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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 Love
비틀즈 (The Beatles) 노래 / 이엠아이(EMI)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26곡인가? 꽤 많아 보이는 곡인데도 듣다보니 어느새 다 듣고야 말았다. 곡과 곡 사이에 적당한 길이의 묵음이 없어서, 마치 비틀즈의 거대한 (이어붙인) 한곡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이것이 '태양의 서커스' 공연 '쓰임'에 맞게 새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공연 배경 음악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비틀즈의 앨범으로서는 뭔가 선뜻 받아들이기가 그렇다. 나에게는 비틀즈 기능성 음반으로 들리니 말이다.
음악을 잠깐 살펴보면, 원곡에 비해 (마치 잡티를 제거한듯이) 깨끗한 느낌을 주는 곡들과, 원곡 분위기와 많이 달라진 곡들로 구별해 볼 수 있겠다. 세련된 음향을 입고 나타난 몇몇 곡은 마치 비틀즈 카피밴드가 최근에 부른게 아닌가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라이브로 실린 깨끗하게 복원된 ' I Want To Hold Your Hand'와 원곡과 많이 달라진 'Because' 그리고 여전히 신선한 느낌을 주는 'Revolution', 최고의 명곡 'A Day In The Life'이 다른 곡들에 비해 귀를 더욱 자극했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음악을 즐긴다면- 가령
가벼운 책을 읽거나, 차 안에서, 운동을 할 때 들으면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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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음악을 감정(질적 판단)하는 강박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에게는 역효과일 수 있다. 그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믿음과 신화에는 이런 것들도 있을테니 말이다. 어떤 새로운 실험성을 알린 훌륭한 명곡은(비틀즈가 꽤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그 음악이 처음 출현한 그 순간, 사건에서 가치를 갖는 것이다. 그 후에 비슷하고 더 세련된 음악이 뒤따라도 그건 아류일 뿐이다. 이것이 음악이 단지 기술이 아니라 심미적-예술적 평가에 속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령 비틀즈의 전 앨범중에서 좋은 곡들로만 뽑아 베스트 앨범을 만들어도, 그것이 단 하나의 명반 [Revolver]나 [Abbey Road] 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곡들을 많이 모았으니 더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산술적 계산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하물며 이번 앨범은 그냥 리마스터링도 아니고 새롭게 손 본 느낌이 강하다.
과거의 저 많은 곡들을 이렇게 티 업이 매끄럽게 하나의 음반에 재배치 했다는 것. 그리고 비틀즈 과거 명반을 작업했던 조지 마틴이 이번에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점이긴 하다.
(사진 작업에 쓰는 용어이긴 하나) 리터칭을 통해서 비틀즈의 잡티가 제거되고 매끄럽고 세련되게 지금 듣기에도 무난하다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분명 매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리터칭이 비틀즈의 음악에 담긴 '아우라'마저 매끄럽게 깎아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