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읽은 과학책이 많아봤자 얼마나 되겠나만은 강하게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 '우주심과 정신물리학'과 '현대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 이렇게 두 권이다.

 

 

 우주심과 정신물리학

<우주심과 정신물리학(Stalking the Wild Pendulum : On the Mechanics of Consciousness>은 그 당시 나에게 꽤 충격이었는지 나중에 몇권을 더 사서 친구들한테 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상당히 개성 있는 물리학책이다. 어떻게 보면 '몸-의식의 물리학'이라 할 수 있고, 그 파동의 물질 특성이 의식에까지 이어지는 (영향을 주는) 과정을 독창적으로 그려낸다. 더우기 이 책에서는 '쿤달리니 증상'을 두뇌 안에 (감각피질의) 미세한 점의 위치(homunculus)와 전류의 순환과 연관지어 살피기도 하는데, '의식'에 대해 상당히 열린 자세로 흥미로운 물리학을 전개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신과 전문의 리 사넬라((Lee Sannella) 박사의 <신비의 쿤달리니(The Kundalini Experience>에서도 다뤄지고 있다(특히 236-265쪽). 이러한 것이 기존의 어떤 책들의 도움도 있었겠지만, 저자 스스로 알아낸 아이디어나 사고에 더 힙입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와 유사한 흐름의 책들에서 보이는 어떤 무임승차하고는 성격이 다르다. 즉 특이하고 기발한 이국적인 지식들을 모아서 자기 방식대로 꿰어 놓은 알록달록 헝겊 같은 모양은 아닌 것이다. 벤토프는 여기저기 화려하게 일을 벌려 놓기 보다 단순한 일관성으로 이것을 해낸다.  

 

이차크 벤토프(Itzhak Bentov)(왼쪽 사진)는 1979년에 아깝게도 비행기 사고로 죽고, 아주 짧은 글이 가까스로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우주의식의 창조놀이( A Brief Tour of Higher Consciousness>의 제목으로 나왔다. 원제보다 우리나라 번역서 제목이 더 좋아 보인다. 책의 내용이 워낙 짧기 때문에, 서문과 뒤에 부록이 붙어서 널널한 편집으로 겨우 한권으로 만들어낸 거 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나 이 책은 대단히 파격적인 여행-니르바나 여행을 펼치고 있다. 자세한 설명이 담겨 있지 않아 속 시원한 맛은 없지만, 어떤 은유적 모멘트는 놀라울 정도다. 나머지는 읽은 사람들 머리 속에서 나름대로 펼쳐져야  하지 않을까.

 

 

폴 데이비스(Paul Davies)<현대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 역시 물리학의 도움으로 우리가 어디까지 사고 여행을 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폴 디렉(Paul Dirac)(오른쪽 사진. 외모에서 언뜻 비트겐슈타인 분위기가 난다)이라는 천재 물리학자가 자신의 방정식을 통해 미지의 입자를 예언하고, 또 그것이 나중에 실험에 의해 발견되는 드라마틱한 부분이 재미있었다(전자의 거울 이미지로 쌍이 되는 반대 성질을 가진 반전자(反電子)의 예고). 디렉은 물리 실험 보다는 이렇게 방정식 자체의 아름다운 형식에 더 매료되고 그것을 추구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원자 속의 유령>,<슈퍼스트링>, <초힘>은 마치 시리즈처럼 순서대로 읽어도 좋을 만큼 연속성이 있다.

 

 

<원자 속의 유령><슈퍼 스트링>은 폴 데이비스와 줄리언 브라운이 함께 엮은 책으로, 각각 양자역학과 끈 이론에 대한 대담형식의 책이다. 대담에 들어가기 앞서 간략한 이론적인 배경을 설명하고 있어, 읽기에 좀 수월한 감을 준다. <원자..> 이 책에서는 데이비드 봄이 눈에 띄며, <슈퍼 스트링>에는 스티브 와인버그와 리처드 파인만 같은 유명한 물리학자와의 대담을 통해 양자역학과 끈이론에 대한 직접적인 급소를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다. 특히 파인만은 끈이론에 대해 회의적인데, 그와의 물음과 대답 속에는 폴 디렉도 나온다.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는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The Feynman Lectures on Physics: 1963)>에서 쉬운 부분만 골라서 재편집한 것이다. 폴 데이비스는 이 책에서 약 10 쪽(번역서 기준)의 서문을 썼다.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대단히 인기 있는 물리학자인데, 아사람의 책도 나중에 마틴 가드너와 함께 정리해 볼 생각이다. 이 책은 양장본과 보급판이 출간 되었는데, 나는 보급판으로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두께로 볼 때, 굳이 양장본으로 가질 이유는 없을 거 같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는 우리나라에 Volume 1, 2로 나왔는데, 두께가 만만치 않아서인지(각각 700에서 800쪽 사이다) Volume 1은 다시 Volume 1-1, Volume 1-2 반양장본으로 나뉘어 나왔다. 하지만 이럴 경우엔 차라리 양장본이 값도 별로 차이 안나고 소장면에서 유리할 거 같다.

추천사를 보면, 쟁쟁한 사람들이 눈에 띈다. <황제의 새마음>, <우주 양자 마음>로저 펜로즈<초공간>, <평행 우주>미치오 가쿠 등이다. 대단히 광대한 양의 물리학책인데, 이 긴 도전에 앞서 당분간 '여섯 가지 물리'로 만족해야 겠다.

 

 

 <폴 데이비스의 타임머신(How to Build a Time Machine)>은 <시간의 패러독스 (About Time)>와 함께 '시간'을 정면으로 주제로 삼은 책이다. <시간의 패러독스>에 "오랫동안 고생을 참아준 가족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는데, 거의 500쪽이 넘는 이 책을 다 보는 것도 독자 입장에선 고생스러울 거 같다. 폴 데이비스는 <생명의 기원>도 그렇고 <우주의 청사진(The Cosmic Blueprint>에서 보듯이 대단히 원대한 기획을 책에 담는다. 두 권 다 '자기조직화'가 양념 중 하나로 쓰이기도 했는 데,  진행 방식도 유사하다(폴 데이비스 책들이 대개 비슷한 차례 패턴을 가진다). <우주의 청사진>은 주제와 방향은 좋아 보이는데, 책의 양도 그렇고 충분히 뭔가를 드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용두사미처럼).  어쨌든 <...타임머신> 이 책을 보고 '타임머신'에 관한 영화를 즐긴다면 그 재미는 배가 될까 아니면 별효과가 없을까? 얼마 전에 기대하지 않고 봤던 [타임라인(TIMELINE)]이 생각이 난다. 마이클 크라이튼 소설을 가지고 만든 영화로 프랑스에서 유적 발굴을 하다가 교수가 과거로 사라지게 되는데, 여기에 벌어지는 과학자들의 이해관계, 그리고 남녀의 사랑 등이 골고루 담겨 있다. 나름대로 쏠쏠한 재미가 있었는데 중세 전투 장면도 볼거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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