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철학 대원동서문화총서 9
그레이스 E. 케언스 지음, 이성기 옮김 / 대원사 / 199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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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 뭔가를 찾다가 불쑥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형색색의 볼펜으로 줄이 많이 가 있었고(좀 열심히 봤었나 보다), 그래서 새책을 또 구할까 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하니 이 책이 여전히 있었다.

그리고 좀 놀라웠다. 470페이지가 넘는 충실한 내용과 흥미로운 구성을 가졌는 데 책가격이 너무도 저렴하다. 거기다 어떤 평조차 없다니 말이다(좋은 책이 너무 싼건, 별로인 책이 비싼거처럼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책 제목이 이 책의 내용을 충분히 전달해 주지 못하는 거 같다. 물론 원서 제목을 고대로 썼지만, <Philosophy of History - Meeting Of East And West In Cycle-Pattern Theories Of History>에서 부제를 더 부각되게 우리말 제목에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차례를 보면, 내가 왜 이 책에 대해 안타까움과 아까움을 느끼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이다. 물론 저자의 역사관과 동양과 서양을 낭만적으로 맛물리게 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그러한 한가지 테마를 가지고 동양과 서양의 (쉽게 접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자료들을 하나의 텍스트를 통해 만나게 해준다는 데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폭 넓은 자료를 가려  뽑는 수고는 저자(Grace E. Cairns)가 대신해 주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인도, 중국, 그리스-로마로 이어지는 공간(시간)적인 이동과 그 안에서 종교적인 순환의 힘들이 비슷한 모양으로 도사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가령,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도교, 유태 기독교, 회교 등으로 말이다. 그리고 특정 인물들의 역사에 대한 관점- 아우구스티누스, 오로빈도, 라다크리쉬난, 슈펭글러, 소로킨, 토인비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앞부분이 재미있는데, '힌두교, 불교, 후대도교 사상의 마야와 요가 그리고 순환적인 시간'이란 제목을 가진 장이 압권이다. 철학이란 제목이 들어간 책이지만, 엄밀함 보다는 어떤 모양새를 좇기에 마치 거대한 여행처럼 눈요기거리가 많다.

워낙 여러 지역의 다소 전문적인 분야들이 언급되기에, 번역에서 용어나 인명에서 매끄럽지 않은 것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읽기에 무난해 보인다. 

<역사철학>, 이 책은  철학과 신화-종교가 동양과 서양의 맛물림 속에서 버무러진 듯, 눈으로 소화하는데 적당한 모양으로  활자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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