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
-
위험한 관계 - [할인행사]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 글렌 클로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싱싱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은 아니지만, 이 마담(글렌 클로즈)은 조종자로서의 매력이 있다. 기품 있는 악녀라고나 할까? 그러나 겉으로는 사교계에서 알아주는 마담이라는 페르소나를 갖는다. 이 당시 귀족사회는 형식화된 매너에 충실한 가식들이 너무도 흔하고 당연한 일이었나보다. 즉 누구나 매너를 지키지만, 그 매너와 그 사람의 진실을 결부시키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적당한 미소를 짓지만, 속으로는 의심과 경계 그리고 심리적인 작전들이 빠르게 돌아간다.
그래서 한 남자의 사랑 고백도 그것이 순전히 단둘의 관계에서 바로 소통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 남자의 과거 정보들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고서야 해석되는 더딘 절차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속이려면, 특히 과거가 미심쩍은 사람들은 더더욱 현란한 속임수를 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것이 승부기질이 있는 사람에겐 오히려 흥미로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발몽(존 말코비치)의 타겟은 뚜르벨 부인(미셀 파이퍼)이다.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사는 여자인데, 종교적인 신념과 사회법도에 충실한 정숙함이 트레이드마크다. 그러니 여자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발몽에겐 다소 어렵지만 땡기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정숙한 여자를 유혹해서 버리는 게임'을 격려?하는 마담의 심리도 참으로 묘하다. 마당과 발몽은 일종의 계약관계이면서도 연인관계로 보인다. 그러나 최후의 불꽃놀이는 이 어려운 게임이 끝나는, 즉 계약이 성공적으로 성사되었을때 가능한 마지막 유희로 남겨 놓았다. 암묵적으로..
마담의 가면은 너무도 능수능란하게 (순진한) 사람들의 믿음을 달콤한 독으로 되돌려주는데, 그럼에도 발몽에 대한 감정은 이중적이다. 발몽이 정숙한 뚜르벨 부인을 유혹하는 걸 독려하면서도, 사적인 감정으로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또한 발몽도 뚜르벨 부인에게만큼은 기계적인 감정 처리가 쉽지 않다. 사랑을 연기하는 자신이 어느덧 정말 그녀를 사랑하는게 아닌지 헤깔리는 것이다.
자 그러면, 이제 이 세명이 관계는 단순한 결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어떻게 보면, 마담과 발몽은 사람들을 속이면서 자신들의 가벼운 욕망을 채우면서 살아가는 듯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발몽의 이력 안에는 수많은 여자들이 등록되어 있을테니까. 그런데 그들이야말로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숨기고, 단지 욕망처럼 보이는 룰(법칙)에 충실했던 것은 아닐까? 뚜르벨 부인한테 발몽이 위험했던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역은 아니었을까..
발몽은 버그처럼 사랑이란 감정이 자기 시스템에 생겨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전과는 전혀 다른 운명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진정한 자기의 진정성을 감내하는 사람이 승리자가 아닐까?
--------------------
화려한 의상과 그 당시 사교계의 풍경을 짐작케 하는 장면들은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훌륭한 구경거리다. 그리고 앳된 우만 서먼의 모습과 짧은 노출씬은 고마운 장면이었다. 글렌 클로즈와 존 말코비치의 눈빛과 연기는 영화의 탄탄한 구성 속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결론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애매하게 남겨놓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