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귀로우면서 남에게 얽매여 사느니 차라리 가난할망정 세상을 가볍게 보고 내 뜻대로 하겠노라!" - P559

신이 듣기로 마음을 다하는 사람은 군주에게 대가를 받지 않는 일이 없고,
진실한 사람은 의심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은 항상 옳다고 생각했는데 한갓 빈말일 뿐입니다. - P560

속담에 "젊을 때부터 흰머리가 되도록 사귀었으면서도 새로 사귄 듯한 이가 있는가 하면, 길에서 우연히 만나 잠깐 이야기하고도 옛날부터 사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상대방의) 마음을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입니다. - P561

그러므로 여자는 예쁘든 못생겼든 궁중으로 들어가면 질투를 받고, 선비는 어질든 어리석든 조정으로 들어가면 시샘을 받게 마련입니다. 옛날 사마희司馬喜는  송나라에서 발꿈치를 베이는 형벌을 받았지만 마침내 중산의 재상이 되었습니다. 범저는 위나라에서 갈비뼈가 부러지고 이가 부러졌으나 마침내 (진나라에서) 응후가 되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자신들의 계획이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계획을 믿고 사사로운 붕당을 버리고 홀로 고독한 자리를 유지했기 때문에 질투하는 사람들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 P562

"노중련은 지향하는 뜻이 대의에 맞지는 않았지만 벼슬도 지위도 없는 처지에서 자신의 뜻을 거리낌없이 말하고 실천하며 제후들에게 굽히는 일이 없었으며, 당대에 담론과 유세를 펼치며 공경과 재상들의 권력을 꺾었다. 추양은 말하는 태도가 공손하지는 않았지만 사물을 비유해가며 그 실례를 하나하나 든 점에서 비장함이 있었고, 또 절개를 굽히지 않고 강직했기 때문에 나는 그를 이 열전에 덧붙였다." - P568

전국 시대 이래 문학 작품에는 당시 인간 운명의 극적인 성공과 실패라는 분위기로 인해 심각한 회의와 절망의 정서가 깊숙이 배어 있다. 거기에는 인간사에 영원불변하는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 P569

회왕은 화가나서 굴원을 멀리하였다.
굴원은 왕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는 데 밝지 못하고 헐뜯고 아첨하는 말이 군주의 밝음을 가로막으며, 흉악하고 비뚤어진 말이 공정함을 해치고, 단아하고  올곧은 사람이 등용되지 못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 P572

그래서 근심하며 깊이  사색에 잠겨  「이소離騷」를 지었다.
‘이소‘란 ‘걱정스러운 일을 만나다‘라는 뜻이다. 무릇 하늘은 사람의 시작이며  부모는 사람의 근본이다. 사람은 곤궁해지면 근본을 돌아본다. - P572

그러므로 힘들고 곤궁할 때 하늘을 찾지 않는 이가 없고, 질병과 고통과참담한 일이 있으면 부모를 찾지 않는 이가 없다. 굴원은 도리에 맞게 행동하고 충성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여 군주를 섬겼지만 헐뜯는 사람의이간질로 곤궁해졌다고 할 수 있다. 신의를 지켰으나 의심을 받고, 충성을 다했으나 비방을 받는다면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굴원이 「이소를 지은 것은 이처럼 분통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 P-1

「국풍國風」은 사랑을 노래했으나  음란하지 않고, 「소아小雅」는 원망과  비방을 담고  있지만 문란하지 않은데 「이소」는 그 우수한 점을 모두 지녔다고 할 만하다. - P-1

진흙 속에서 뒹굴다 더러워지자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씻어 내고, 먼지 쌓인 속세 밖으로 헤쳐 나와서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았다. 그는(연꽃처럼] 깨끗하여 진흙 속에 있으면서도 더러워지지 않은 사람이다. 이러한 그의 지조는 해와 달과  그 빛을 다툴 만하다. - P573

