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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READ 니체 ㅣ How To Read 시리즈
키스 안셀 피어슨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과연 니체를 어떻게 읽어야 잘 읽었다고 소문이 날까? 너무 세속적인 발언인가..
이 책에 이런 글귀가 있어 잠깐 옮겨 보고 시작해 보자.
"사물을 사물 그 자체로서 본다는 생각 자체가 니체의 사유에서는 승인될 수 없는 주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직 우리의 감정이나 정서가 반영된 어떤 관점을 통해서만 세계를 인지하기 때문이다."[106쪽]
이 말은 어쩌면 니체한테도 고대로 해당 될 것이다. '니체'를 객관적이고 안전하게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은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모든 대상, 모든 사람들이 해당하겠지만, 특히 니체는 원자적 해석이 매우 힘든 인물이고, 그러한 (과정적인) 텍스트를 발산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 역동적이고 중층적인 텍스트의 힘은 마치 신체와 같은 생리성을 갖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므로 니체에 대한 개론적인 접근이란 것은 대단히 어색한 작업일 것이다.
따라서 정말 니체에 다가가려면, 일단 니체에 대해 '디오니소스적인 끌림'(객관성을 잠시 놓아 버린 상태)으로 축제 분위기에 몰입된 망아적 상태로 돌입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그렇다고 정말 정신을 놓아 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그렇게 볼 때, 이 책의 저자 키스 안셀 피어슨은 너무 학자적인 모습, 안전한 방법으로 니체를 건드린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이 책은 이미 폭넓게 알려진 니체에 대한 것 말고, 다른 세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가령, 흔히 니체의 대표작이라 알려진 <힘에의 의지>는 제목이 주는 묘한 무게감 때문에 자칫 니체의 결정적인 책으로 오해 받기도 했는데, 단지 미완의 기획이었다는 점. 그리고 니체가 깊은 정을 품었던 (그러나 실패한) 루 살로메 이야기에서 좀 더 구체적인 몇 가지 내용이 보인다.
그러나 어쨌든 전체적으로 이 기이한 '니체의 올가미'에 걸려들지 않은 작가의 거리두기 만큼, 독자도 생동감 있는 니체의 맛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특히 '영원회귀'에 대한 설명은, 뜻드 미지근하고 감질맛만 조금 내다 끝나 버린다. 너무 개론적인 방식에 충실하다고나 할까.. 물론 그렇기 때문에 니체에 대해 특별한 애정이 없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안전한 조망을 제공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이렇다. 니체를 칭찬하려면 감정적으로 아주 많이, 그리고 니체를 비판하려면, 머뭇거리지 말고 아주 과감하게.. 니체의 탄력성만큼이나 탄력적인 시선이 필요할 것이다.
니체를 차분하고 얌전하게 바라보기엔, 니체라는 입자들은 너무도 쉬지 않는 춤을 즐기는 것 같기에 그러하다(비록 오늘 정밀하게 관측한 점들이라도 내일이면 찬란하게 부서질 것이다).
--------------------짧은 한탄, 사후 반전!?
니체는 형이상학에 물든 자들을 '형이상학적 새잡이들'[이 책 81쪽]이라며 언짢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말년에 니체는 그 형이상학 끄트머리에 감연된 자신을 (발견) 스스로 고발?하기도 했다.
니체는 정말 무엇일까? 그렇게 '건강'을 찬양한 사람이 정작 자신의 정신은 오락가락하고 병으로 드러눕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그럼 니체 매니아가 한 명 나서서, 억지로라도 이것을 다른 차원으로 반전시켜보면 어떨까..
현상세계에서 니체는 건강을 앞세울 위인은 못되지만, 가상(의 세계)에서 니체는 건강했다고 고집을 피우는거다[니체의 '가상성'을 바로 니체(자신)에게로 향하게]. 니체의 텍스트에 바로 니체의 건강한 근육들이 활개치는걸 발견할 수 있다고 말이다. 거기다 들뢰즈의 바로크식 '주름'을 가지고 와서 좀 더 꾸며보자. 니체 텍스트 주름 안에는 수 많은 생성 가능한 가상의 세계가 있고, 거기에 온전한 니체가 살아 있는 걸 충분히 볼 수 있다고... 물론 형이상학에도 떳떳한 니체의 멋진 미소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