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의 7가지 개념
나지오 / 백의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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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페인 출신 나지오(Juan-David Nasio)가 정신분석학의 일곱 가지 주요 개념을 프로이트와 라캉을 통해 설명한 책이다. 거세, 남근, 나르시시즘, 승화, 동일시, 초자아, 폐제의 순서로 이어진다. 각 장은 먼저 프로이트가 그러한 개념을 어떻게 고안, 혹은 사용했는지를 밝히고, 이것을 라캉이 무엇을 비판하고 수정해서 새롭게 전개하는가를 보인다. 그리고 나서 프로이트와 라캉의 문헌에서 발췌한 구절을 옮겨 실어서 선명하고 간략한 반복 학습?의 효과를 준다. 읽는 사람을 배려한 다소 교과서적인 구성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라캉의 책들이 많은데, 대개 마치 물에 떠 있는 라캉의 현란한 풍경을 묘사한다면, 이 책은 그 밑으로 침잠해 들어가 프로이트를 한번 제대로 짚고 그 반발력이 수면위 라캉을 통해 어찌 드러나는지를 생동감있게 그린다. 쪽수가 많지 않은 책이지만, 각 개념의 한줄기 한줄기를 섬세하게 다듬는다.

라캉을 조금 맛보고 머리 속에서 정리 안된 개념들이 빙빙 돈다면, 이 책을 통해 좀 더 잡힐듯한 윤곽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나지오)가 프로이트와 라캉의 '겉' 을 단지 순수하게 전달하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화한 것을 맛깔나게 그리고 제대로 풀어내는 학자의 내공을 품고 있음이다.

내가 본 책은 개정판인데, 번역자(표원경)는 몇몇 용어를 초판과 달리 향유,향락은 주이상스로, 배제는 폐제로 바꿨다고 서두에서 말한다. 작은 실수로 보이는데, 책 뒷표지에는 아직 배제로 찍혀 있다. 번역은 뭔가 자연스럽게 깊이 후벼내는 맛은 없지만, 그래도 읽기에 불편하지 않게 성실하게 옮긴 것 같다. 참고로  'object a'는 '타대상'이라 했는데, 이 용어는 그냥 '대상 a'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남근'은 그냥 '남근'으로 쓰일 때와 좀 더 상징적 개념에서는 '팔루스'로 번역하기도 하는걸로 안다, 최근에 라캉 용어가 전보다 많이 정리된감이 있지만, 더 적합한 우리말을 빨리 찾아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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