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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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36년 스페인에 갔다. 처음부터 거창한 혁명가가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파시즘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총을 들었다.

바르셀로나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내가 본 것은 이전에 알던 유럽의 도시와 달랐다. 노동자들이 거리를 장악하고 있었고, 계급을 드러내던 옷차림과 호칭이 사라져 있었다. 상점과 호텔에는 노동자 조직의 깃발이 걸렸고, 사람들은 적어도 잠시 동안은 자신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믿었다.

나는 아라곤 전선에서 싸웠다. 총은 낡았고 탄약은 부족했으며 군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엉성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내가 쉽게 잊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서로를 계급으로 나누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로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파시스트와 싸우던 사람들이 이제는 같은 편끼리 서로를 의심했고,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POUM이 서로를 적으로 몰았다. 어제까지 함께 싸우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반역자가 되었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사실이 바뀌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전쟁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사람의 목숨만이 아니다. 진실도 함께 희생된다.

내가 카탈루냐에서 보고 기억한 것은 단순히 ‘카탈루냐 사람들이 독립을 원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파시즘에 맞서 싸우던 사람들이 자유와 평등을 꿈꾸었고, 그 꿈이 권력투쟁과 선전 속에서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보았다.

그래서 내가 카탈루냐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들이 언제나 옳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곳에서 인간이 무엇을 꿈꾸었고, 정치가 그 꿈을 어떻게 뒤틀 수 있는지를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역사를 지워서는 안 된다.

누군가 과거를 마음대로 고쳐 쓰기 시작하는 순간, 오늘의 진실도 함께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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