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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회근 선생의 알기 쉬운 정좌수도 강의
남회근 지음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아마 남회근 선생의 다른 강의록을 본 사람이라면, 선생이 내단술이나 타좌에 대해 그렇게 높이 평가하지 않음을 알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몸에 대한 집착, 그 경계에 빠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초지일관 품은 뜻은 사라지고, 몸 안의 기놀이에 빠져 착각과 자만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야의 책들은 대개 뜬구름 잡는 허무맹랑한 것들이 많다. 자신의 경험도 있겠지만, 나머지는 서적이나 어디서 들은 풍문을 잡다하게 섞어서 읽는 사람을 현혹하기도 한다. 합리성을 처음부터 걷어 제치는 그러한 분위기를 가진 책들은 '道'라는 이름에 무임승차한 그저 가벼운 기의 운행만을 되풀이하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러한 헛바람이 든 자나 그런 호기심에 살짝 기울인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바른 자세를 일러주기에 효과적인 책으로 보인다. 일단 저자의 이론과 경험이 어우러진 어떤 수준의 빛깔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비록 처음부터 끝까지 체계적이고 교과서적인 구성을 가진 책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공부에 앞서 반드시 주의하고 살펴야 할 것들을 차근 차근 설명하고 있다.
정좌-타좌의 문명은 동양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요가, 불교는 물론 유학 특히 양명학에서는 몸공부 마음공부가 다르지 않았다. 즉 몸과 마음의 연속성을 인지하고, 밖에서부터 안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공부법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오늘날 이것이 일반사람들에게 오해되어 이상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그 진정한 가치는 다시 합리적으로 되찾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문명에서의 정좌를 뜬구름 속이 아닌 이 지상 위에서 (일단) 합리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이 책에서 좋은 알맹이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