"역"에 "우물물이 흐렸다가 맑아져도 마시지 않으니 내 마음이 슬프구나. 이 물을 길어 갈 수는 있다. 왕이 현명하면 모든 사람이 그 복을 받는다."라고 하였다. 왕이 현명하지않은데 어찌 복이 있겠는가! - P576

"온 세상이 혼탁한데 나 홀로 깨끗하고, 모든 사람이 다 취했는데 나홀로 깨어 있어서 쫒겨났소." - P577

"대체로 성인이란 물질에 구애받지 않고 속세의 변화를 따를 수 없다고 합니다. 온 세상이 혼탁하다면 왜 그 흐름을 따라 그 물결을 타지 않으십니까? 모든 사람이 취해 있다면 왜 그 지게미를 먹거나 그 밑술을마셔 함께 취하지 않으십니까? 어찌하여 아름다운 옥처럼 고결한 뜻을가졌으면서 스스로 내쫓기는 일을 하셨습니까?" - P577

"내가 듣건대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관의 먼지를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을 한 사람은 반드시 옷의 티끌을 털어서 입는다고 하였소. 사람이라면 또 그 누가 자신의 깨끗한 몸에 더러운 때를 묻히려 하겠소?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 배 속에서 장사를 지내는 게 낫지, 또 어찌 희디흰 깨끗한 몸으로 속세의 더러운 티끌을 뒤집어쓰겠소!" - P578

양기 넘치는 화사한 초여름이라
초목이 무성하구나!
상심한 심정 깊이 슬퍼하며
물 따라 남쪽 땅으로 쫓겨왔네.
눈앞의 망망한 산수 바라보니
지극히 고요하고 말이 없구나!
원통함은 가슴에 맺혀
풀어 볼 길 없이 영원히 막혔네
비통한 마음 달래고 어루만지며
고개 숙여 스스로 억누르네. - P578

모난 것 깎아 둥글게 만들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법도는 바꿀 수 없네.
본래 갈 길을 바꾸는 것
군자는 추잡하게 여기네.
먹줄 따라 바르게 긋는 것은 - P578

옛날 법도와 다름이 없네.
곧은 마음 중후한 성품을
현명한 사람은 존중하나
솜씨 좋은 장인이 깎고 다듬지 않으면
누가 그 굽고 곧음을 알리!
검은색 무늬를 어두운 곳에 두면
눈뜬 봉사는 무늬 없다 하고,
이루는 눈을 가늘게 뜨고도 볼 수 있는데맹인은 그의 눈이 밝지 않다고 여기네. - P579

흰 것을 검다 하고
위를 거꾸로 아래라고 하네.
봉황은 새장 속에 갇혀 있고
닭과 꿩은 하늘을 나네.
옥과 돌을 뒤섞어
하나로 헤아리니,
저들은 더러운 마음뿐이라
내 좋은 점을 알 수가 없지! - P579

짐은 무겁고 실은 것 많건만
수렁에 빠져 건널 수 없구나.
아름다운 옥 있지만
곤궁하여 보여 줄 수 없네.
마을의 개들 떼지어 짖는 것은
이상하게 보이기 때문이지.
준걸 비방하고 호걸 의심하는 것은
본래 못난 사람들의 태도지
재능과 덕성 가슴속에 흐르건만
내 남다른 재능 아무도 몰라주네.
재능과 덕망 쌓였어도
내 가진 것 아무도 알아주지 않네.
인의를 더 닦고
삼가고 돈후하여 넉넉해졌건만
순임금 같은 분 만날 수 없으니
누가 내 참모습 알아주랴!
예로부터 (어진 신하와 현명한 군주는 때를) 같이하지 못하니
어찌 그 까닭을 알리오?
탕임금과 우임금 아득히 먼 분이라
막막하여 사모할 수도 없네.
한을 참고 분노를 삭이고
마음을 억눌러 스스로 힘써 본다.
슬픔 만났으나 절개 꺾지 않으리니
내 뜻 뒷날의 본보기가 되기 바라네. - P580

