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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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일본 소설에 빠져서 밤새 읽던 시절에 미나토 가나에라를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고백"이라는 책이었는데 해바라기가 예쁘게 그려져있는 표지가 예뻐서 봤다가 정말 페이지를 다 보도록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 충격적이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고(내용상 재미란 표현이 적절하진..않은듯하지만; )

어린 나이가 갑자기 사망한 딸이 사고사인줄 알았는데 살해사건이란 걸 알고 스스로 복수를 하고자하는 엄마의..무섭고...슬픈이야기. 책 속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이해불가의 모습들이 많긴하지만 현대의 아이들과 많이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씁쓸하기도 한 책이다.

 

 

 책과 영화의 내용을 비교와 상상해가면서 보는 즐거움이 있으니 혹시라도 못보신분들은 시간나실때 보시면 좋을 듯하다. 책은 오래전에 봤지만 워낙 인상깊어서 내용을 잊지 않고 있었고, 영화는 조각들을 보고 나서 고백이 생각나서 어제 봤는데 뭔가 새로웠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책이었기에, "고백"이란 하나의 작품으로 너무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분의 신작이라고하여, 어머나 이것은!!! 이라며 ㅎㅎ 꼭!! 꼭!! 봐야한다!! 라고 보게 된 "조각들"


이 작품은 "미용"에 대한 이야기 이다.

 

당신이 가지고 싶은 '아름다움' 그리고 '행복'은 누구의 눈을 통해 본 것입니까?

 

'아름다움=행복'이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하게 되는 문장이었다.

살면서 아름다우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종종했지만 그게 곧 행복이다라는 생각은 많이 안해봤기 때문에, 처음 이 문장을 봤을 때 약간 멈칫했었다.


 내가 주변에서 보는 어여쁜 사람들, 남녀노소를 통틀어서 누가봐도 우와소리 나오는 조각같이 잘생긴 사람들을 보면서부럽다고 종종 생각했었는데. 내가 과연 저사람들은 다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해본적이 있었을까.

나는 행복의 조건 중에 "아름다움"을 포함하고 있었던가? 만약 아니라면 너무나도 당연하다 생각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가..


 어느 날 한 소녀가 사망한다. 수 많은 도넛이 주변에 깔린채로.

소녀는 왜 죽어야했을까.


 이야기는 소녀의 죽음을 던진 후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의 전개는 "고백"에서 처럼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일기같기도 하고, 나에게 직접 말을 거는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이사람들의 대화 속에 함께 하는 듯하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특이하다. "고백"에서 처음 느꼈던 그 신선함. 조각들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났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달라지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백"이나 "조각들"에서나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희생된 소녀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들.  

 

 

사망한 아이는 기라 유우. 아이는 뚱뚱하다는 시선을 받는 아이였지만 새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친엄마와의 행복했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귀엽고 활기찬 아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도넛을 주변사람들과 함께 나누려고도 하는 마음 따뜻한 아이이기도 했고.


 그런데 안타깝게도 유우 주변에는 좋은 어른이 없었다.

아이를 아이 그대로 보거나 아이의 마음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 어른은 없었다.

본인의 경험에서, 본인의 기억에서..그러니까 오로지 본인의 입장에서 유우를 판단하고

그 아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어른들 뿐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다 어른이 되어가지만 좋은 어른이 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란걸 새삼...알게 되었다.


주변 어른들이 유우를 걱정하고, 유우의 새엄마를 비난했던건 오로지 유우의 뚱뚱한 몸 때문이었다. 왜 단 한사람도 유우와 진정한 대화를 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만 판단하려 했을까..

하다못해 그녀의 가족들,  학교 선생님까지도..누구하나 이 아이의 마음에 대해서 알아보고했다면..아이는 그렇게 가지 않았을텐데.


 처음엔 유우 주변의 어른들을 비난했었다. 왜저렇게 본인 입장에서만 판단하려할까..그런데 객관적으로 내 눈앞에 친모가 아닌 사람과 살고 있는 아이가 걸음이 힘들정도로 살이 찐 상태라고 하면. 나는 그 아이가 제대로 돌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잠깐만 생각해도 나는 후자에 손을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저렇게 살이 찌도록 방치하는 것도 학대다..라고 내가 그동안 받아온 교육 등을 근거로 판단하고, 비난할것이다. 나도 아마 그런 어른이겠지.


어쩌란 말이냐 이거지. 결국 학교뿐 아니라 세상 전반이 어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걸로 사람을 판단하게 돼.

그래, 외모. 미인이야, 아니냐. 잘생겼나, 못생겼냐. 키가크냐, 작냐. 날씬하냐, 뚱뚱하냐. 있는 그대로가 개성이 되면 또 몰라도 홑꺼풀은 애교가 없다는 둥, 못생긴 애들은 성격이 나쁘다는 둥,

뭐, 이건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 외모로 성격까지 단정

짓는 경우가 있잖아?


 책 속에 나오는 문구다. 과연 저 물음에 니가 틀렸어! 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조금, 아니 좀 많이. 묵직하고, 답답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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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 새하얀 밤을 견디게 해준 내 인생의 그림, 화가 그리고 예술에 관하여
이세라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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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화가도, 모두가 좋아하고 아는 그림들도.

좋아는 하는데 아는게 많지 않아서 미술이란 단어를 쉽게 생각하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래도 미술관에서 가만히 작품을 보는건 좋아해서 작년까지만해도 시간이

되면, 기회가 되면 종종 미술관에 가곤했었다.

