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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ce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 노래 / 워너뮤직(WEA) / 1976년 1월
평점 :
품절
식탁에 가족이 둘러 앉아 검은 물체를 바라보는 기이한 앨범 쟈켓을 가진 레드제플린의 1976년 앨범이다. 엄밀하게 따져 본다면, 수록 곡들은 제플린의 다른 앨범들에 비해서 뭔가 뚜렷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놓여 있는, 단 한 곡 때문에 이 앨범은 레드제플린을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무거운 '존재성'을 갖는다. 그것은 바로 첫 곡 'Achilles Last Stand'이다. 락 음악에 있어, 이 곡과 비슷한 구조나 느낌을 가진 곡은 찾아 보기 힘들다.
스멀스멀 기어가듯 아스라한 느낌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여러 마디의 생소한 간격들이 강약의 변화를 통해 마치 담글질하듯 고조감을 생성하는데, 엇박의 급박한 드럼 연주가 큰 역할을 한다. 그 다져진 힘의 증폭이 흐드러지듯 풀리면서 짜릿한 떨림(쾌감)을 주는데, 몸의 경련으로 전이된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여러 갈래의 음의 흐름이 담긴, 그 이질성이 묘하게 하나로 휘감기는 독특한 맛을 내준다. 이는 멤버 각자의 탁월한 능력이 조화롭게 어떤 하나의 장(場, field)에 잘 녹아들어갔음을 말한다.
'Achilles Last Stand'는 이 앨범에서 극단적인 자리-모서리와 같은 곡이며, 레드제플린의 음악에서 또 하나의 훌륭한 성취라 하겠다.
덧붙임: 이 곡은 드림씨어터(Dream Theater)의 앨범 [A Change Of Seasons ]에서도 새로운 연주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