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책방에서 책을 사면, 주인 아저씨가 비닐이나 포장종이로 책을 싸주신다(포장종이와 비닐을 겹쳐서 해주기도 한다). 요새는 보기 힘든 풍경인데, 이렇게 싼(옷을 입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책 표지가 노출되지 않으니까 보관에 유리하다. 그런데 단점은 표지가 보이지 않아, 무슨 책인지 펼쳐봐야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연찮게 먼지 쌓인 책 하나를 펼쳐보게 되었는데, 콜린 윌슨의 <현대살인 백과>라는 책이다. 1990년에 범우사에서 나온 책으로, 최근에 <잔혹- 피와 광기의 세계사>와 비슷한 류의 책이다. 그러나 두 책은 현재 다 절판 상태이다. 

 

 

 

 

<아웃사이더>라는 책으로 콜린 윌슨을 처음 만났고, 책 제목도 그렇지만 내용에서도 뭔가 남다른게 있었다. 막 젊음이 시작할 무렵이니까 평범한 궤도에 벗어나고픈 심리에 안성맞춤인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뒤로 책방에서 콜린 윌슨이라는 이름이 찍힌 책은 기대를 하고 무작정 손에 쥐고 집으로 향하기도 했는데, <우주의 역사>가 그 두번째 만남이다. 문학(<아웃사이더>)에서 과학으로 건너 뛴 비연속적인 사상의 풍경이지만, 과학 서적도 흥미있어 하는 편이라 불평없이 잘 읽었던 거 같다.

그런데 <현대살인 백과>라는 책을 빌미로 콜린 윌슨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다. 여러 방면을 쑤시고 잡학다식하게도 많은 자료들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아웃사이더>의 콜린 윌슨에 비한다면, 너무도 평범한 바닥을 달리는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많은 자료들을 가지고 열심히 달리기는 하지만, 왜 조금도 지상 위로 뜨질 못하는 것일까?

'불가사의'가 들어간 책들도 썼는데, 그 자신도 작가로서 하나의 불가사의가 아닐까? 이런 책 한권을 쓰면 어떨까? '아웃사이더의 추락-콜린 윌슨의 불가사의'...  너무 과했나? 그러나 그 만큼 <아웃사이더>의 콜린 윌슨이 너무 빛났기 때문이리라. 이 책도 곧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 거 같다.

<소설의 진화>는 <아웃사이더>와는 다르지만, 문학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구상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콜린 윌슨의 책을 본다면, 아마 이 책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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