북쪽으로 발걸음 옮겨 머물려 하니
날은 어둑어둑 저물어 가네.
근심 삼키고 슬픔 달래면서
오직 내 죽음을 바라본다. - P581

넓고 넓은 원수沅水와 상수湘水
갈라져 빠르게 흐르는구나!
멀리 이어진 길은 풀 더미로 뒤덮여
흘러간 길을 볼 수가 없네.
슬픈 심정 노래하노라면
탄식만 길어지고
세상은 나를 알아주지 않으니
내 마음 말하지 않으리!
충정과 인품을 지녔어도
내 마음 알아주는 이 없네.
백락이 이미 죽었으니
준마의 능력 누가 가늠하라!
사람이 태어날 때 받은 천명은
제각기 돌아갈 곳이 있구나.
마음 진정하고 뜻을 넓히면
내 무엇 두려워하랴! - P581

늘 상심하고 슬퍼하여
깊이 탄식하며 한숨을 쉬네.
세상이 어지러워 나를 알지 못하니
내 마음 말하지 않으리.
죽음 피할 길 없음을 알기에
부디 슬퍼하지 말자
세상의 군자들에게 분명히 알려
내 그대들의 표상이 되리라. - P582

모자를 신발 삼아 신어서야 되겠는가 - P583

"나는 오래도록 그대를 만나지 못하여 스스로 그대보다 낫다고 여겼소. 그런데 이제 보니 그대에게) 미치지 못하는구려."
얼마 뒤 가생을 양나라 회왕의 태부로 삼았다. 회왕은 효문제의막내아들로서, 문제의 사랑을 받았고 글읽기를 좋아하였으므로 가생을그의 태부로 삼은 것이다. - P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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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대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었는데, 소진이나 장의같이 권세를 끼고 이익을 좇은 자와 노중련이나 추양처럼 권력과 부를 경시하고 명예를 높이 여긴 자이다.  - P545

노중련은 선비로서 본분을 지킨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면서 청빈한 삶을 살아가려고 했다.  - P545

추양도 널리 고금의 충신과 간신, 어리석은 군주와 현명한 군주의 삶을 비교함으로써 참된 의로움을 추구하는 선비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 P545

"천하에서 선비가 귀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근심을 덜어주고 재난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다툼을 풀어 주고도 (보상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령 보상을 받으려는 자가 있다면 이것은 장사꾼의 행위이니 저 노중련은 차마 할 수 없습니다." - P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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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두 뭔가에 조종당하고 있는 존재니까.”

히가시노 게이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전 9권
유가와 마나부, 구사나기 슌페이

1. 탐정 갈릴레오-9.27.讀
2. 예지몽-9.28.讀
3. 용의자 X의 헌신-旣讀
4. 성녀의 구제
5. 갈릴레오의 고뇌
6. 한여름밤의 방정식-旣讀
7. 허상의 어릿광대
8. 금단의 마술
9. 침묵의 퍼레이드

역시 윌라 무료기간(2주)을 이용하여
그동안 안 읽었던 갈릴레오 시리즈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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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4
p.219~220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5
p.13~14

사람은 사람, 나는 나, 
어찌됐든 내가 가는 길을 나는 간다
(人は人吾はわれ也とにかくに吾行く道を吾は行なり).

철학의 길에서 은각사 답사는  필연적으로 ‘철학의 길‘로 이어진다.
비와호(琵琶湖) 소수(疏水) 수로를  따라 남쪽으로 2킬로미터 떨어진 남선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일본 근대 철학자인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郞,  1870-1945)가 즐겨 산책하던 곳이라고 하여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본래 철학의 길이라고 하면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네카어 강변의 ‘철학자의  길‘이 원조다.

