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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일반판 - 아웃케이스 없음
와이드미디어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런 상투적인 표현을 쓰는게 그리 달갑진 않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뒷맛에는 잘 어울린다. 

선명하지 않은 영상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객관적인 현실을 잠깐 접어주길 바라는 하나의 장치로 보면 될 것 같다. 그 대신 아주 살짝 입자를 뭉겐 듯한 영상에 다양한 색감들이 피어나는 건, 영화의 매끄러운 진행(이야기 건너뛰기 같은)을 위한 환상의 덧칠과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에 맞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정성스런 의도일 것이다.

이렇게 기구한 한 여자의 운명을 비극의 흐름으로만 잡지 않고, 만화같은 과장된 설정과 번갈아 가면서도 순탄하게 만든다는 건 꽤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자칫 이어짐이 끊기고 산만할 수도 있는데, 그런 거친 흔적들을 숨기고 흘러간다는 건 아마도 감독의 역량이 컸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용에 비해 이 영화가 가진 장치들은 보통 이상의 것들과 기술이 담겨 있다.

마츠코의 일생은 엉뚱하다. 그리고 크기도 다양한 비극들이 줄은 선다. 그러나 그 비극의 간격에는 마츠코의 의지를 자극하는 기회들도 놓여 있다. 그러니 차라리 한방에 KO펀치라면 그냥 뻗어버리면 될텐데, 그래도 뭔가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걸 제공하는 운명의 변태적인 행진에 발을 맞출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여자로서 사랑의 감정을 너무도 풍부하게 곤두서게 만드는 남자도 만나게 된다. 여러 사람의 운명을 살펴야 겨우 볼 수 있는 것들을 이 여자에게 압축해서 감당하라고 하는 건 정말 가혹한 일이다.

그럴만한 죄가 과연 마츠코에게 있나? 아니면 업보라도.. 그러나 이 영화는 현실적인 감성을 다소 무마시킨 무대 위에 비극을 올려 놓았기 때문에 그 강도가 강해도 환상의 프레임 안에서는 충분히 견딜 만한 것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것이 마츠코에 대한 몰입을 최고조로 유지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마츠코 내면의 정신적인 풍경, 심리적으로 엉긴(가령 아버지와의 관계)것들도 중요하게 다루기에 그러하다. 즉 꿈이 아무리 무섭고 위험해도 그것이 가리키는 메시지는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마츠코가 영화 안에서 겪는 화려한? 비극들을 꼭 현실적인 차원에서 끌고 와서 순전히 비극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마츠코라는 캐릭터가 꾼 비극의 악몽일 수도 있고, 그 마츠코는 우리 안에 숨겨진 짧지만 잔인한 동화의 주인공일 수도 있다. 마치 이 영화의 감상이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는데, 이와 같이 어디로 샐지 모르게 지나친 긴장과 파고듬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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