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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사무라이 SE (2disc) - [할인행사]
야마다 요지 감독, 사나다 히로유키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황혼의 사무라이'.. 정말 영화 제목에 눈이 부신다.
아마도 제목에 속아 이 영화를 본 사람도 있지 않을까?
마치 최강의 두 사무라이가 마지막 대결을 황혼이 비추는 장소에서 멋지게 펼칠것도 같은 데...
그런데. 그런 멋드러진 강도(세기)를 가진 싸움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남자 주인공 사무라이의 캐릭터도 우리가 흔히 어줍잖게 봐 왔던 B급 사무라이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령 <아들를 동반한 무사>와 같은 영화하고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나는 두 종류 다 좋아하지만..).
그래서 처음에 왠지 김이 빠지고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거대한 돈을 들여 눈요기 몇개로 때우는 영화는 아니다. 느슨하지만 그 공간이 실없이 빈 느낌이 아니라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로 자연스레 잘 메워져 있다. 그리고 우리가 헐리우드 액션이나 홍콩 무협 영화들에 익숙해서 그렇지, 이 영화가 오히려 더 사실적일 수 있다. 내성적이고 연약해 보이는 주인공에게서 실제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에, 어느 순간 이 남자에게 동화되어 점점 몰입이 되어 간다. 여기까지 감상자가 적응했다면, 이 영화는 감질맛 나게 보는 이의 시선을 계속 끌고 갈지도 모른다.
평범한 성격에 정말 가난하지만, 사무라이의 정신을 나름대로 잃지 않고 살려는 이 남자를 세상이 가만두질 않는다. 물론 이 남자는 어울리지 않게(생뚱맞게?) 남다른 검술 재능은 갖고 있다. 이 부분을 바로 세상(권력)은 쓰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박하게 잘 살고 싶은 이 남자는 결국 목숨을 걸고 하나의 임무를 수행할 처지에 이른다. 두터운 줄기는 이러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사무라이의 또 다른 면-그들의 생활상의 한 다면을 엿볼 수 있고, 오랜만에 나온 여배우 미야자와 리에와 남자 주인공과의 수줍은 감정씬 등 드라마적인 힘의 균형이 잘 갖추어져 있다.
물론 목숨을 걸고 벌이는 한판 대결은, 앞에서 말했듯 멋진 비쥬얼을 선사하진 않지만, 오히려 사실적인 긴장감을 전해준다. 정말로 사무라이들이 싸운다면, 저렇게 했을 거 같다는..
감독은 <행복의 노란 손수건>, <남자는 괴로워>로 유명한 야마다 요지가 맡았다. 이 영화가 괜찮았다면, 같은 감독의 영화 <숨겨진 검, 오니노츠메>도 함께 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