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호전은 글자 그대로 잔인하고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참호 안은 불결했으며, 섣불리 돌격에 나서다가 적의 무시무시한 화기의 반격을 받아 수많은 병사가 꼼짝없이 쓰러져 죽는 운명에 처했다. 베르됭 요새 공방전에서 프랑스군이 입은 병력 손실은 3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엄청났다. 솜 전투(Bataille de la Somme)에서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입은 병력 손실은 그 두 배에 달하는 60만 명 이상이었다. 병력 손실이 너무도 크고 심각해서 프랑스군 내부에서는 병사들의 대대적인 반란이 일어났다. 그러나 다행히도 전쟁 막바지에 미군이 참전하면서 영국군과 프랑스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

병사 대다수가 사망하는 참혹한 전투에서 프랑스군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 바로 알코올 음료 ‘와인’이었다. 오늘날 전 세계 대다수 군대가 전장에서 음주를 엄격히 금지하는데, 당시만 해도 음주에 상당히 관대한 편이었다. 실제로 그 시절, 병사들은 전쟁터에서 물 대용품으로 와인을 마실 수 있었다. 와인의 취기를 빌리지 않으면 비참한 참호 생활을 견디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목숨을 건 돌격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서 와인은 물과 소독약을 대신하는 귀중한 보급품이 되어주었다.

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 | 나이토 히로후미 저/서수지 역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5-08-16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마전에 읽은 목로주점에서 주인공들이 와인에 빵을 적셔 먹고 물처럼 마시는걸 보고 깜짝 놀랐네요. 그 시절 하층민들도 물처럼 마실 수 있을만큼 싸구려 와인은 값이 쌌구나 했어요. 참호전을 생각해보면 기꺼이 조국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영웅적인 죽음을 생각했을 사람들도 자신이 아무것도 못하고 참호에서 죽어가리라는 생각은 못했겠지요. 실질적인 어려움과 그런 마음속의 자괴감이 와인이라도 없으면 견디기 힘들었을거 같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