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Led Zeppelin - How The West Was Won(Live)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노래 / Atlantic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제플린이 맹활약을 할 때, 우리는 너무 어렸다. 커서 귀가 갓 트이고 음악을 듣다, 하드락의 거인들을 만날 때, 거기 맨 앞에서 샤우트로 울려대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레드제플린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듣기에 우리 귀가 맹활약할 때, 윙윙 거리는 묵중한 제플린호의 비행음은 과거의 것들이었다. 그 과거를 탐닉하느라  우리 젊음의 한쪽은 붉게 충혈되지 않았던가?

하늘 어디에서도 제플린호의 생생한 모습은 없는데, 그후로도 어디선가 그들의 소리들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저 땅 밑 균열에서 꿈틀거리는 노이즈-기타음에 묻어나는 흙냄새처럼 말이다.

제플린의 과거 또 하나의 신음이 들리는 것이다. 

앨범 제목은 누가 붙였는지 너무 도발적이지 않은가? How The West Was Won

유독 제플린에게서 라이브 앨범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활동할 당시에 고작 하나였고, 해산 후에도 BBC 세션으로 나온 것이 전부였다. 이번에 나온 이 앨범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욱 커다란 방울처럼 느껴진다. 거기다 그 전의 라이브 앨범의 어떤 결핍을 채워주는 구석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제플린 최고의 라이브가 담겼다는 것은 아니다. 각자 다른 색깔과 힘을 가졌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그들 라이브의 생생함과 박진감이 가장 잘 살아 있다. 특히 라이브 음악의 묘미인 관중들의 함성, 교감하는 열기가 잘 교차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입체감 있는 뚜렷한 중량감을 느끼기에 좋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것은 그 입체감의 굴곡의 차가 크지 않아서 섬세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감을 느끼면서 감상하기엔 적절해 보인다.  

먼저 다른 라이브 앨범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곡들이 눈에 띈다. 'Bron-Yr-Aur Stomp', 'Dancing Days' 그리고 끝에 실린 'The Ocean'과 'Bring It On Home'이다. 대개 스튜디오 앨범보다 더 밝은 느낌을 준다. 특히 ''Bring It On Home'은 원곡에 비해 중간 부분이 길게 연주되는데, 강약의 윤곽이 잘 드러나 있다.

'Over The Hills And Far Away'는 어쿠스틱한 진행에서 드럼과 함께 강렬해지는데, 보컬 음색이 강렬하면서도 여린 끝맛을 내준다. 로버트 플랜트의 보컬이 단순한 힘을 가진 샤우트 창법이 아니라, 강함에도 여러 색깔을 가지고 그것을 곡 분위기에 맞게 조절하면서 발산한다는 것을 새삼 알게 해준다. 'Since I've Been Loving You'는 다소 블루스한 맛을 줄이고 좀 들뜬 느낌인데, 축 늘어진 감기는 맛은 덜하다.  

'Stairway to heaven' 역시 전체적으로 들뜬 힘이 느껴진다. 다른 라이브에서와는 달리 길게 끌지 않고 적당한 시간 동안 박진감 있게 연주된다. 다만 보컬이 같이 실린 다른 음악들에 비해서 약간 고음을 주저하는데,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고음을 계속 유지하지 않고 한번 숨고르기 하듯 낮게 부르는데, 그것도 또 하나의  특색 있는 라이브 버전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듯 싶다.

25분이 넘는 대곡 'Dazed And Confused'는 야드버즈에서 이어지는 제플린의 힘줄과도 같은 곡인데, 라이브 앨범에서 'Whole Lotta Love'와 함게 빠질 수 없는 곡이다. 특이하게도 중간에서 지미 페이지가 활로 기타를 연주하는 부분은 국악 악기 비슷한 소리로도 들린다. 우주적 굉음으로까지 이어지는 지미 페이지의 연주에 존 본햄의 육중한 드럼이 가세하면 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러자마자 곧 터지는 급박한 하드락의 진행이 잠시 잠자던 흥분을 불러 모은다. 마치 사무놀이처럼 휘몰아치는 연주는 어느새 'The Crunge'를 살며시 삽입해서 산뜻한 전환을 이룬다. 그리고 다시 처음과 수미쌍관하는 마무리까지..  이렇게 한곡에다 맛깔스럽게 힘을 조이고 펴는 재주는 너무도 제플린다운 위력이다.

지금 현재에서 제플린을 향유하는 재미 - 특히 이 라이브에 담긴 그들의 박진감 넘치는 힘은 과거에서 뿜어져나옴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생생하고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들을 탐닉하는 걸 멈추긴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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