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분석철학 - 분석불교의 모색
홍성기 지음 / 우리출판사(서울출판)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저자(홍성기)는 독일에서 분석철학 관련 논문을 준비 중, 한 논리학 세미나에서 용수(龍樹, 나가르주나)라는 이천 년 전 인물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결국 그의 학문 방향에 또 하나의 무거운 색을 얹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과거에 발표한 글과 새롭게 추가한 글들의 모음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용수와 비트겐슈타인의 입김이 서려있다. 따라서 <중론(中論)>과 수리철학, 논리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다. 아마도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거뜬하게 읽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 역시도 읽을 수 있는 것만 골라서 몇 군데 봤을 뿐이다.

'용수의 연기설 해석과 부정의 의미', '연기와 시간' 그리고 '중론의 경계비판과 데데킨트 절단'은 특히 용수와 <중론>과 관련된 글이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마음', '분석불교의 모색'에선 비트겐슈타인이 자주 언급된다. 괴델과 관련된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증명된 신화?'는 어려워서 보다 말았다. 좀 특이한 제목을 가진 글인 '연기설의 관계론적 해석에 기반한 음양오행론의 재구성'은 독창적인 글로 보인다. 일단 불교의 연기(緣起)와 오행론을 같은 장(field)에 놓고 재구성한다는 거 자체가 신선한 발상이다. 오행은 서양의 요소 개념과는 달리 과정의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상생 상극의 행(行)에 초점을 두고 내재적인 면과 외재적인 면을 통해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렇게 다소 어려운 글들이지만, '동 서의 복잡계 모형', '분석불교의 모색', '연기와 시간' 그리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마음'은 그래도 (이 책의) 다른 것들에 비해서는 수월한 편에 속한다.

잘 모르고 또 눈에 띄지 않는 책이지만, 오랜만에 실력을 갖춘 우리나라 학자의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그리고 앞으로 배워야 할게 많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책이다.

책 본문에 앞서 멋진 글귀가 있어 옮겨 본다[짠드라끼르띠(Candrakīrti)는 월칭(月稱)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중론의 주(註) <쁘라산나빠다>가 유명하다].

 

통찰력의 강렬함으로

상대방의 惡見을 등잔의 기름 삼아

인간의 마음속의 어두움을 밝힌 자.

-Candrakī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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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7-01-29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렵다고 하시니 아예 엄두도 안 나지만 '연기와 시간' 편은
읽어보고 싶네요.

TexTan 2007-01-29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시간 되시면, 대형 서점에서 훑어 보시는 것도 좋겠군요..

TexTan 2007-01-29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저한테는 어려운 글이었지만, 분석철학에 관심 있는 분들한테는 그렇지 않을거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홍성기 님의 글은 인터넷에서 몇개 찾을 수 있더군요. '시간,경계 :세잔느,다빈치,그리고 용수'란 글도 눈에 띕니다. 검색 사이트에 가서 '용수 세잔느'로 치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