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
-
스티비 젭슨의 테크니칼러 판타지 여행 ㅣ 론 허버드 걸작 판타지 소설 시리즈 1
론 허버드 지음, 이근애 옮김 / 베가북스 / 2007년 6월
평점 :
이 소설에 나오는 톨턴 박사는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 말고도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아마 그 전에 어리버리한 몇몇 사람들을 가지고 실험을 해서 감질맛 나는 데이터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 기이한 공간 이주 프로젝트! 다른 세계로 보내 질 실험맨으로 이번엔 스티비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이 당당하게? 뽑혔다. 대가는 오직 밥 한 끼..
-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 돌턴 박사는 쇼펜하우어를 들먹인다. 1930년대 미국의 허름한 지하실에서 쇼펜하우어의 이름이 거론되는 풍경은 이색적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대사를 들으면, 돌턴 박사의 정신 세계가 어떠한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은 곧 만물이며, 우주 만물은 곧 신이고, 신은 곧 표상이네. 쇼펜하우어! 칸트! 스피노자! 그들은 모두 베다 경전에 입각하여 자신의 가설을 세웠고, 그 가설에 충분히 살을 덧붙였네.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을 할 기회를 내가 거머쥐었지. 자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어 본 적이 있나?"
이렇게 자기 멋대로 쇼펜하우어와 스피노자를 섞는 대범한 이론과 이런 지식의 원초적인 루트를 인도의 베다 경전으로 잡는 것은 너무 뚱딴지 같아 놀랄 지경이다. 거기에 공간 이동에 필요한 과학적 이론으로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적당히 섭렵했음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돌턴 박사는 너무도 자기 의지대로 세계를 바라보는 저돌적인 할아버지가 아닌가?
그래! 그렇게 잘 아는 박사께서 왜 힘 없고 불쌍한 젊은이를 이런 위험한 실험에 강제로 써 먹으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따지고 싶지만, 나와 박사와는 아직은 서로 소통 가능한 세계는 아니다.
스티비는 돌턴 박사의 실험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되고, 그 실험은 성공한다. 스티비가 간 곳은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단락(부분), 한 아름다운 공주가 무시무시한 괴물에 잡힌 마법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 없이 오게 된 곳이지만, 스티비는 공주를 보고 마음이 설렌다. 그리고 조심스레 품은 좋아하는 감정이 어느덧 스티비의 두 손에 강한 용기를 심어 준다. 미국이라는 현실에선 힘 없고 불쌍한 젊은 남자였지만, 요괴들이 날 뛰는 오히려 더 위험한 이 곳에서 스티비는 점 점 더 현명하고 용감한 청년이 되어 간다.
자! 여기에서 임무를 완수했다면, 그럼 그 이후는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인가? 스티비는, 그러니까 갑자기 용감해진 스티비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서 탐욕스런 돌턴 박사를 혼내주기라도 할까? 그리고 의욕적으로 세상에 맞서며 멋진 청년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흐뭇한 결말로 안내해주고... 그런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끝까지 봐야 한다. 왜냐하면 스티비도 자기가 원하는 세계를 자기 표상으로 의지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