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를 훔쳐라 - +3
하라 켄야 지음, 이규원 옮김 / 안그라픽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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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밀라노로 향하는 아침 

일본 인공섬유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리는 전람회를 밀라노에서 개최한다. 그 전람회를 위해 파리 공항에서 혼자 밀라노행 환승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 5시. 탑승까지는 아직 2시간이나 남았다.  

인공섬유란 말 그대로 인간이 만들어 낸 섬유이다. 비단이나 면, 양모나 마 같은 천연섬유가 아니다. 오로지 석유에서 정제된 원료로 만들어진다. 그 시작은 값비싼 비단의 대용품이었다. 나일론스타킹이 상징하는 질기고 부드러운 섬유는 현대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된다. 일본은 고도성장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 수출상품의 핵심으로 의류용 인공섬유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은 의유룡 인공섬유 생산은 거의다 인도나 중국으로 옮겨 가고 있다. 비싸진 엔화나 인건비로는 경쟁이 되지 않는 탓이다. 

그러나 일본의 인공섬유가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도한 기술로 천연섬유와는 또 다른 소재 분야를 창조하기 시작했다.(271) 

머리카락 굵기의 7,500분의 1 나노파이버, 쇠보다 강한 탄소섬유, 입체성형이 가능한 몰딩파이버, 날줄과 씨줄이 아니라 세 방향의 실이 60도 각도로 교차하는 삼축직물, 금속처럼 전도성을 띤 일렉트로파이버 등...... 그 쓰임새도 인공혈관, 풍력발전 프로펠러, 항공기 동체처럼 환경 전반으로 퍼져 나가고 있따. 즉 일본의 인공섬유는 환경의 피막을 만드는 세포처럼 첨단소재로서 착실하게 성숙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 섬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알기 쉽게 눈에 보이는 형태로 평이하게 알렸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에게 들어온 의뢰였다. 의뢰주는 산업통산성. 

내 전문분야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물건'을 만드는 디자인이 아니라 '사건'을 만든다. 즉 사람 머릿속에 사건을 만든다. 잠재성이나 가능성을 알기 쉬운 사건으로 만들어 가는 것도 내 일에 포함된다. 물론 인공섬유의 매력을 가시화하는 과정이 명확하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채택한 수법은 '전람회'이고, 그것을 펼칠 장소로 택한 것이 밀라노였다. 전람회는 몸을 움직여 직접 대상물을 접하고 체험케 하는 미디어이며, 신체감각에 확실하게 호소할 수 있다. 이제 살아 있는 세포마저 떠올리게 하는 지적인 섬유의 감촉을 전하려면 이것밖에 없다. 또 4월의 밀라노는 거대한 가구박람회전인 <밀라노 살로네>가 매년 개최되고 있어 제조업자, 바이어, 미디어 관계자,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30만 명 넘게 모여들고 있다. 의류 분야를 뛰어넘어 환경 전반으로 퍼져 나가는 인공섬유의 매력을 다방면에 걸쳐서 알리려면 여기보다 나은 곳이 없다. (272~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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