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개론 알기 쉬운 불교 (현암사)
마스타니 후미오 지음, 이원섭 옮김 / 현암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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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개론서는 이미 알려진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적당한 난이도에 맞추기 마련이다. 그래서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갖는데, 일단 읽는 재미는 떨어진다. 정말 술술 읽히는 개론서가 있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책장이 잘 넘어가고, 거기에 얻는 바가 쏠쏠하다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아마 이 책도 여기에 포함될 것 같다. 일본인 학자 마스타니 후미오가 지은 <알기 쉬운 불교-불교개론>은 저자도 서문에서 말하듯, 우리가 흔히 보아오던 '불교개론'하고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너무 오랫동안 바라 본 불교에 대한 (상식적인) 시선에서 약간 이리저리 움직이고픈 간지러움 같은 것이 있다.

여기서 불교와 붓다의 모습은 신화적이고 과장된 믿음을 떨군 말쑥한 차림새다. 그래서 흔히 다른 종파나 학파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사람의 이해 관계에 따른 불교 자체 내의 분열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으며, 또 사상가에서 종단의 지도자로 변모하는 붓다의 고뇌와 인간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가령, 붓다가 홀로 깨닫고 나서 느꼈을 '정각자의 고독'에 대해서 넌지시 짚어 보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마스타니 후미오의 지식 테두리는 불교에만 갇힌 것 같지 않다. 성경 구절은 물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서양 철학자-사상들도 빈번히 나오는데, 그것은 어쩌면 어떤 사상이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 전부 이례적일 순 없을 것이고, 거기에 따른 대처와 방법론이 서로 비슷할 수도 있기에 그러할 것이다. 여기서도 역시 저자의 불교에 대한 비신화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배열을 보면, 앞과 뒤가 확실히 구별된다. 대개 개론서라면, 앞부분에 기본적인 역사와 텍스트(경전)와 결부된 사상의 변화가 일단 그려지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와 반대다. 앞에서 이야기식으로 여러 경우를 들어 불교의 특색을 살피고,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을 저자의 시각과 곁들여 짚어 본다. 그리고 뒤에서 '불교의 역사'와 '경전과 종파'를 다루는데, 특히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이되는 불교의 모습을 (구마라습과 현장의) 번역(한역)과 선(禪)불교의 귀결로 쫓는 과정은 상세하다.

전체적으로, 불교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그 아는 바의 높고 낮음에 관계 없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적은 분량이라 티베트를 포함 동아사아를 두루 살피지 못하고 중국불교에 치중된 면이 약간 아쉽다. 그리고 이 책에 저자인 마스타니 후미오에 대한 간략한 정보나 약력이 없는 것도 작은 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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