다시 새로운 문명의 생활을 배워야 할 처지에 놓인다. 호텔에서 수도꼭지로 나오는 물을 잠글줄 몰라 쩔쩔매거나, 엘리베이터에서 위 아래 화살표를 이해 못해서 붕 뜬 상태로 있어야 했던 일화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당혹케 한 것은 바로 사람들이었다. 마치 마음의 우물이 다 말라버렸는지 거기로부터 솟구쳐 나오는 것들이 없는 소통들, 표정들. 가벼운 감각에 사로잡힌 도시는 빠른 시간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면서 넘쳐나는 음식들과 성적 욕망의 과잉으로 위태해보이기까지 한다. 이 낯선 남자의 눈에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사막, 산, 바다와 같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구호는 맥빠진 감수성일 뿐이다. 현대문명의 대가는 있었고, 그 향수를 이런 유목민 청년을 통해 조금은 해소할 수도 있다. 아마 프랑스에는 이러한 다른 차원의 치유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티베트 불교에 대한 관심도 그와 같은 것이리라. 그래서 이 사막에서 온 청년의 야생-순수의 침입도 그런 일시적인 위안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조하면서 이 도시 문명의 하늘이 별 하나 없이 깜깜한 사막으로 변하길 바라만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사라져 가는 사하라 사막의 투아레그족 만큼 프랑스도 무언가를 잃고 있다. 물론 프랑스뿐만이 아니라 대개의 나라들이 다 그렇다. 그리고 그것이 무사 앗사리드 눈에는 너무도 또렷하게 보인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그가 이 나라에서 작은 희망의 별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남자는 아직도 인간을 믿고 희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젠 프랑스는 저 멀리서 생텍쥐베리가 유혹해 온 모래 냄새가 나는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처음엔 촌스럽고 이상해보일지라도 점차 그의 눈을 닮아간다면, 우리는 그 소중한 무언가를 다시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막에 가지 않아도, 굳이 옷을 벗고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최소한 어떤 '조화'를 지키는 현명함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멀리서 찾아 온 그를 일시적인 위안이 아닌,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두고 볼 또 다른 '어린 왕자'로 맞아 들이는 작은 환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