벤치마킹의 귀재인 일본은 1968년에  이 길을 정비하면서 ‘철학의 길‘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고 물가에는 어느  독지가가 기증한 벚꽃을 심었다. 그 나무가 제법 크게 자라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의 명소로 이름이 났고, 여름엔 반딧불이 모여들어 열대야의 피서처로 유명하다. 젊은 아베크족과 관광객들이 붐비면서 주변 주택가에 끽다점과 부티크숍이 들어차 더 이상 철학의 길다운 분위기는 없지만 그래도 주변의 상점과 집들이  깔끔하고 근처에는 법연원(法然院),  영관당(永觀堂),  냐쿠오지  신사(若王子神),  노무라(野村) 미술관 등  명소들이 자리잡고 있어 산책길로는  그만이다. 그리고 철학의 길이라는  넉  자로 인하여 들떠 있는 사람의 발길에  적당한 사색의 무게를 실어준다. 길 중간에는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의 비가 있는데  이렇게 쓰여  있다.

사람은 사람, 나는 나, 
어찌됐든 내가 가는 길을 나는 간다
(人は人吾はわれ也とにかくに吾行く道を吾は行なり).

니시다 기타로는 가나자와(金澤)  제4고등학교 출신으로 동급생인 스즈키  다이세쓰와는 이인삼각의 벗이자 동료였다. 다이세쓰가 서구에 일본의 선을 전파한 것에 반하여 기타로는 “선(善)의 연구”라는 명저를 펴내어 서구 철학의  일본 토착화에 기여했다.

[사진1] ‘철학의 길‘ 표지석  비와호 수로를 따라 남쪽으로 2킬로미터 떨어진 남선사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일본 근대 철학자인 니시다 기타로가 즐겨 산책하던 곳이라고 하여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진2] ‘철학의 길‘ 물가에는 어느 독지가가 기증한 벚꽃을 심었는데, 그 나무가 제법  크게 자라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의 명소로 이름이 났고, 여름엔 반딧불이 모여들어 열대야의 피서처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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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의 눈길이 세미더블 침대에서 멈추었다. 그 위에서는 그가 오매불망 꿈꾸었던 아가씨가 부드러운 이불에 감싸인 채 잠들어 있었다. - P-1

레이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고운 자태. 그의 마음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 P-1

"몸은 별로 피곤하지 않아. 그냥 마음이 내키지가 않아.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일을 할 때는 조금이라도 무슨 의미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 P-1

"자네가 아직도 사람다워 보이는 건 형사 경력이 얼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야. 이런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점점 인간적인 것이 사라져 버려. 우리 계장을 보면 알지." - P-1

"옛날에 그런 대사가 꽤 유행했던 적이 있었지. 그대와 나는 하나가 될 운명이라는 거. 절대로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이야. 요즘 세상에 그런 구식 대사를 읊는 인간이 있다니."

"1914년 어느 날, 발칸 반도의 한 사제가 꿈을 꾸었지. 자신의 서재 테이블에 검은 봉투의 편지가 놓여 있는 꿈이었어."

"그 편지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대공에게서 온 것인데, 내용은 자신과 아내는 사라예보에서 정치 범죄에 희생되었다는 것이었어. 다음 날 이 사제는 사라예보에서 대공 부부가 암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지."

"왜 그 아이가 그런 짓을……. 그렇게 착한 아이가."

범죄자의 가족은 다들 그렇게 말하지요, 라는 말을 구사나기는 삼켜 버렸다.

"아주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해 주고 싶지만, 생각해 보니 그건 마땅히 자네 일을 한 것뿐이야."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어. 윗사람에게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지, 오래된 기록을 일일이 뒤졌지, 그게 보통 일인 줄 알아?"

"그 모든 게 자네를 위한 일인데 뭘. 그건 그렇고, 어땠어?"

"교통사고가 일어났던 당시의 일을 조사하는 것. 여자 애의 아버지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 가능한 한 자세히 조사해. 아마 모리사키 레이미라는 이름이 나올 거야."

"신코짱은 그 인형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부인도 아시겠지요. 그래요. 레이미, 라는 이름. 그리고 그 애는 레이미짱에게도 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쿠라이가 아니에요, 그건. 신코짱에게 레이미짱은 매주 찾아오는 상냥한 아주머니의 아이였으니까요. 모리사키 레이미, 인형의 이름은 그렇게 완성된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사카기 주변에 모리사키 유미코의 불륜 상대가 존재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초등학생이 어른 남자와 친하게 지낼 기회는 별로 없어. 같이 노는 친구의 아버지, 그게 타당한 선일 거야."

