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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셔니스트
닐 버거 감독, 에드워드 노튼 외 출연 / 팬텀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에드워드 노튼은 전천후 연기자인가?
미친 남자에서부터 새침한 청년까지.. 그리고 대중 영화와 저예산 영화를 오고가는 그는, 정말 소리없이 강한 연기자 중 한 사람인거 같다.
이번에는 아이젠하임이라는 이름으로 19세기 한 마술사가 되어 나타났다. 비밀스럽게 기른 턱수염과 진실과 거짓이 절묘하게 섞인 눈빛을 가지고...
아이젠하임은 아주 독특한 무대를 마련해 주목을 받는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들여 억울한 하소연을 듣거나 하는 것인데, 그것이 단지 죽은 이의 목소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희미하게 모습까지 출현한다는 데 놀라움이 있다. 이것이 결국 문제가 되어 아이젠하임은 큰 곤혹을 치르게 된다. 이런 경직된 사회(19세기 비엔나)에서 죽은 자의 귀환은 매우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귀신이 무대 위로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는 대중적 충격 말고도, 이들이 지니고 있는 건 바로 가려진, 억울한 '진실'이라는 것이다. 사회가 이미 처리한 것들이 뒷구멍을 통해 슬금슬금 기어오른다는 건 누군가의 입장에선 꽤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정말 아이젠하임이 이들 죽은 자를 불러왔는가? 아니면 어떤 마술적 장치를 통한 하나의 속임수였던가? 경찰은 아이젠하임에게 이것이 어떤 장치를 통한 속임수였음을 사람들 앞에 고백하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보았는가? 아이젠하임의 그 표정..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그러나 이 귀신?소동에서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가가 아니다. 누가 효과적으로 영화 속에서든 영화 밖에서든 진실로 보이는가이다.
이젠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보자. 아이젠하임은 위험한 짓을 골라서 하는 재주가 있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황태자의 여인 소피다. 물론 어릴 적에 둘은 애틋하고 아련한 기억이 있다. 막 발아하려던 사랑.. 긴 시간을 뛰어 넘어 이렇게 다시 둘이 만나게 된 것이다. 마저 사랑의 열매를 맺으려는 그들의 열정은 사회의 축(팽팽한 힘을 가진 황태자)을 건드리고, 그 도발에 대한 징벌이 두 사람에게로 곧장 향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위험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이 남자 아이젠하임에게 떨어진 절대절명의 일이다. 아름다운 소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대중들의 인기는 한 가득 가질 수 있지만, 권력하고는 먼 이 남자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술사 아이젠하임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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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피하려는 나의 글쓰기도 약간 줄타기 같다. 참고로 경찰이 증거로 제시한 그 기계장치는 바로 환등, 카메라옵스크라와 비슷한 장치들로 보인다. 이것들이 카메라의 원조로 일컬어지는데, 그 당시엔 사람들에게 진귀한 구경거리를 제공했던 것들이다. 즉 과학적 원리로 공간 안에 뿌려진(투사된) 영상들인데, 이것이 눈속임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퍽 흥미롭다. 그 당시로서는 최첨단 과학인데 그것을 마술로 써먹는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