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해체와 선심리학
이광준 지음 / 학문사(학문출판주식회사)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책 표지가 상당히 클래식하다. 70-80년대에나 나올 법한 모양과 빛깔이 아닌가?  촌스러움도 하나의 멋이고 반기고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제목을 보면, 정신분석에다 '해체' 그리고 갑자기 불교의 '선(禪)의 세계'로 넘어오고 거기서 어떤  심리학의 모양을 캐고 있다. 의욕이 앞선 거 같고, 제목을 너무 멀리 던져 버린 거 같다. 그 길다란 폭 만큼 알차게 채운다면야 좋지만, 그 시도 만큼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정신분석 해체 부분은 일단 데리다를 참고한 책 자체가 빈약하고 신통치가 않다. 좋은 텍스트를 고르는 데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시간적인 순서를 밟는 개론서 성격이 짙다.

그렇다면, 이 책에 대해 슬슬 미심쩍은 기분이 들기 시작할 터인데, 그래도 나름대로 참고하기 좋은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서양 인문학에 길들여진 대부분의 상황에서 불교의 마음 구조를 접할 기회는 적다. 이 책의 '제 3장 선심리학의 입장'아뢰야식을 중심으로 유식학에 대해 간략히 짚는 부분이, 깊지는 않지만 대충 얼개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된다. 혹은 유식학에 관한 책을 보고 약간의 혼돈 상태라면 그것을 좀 더 선명하게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하는데 효과가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서양 오디프스 콤플렉스와 비교되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아자세 콤플렉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외의 내용들인 선문답, (16)관법, 참선의 내용들은 다른 책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렇게 하나의 책에 정리되어 있으므로 짧은 시간에 보기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책 제목을 따라갈 만큼 내용에서 독창성이나 그다지 특이한 이론을 구경하기는 어렵지만, 제한적으로 참고할 만한 내용도 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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