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가 장차 제나라를 다스리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고혜와 저로서도 족할 것입니다. 그러나 장차 패왕覇王이 되고자 한다면 관중이 없으면 안 됩니다. 그가 보필하는 나라는 반드시 패권을 차지할 것이니 그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첫째, 백성이 편히 살며 즐거이 생업에 종사하게 할 수 있는 점에서 신은 그만 못합니다.

둘째, 나라를 다스리면서 근본을 잃지 않는 점에서 그만 못합니다.

셋째, 충성과 신의로써 백성의 신임을 얻는 점에서 그만 못합니다.

넷째, 예의규범을 제정해 천하 인민의 행동 법칙으로 삼는 점에서 그만 못합니다.

다섯째, 영문 앞에서 북을 치며 전쟁을 지휘하여 백성들을 용기백배토록 만드는 점에서 그만 못합니다.

"예禮와 의義, 염廉, 치恥는 국가의 네 가지 근본입니다. 나라의 기강을 세우고자 하면 반드시 이 네 가지 근본부터 펴야 합니다."

"무릇 치국의 길은 반드시 우선 백성을 잘살게 하는 데서 시작한다. 백성들이 부유하면 다스리는 것이 쉽고, 백성들이 가난하면 다스리는 것이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대 말기 풍몽룡이 쓴 『열국지』는 춘추전국시대를 다루고 있다. 무려 550년간에 달한다. 같은 난세일지라도 삼국시대의 5배가 넘는다. 시간대도 길지만 등장인물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기본적으로 알아 두어야 할 중요 인물만도 2백여 명에 달한다. 같은 역사소설 『삼국지』의 3배에 가깝다.

『열국지』의 애독자 가운데 정관계와 학계 및 언론계 인사들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사실史實 속에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는 지혜를 얻고자 한 결과로 보인다.

『열국지』의 가장 큰 매력은 인간학의 보고라는 사실에 있다. 원래 인문학은 인간학에 문조文藻를 덧씌운 것이다. 문文, 사史, 철哲로 치장된 문조를 벗겨 내면 그 속살인 인간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동양학의 대가인 후쿠나가 미쓰지福永光司 전 교토대 교수가 언급했듯이 동양 문화의 정수는 인간학에 있고, 이는 춘추전국시대에 활짝 꽃을 피웠다. 서양의 역사・문화가 그리스와 로마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과 같다.

역사를 배제한 사상은 공허하고, 사상이 배제된 역사는 맹목적이다.

관포지교의 시작
춘추시대 중엽 제나라 재상 관중管仲은 제환공齊桓公을 도와 사상 첫 패업을 이룬 인물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평생 변함없는 우정을 나눈 포숙아鮑叔牙의 성원과 헌신적인 도움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게 바로 관포지교管鮑之交이다.

포숙아는 젊었을 때 함께 장사하면서 가난한 관중에게 이익을 더 보도록 돕고, 생사가 엇갈리는 운명의 순간에 관중을 구해 내고, 마지막으로 재상의 자리를 관중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숙아가 없었다면 관중도 없었을 것이다.

"관중은 구구하게 돈을 탐해 나보다 배나 더 돈을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오. 그는 집안이 가난하고 식구가 많소. 내가 그에게 더 가지고 가도록 사양한 것이오."

예나 지금이나 관포지교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이와 정반대되는 오집지교烏集之交가 보편적이다. 까마귀들의 사귐이라는 뜻이다. 『관자』 「형세」는 오집지교를 이같이 풀이해 놓았다.

"사람을 사귈 때 거짓을 일삼으면서 인정도 없이 은밀히 모든 것을 취하려는 자들이 있다. 이들을 일컬어 ‘오집지교’라고 한다. 오집지교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비록 처음에 서로 기뻐하며 사귀지만 후에 반드시 큰 소리를 내며 다투게 된다."

오집지교는 모든 것이 관포지교와 정반대이다. 매사를 이해관계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관자』에서 특별히 오집지교를 언급한 것은 관포지교와 너무나 대비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사치하면 국고를 낭비하게 되어 인민들이 가난하게 된다. 인민들이 가난해지면 간사한 꾀를 내어 나라를 어지럽히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건이 묻히는 것에 분노한 아이들은 제물로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찾아보기로 했다. 알아낸 건 몇 명뿐이었지만,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죽어서 그마저도 어려웠다.

마을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그중에는 주경과 미주의 외삼촌, 외숙모가 있었고 연희의 작은엄마와 진용도 있었다. 겁에 질린 대부분은 뿔뿔이 흩어졌다. 연희의 작은엄마는 연희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연희는 용서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미주의 집에서 지내면서도 주경 또한 용서하지 않았다. 연희가 누군가를 용서하는 건 한참 지나야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어제는 정주시에서, 그 전에는 공항으로 가는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또 그 전에는 다른 곳에서……. 모르겠어? 선녀님의 벌은 끝나지 않았어."

"야, 양심의 가책 그만 느끼고 너는 너대로 갈 길 가. 사람이 잘못했으면 부끄러워해야 하는 게 마땅하고 그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 살 방법이니까."

"너는 그 사실을 알지만, 그 사람들은 아니잖아. 그대로 죽일 거야? 알면서도 아무것도 안 하면 너도 나처럼 되는 거야. 구할 수도 있는 생명을 구하지 않는 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들마저 선녀님을 완전히 담을 수 없었단다. 고작 삼 년이면 끝이 났지. 그때마다 새 그릇으로……. 딸 한 명이 삼 년을 버텨주고 다른 딸이 삼 년 그리고 또 다른 딸이……. 그것만이 이 마을을 위한 고결하고 유의미한 희생이자 자신의 도리인 것이다.’

성은 뒤꿈치에서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아파서 움찔거리다가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빛 속에서 넘어지면 세상이 뒤바뀌었을 텐데 어둠 속에서 넘어지니 어둠뿐이었다. 고대하던 비밀은 마을의 일원이기에 전혀 자랑스럽지 않은, 그저 저주 같았다.

‘악마 같은 놈들.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여자아이들을 희생한다니. 너도 알고 있었지? 그러니 그렇게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나를 가르치려고 했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