"사카기는 지금도 자신이 왜 모리사키 레이미라는 이름을 꿈에서 보았는지 몰라. 인형 하나에 얽힌 추억이 자신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말이야."

"인간은 모두 뭔가에 조종당하고 있는 존재니까."

나가이 기요미는 노란 정장을 입고 있었다. 레몬처럼 선명한 노란색. 기요미가 좋아하는 색이다. 커피숍은 넓으면서도 붐볐지만 그 선명한 색채 덕분에 호소다니 다다오는 바로 그녀를 알아보았다.

첫 데이트 때 그녀는 그즈음 사진에 푹 빠져 있다는 말을 했었다. 실제로 그 자리에서 사진을 몇 장 보여 주기도 했다. 나름대로 깨끗하게 잘 찍은 것이긴 했지만 이렇다 할 특징은 찾아볼 수 없는 사진이었다. 패션 감각으로 셔터를 누르는 것이라고 호소다니는 생각했다. 언젠가는 개인전을 열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꿈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자네의 정말 나쁜 버릇이 뭔 줄 알아? 가장 중요한 것을 맨 나중에 이야기한다는 거야. 그 말을 빨리 했더라면 다른 답을 낼 수도 있었을 텐데."

"문명의 이기에 너무 의존하면 인간성이 퇴보하고 말 거야."

조간신문에는 별로 주목할 만한 기사가 없었다. 구사나기 는 종이 팩에 든 우유를 스트로로 빨아들이면서 스포츠난을 살펴보았다. 그가 응원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9회 말에 역전패했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조간신문을 덮었다.

진저리를 치면서 쓰레기를 주워 들고 좁은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불을 늘 깔아 두는 통에 바닥에는 발 디딜 틈도 없다. 이래서는 애인이 생긴들 데려올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서글퍼졌다.

유가와는 유리 막대기를 가리켰다. 빨갛게 달아올라 빛을 내던 유리 막대기는 이윽고 스스로의 열에 녹아 버렸다. 그러자 전구의 불도 꺼졌다.

"마지막에는 자신을 파멸시키고 마는군."

"폴터가이스트는 독일말로 ‘시끄러운 영’이란 뜻이야. 가구 따위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방 전체가 마구 흔들리는 것은 영이 소란을 피우기 때문인데, 사실은 자네가 더 소란스러워."

"아주 좋아. 예상대로야. 조건이 잘 들어맞아. 낡은 건축 자재에다 집의 구조, 모든 게 이상적이야."

괴현상이 일어나기에,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물체에는 제각기 고유 진동수라는 게 있어. 어떤 물체에 가해진 힘의 진동수가 그것과 일치하는 경우 그 물체는 격렬하게 흔들리게 돼. 그것이 바로 공진 현상이지. 어떤 원인으로 이 맨홀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는 바람에 공진 현상이 일어났을 거야."

그 원인이란 지면에 어떤 힘이 가해지는 것이라고 유가와는 추리했다. 예를 들면 구덩이를 파는 것이라고.

식탁에는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반찬이 올라와 있었다. 세이코는 고기반찬을 잘 만들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아서다. 미네무라 히데카즈가 담백한 백포도주를 가져온 것도 그녀의 그런 취향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오키는 그의 그런 세심한 배려가 마음에 들었다. 구석구석 신경을 써 주고 섬세하다. 기술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지, 라는 건가. 그래서 신비주의 사건 담당 구사나기 형사가 불려 나온 게로군."

"자네가 마음에 걸리고 안 걸리고는 자유지만 나까지 끌어들이는 건 곤란해. 학생들의 말도 안 되는 리포트를 채점하느라 바쁜 몸이니까."

"자네에게 과학적인 진리라는 말을 들으면, 21세기에 희망을 걸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니 참 신기하기도 하지."

"예지몽이란 확률의 결과라고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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