보고픈 전시회가 있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결국 마지막날, 게다가 휴일에 한 번 갔다가 작품보다는 내 앞사람의 뒤통수를 더 많이 보고나서는 역시 전시회를 맘껏

보려면 평일이구나..했던 경험도 있었고.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을 때 가서 볼 수 있다는게 정말 행복한 일이었구나..하는 걸

올해 새삼 깨닫고 있다. 미술관도 그 중 하나다. 올들어서는 미술관에 한 번도 가

보지를 못했으니까. 3월이 지나면, 5월이 지나면..상반기가 좀 지나면..싶었던게

7월의 끝자락이다.

가끔 우울하고 가끔 짜증이 나지만 이렇게 책으로라도 접할 수 있는게 어디냐싶다.

"이세라"라는 작가분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꽤나 유명했던 분 같다. ㅎㅎ

기상청의 기상캐스터에서 연합뉴스TV의 기상캐스터로, KBS의 기상캐스터로

활동했고 2016년도부터는 "영화가 좋다"라는 프로를 3년간 진행하기도 했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관련 프로를 찾아보기도 하는데, 진행자에는 별관심이 없어서 여전히..

몰랐다;;;

보통의 내가 가끔 TV에서 보는 젊은 기상캐스터분들은 예쁜 의상을 입고, 똑부러지게 날씨에

대해서 설명한다. 충분히 멋진 사람들인데 보여지는 것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나 자신을 "애매한 사람"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10년 가까이 방송을 하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고, 말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자주 말에 환멸을

 느꼈다. 나를 더 적극적으로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 자기 과시가 게임의 주요한

방식으로 통용되는 세계에서 나는 스스로가 낙오자 같았다. "

프롤로그의 첫 시작이었다. 보여지는 면 외에 다른 부분이 당연히 있을테니까..

보여지지 않았던 면을 볼 수 있는 책이겠구나싶었다.

 

목차를 보면 중간중간 작가명이 없는 부분이 있다.

이부분은 특정 작가에 대해서 다루는게 아니고, "이세라"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음대로 미술관에 가지 못하는 요즘, "대리만족"을 느껴보고자 선택했던 책이었다. 잠깐이나마 책 속에 칼라로 담긴 그림들을 보면서 홀로 쓰담쓰담하자고.

그래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건데 그 가벼웠던 마음이 페이지를 넘길 수록 무게감이 조금씩 느껴졌다. 나로인한게 아니라 "이세라"라는 사람으로 인해.

 

 

학생시절, 보고싶어서가 아니라 과제 때문에 억지로 갔던 전시회장에서 보았던

그림들에 대해서는 기억이 흐릿하다. 열심히 보지 않았고, 기억할 생각조차..없이

친구들과 전시회장을 나가서 먹을 떡볶이 생각만 했었으니까. ㅎㅎ

누구의 그림인지도 잘 모르고 보던 그때 자화상을 볼 때마다 매번 들었던 생각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은 이렇게 본인의 모습을 사진이 아닌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남길 수 있어서 좋겠다였다. 당시 내 눈엔 그저 다 잘 그린 작품들이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원해서 갔던 전시회들에서 본 자화상은 모두가 잘 그린 작품들만 있었던건 아니었다. 다른이도 아니고 본인을 그리는건데...최대한 멋지게, 이쁘게 그리지 왜 이렇게

우울하게, 슬프게 그렸을까..마리 크뢰위에르의 부분을 볼 때가 한밤중 TV도 끄고 완전히 조용한 방에서 홀로 보고 있었는데 솔직히 그림을 보고 무서웠다 ㅠ

1889년과 1890~1891년 사이에 그려진 두 장의 자화상은 유명 화가의

아내이자 최고의 뮤즈의 여성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내면에 우울함만 가득차 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책을 읽지 않고 그림만 봤다면 그냥 우울한 여성이었구나하고 지나갔을 텐데,

놀랍게도 1980년의 자화상에서 그녀가 손에 붓대로 보이는 가느다란 물체를 쥐고 있다는 설명이 있다.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모를 흐리멍덩한 눈빛이지만, 마리는 그 순간에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잊지 않는다.

내가 마리의 자화상에서 발견하는 건 좌절이나 체념의 마음이라기보다는

"나는 아직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강인한 의지다.

그런 마음은 결국 어떤 순간에도

다시 길을 찾게 만들고 삶을 지탱하는 보루가 되어준다. ".

이런건 정말 누군가의 설명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이니까. 이런 내용을 알게될때마다

흐뭇하다. ㅎㅎ1장 그림 앞에 서는 시간. 1장은 작가 스스로의 자기성찰(?) 같은 느낌이었는데, 시작이 좋았다.

2장 나의 모든 시작의 순간들. 2장은 좀 더 본격적으로 작가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영화 <브루클린>,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이 부분은 작가나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살짝 옆길로 새는 느낌이긴 했지만 쉬어가는 코너처럼읽고

지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음에 바로 "잭슨 폴록"이 나왔으니까. 예전에 연극 레드라는

작품을 보고나서 거기 주인공이나 그렇진 않았지만 관심 갖게 된 작가중에 한 분이다.

모범적인 삶을 살다 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분이 남기고 간 작품들은 힘이 느껴져서

 왠지 모르게 호감이 간다는; 기회가 된다면 꼭!!! 전시회에서 보고 싶은 작품 중에 하나다.

 

3장 다시는 망설이지 않겠다. 3장은 문장처럼 앞의 내용들을 조금...다짐??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자존심은 밥도 돈도 될 수 없지만 때로는 밥과 돈보다 더 소중한, 온몸을 던져 지켜내야 하는 어떤 것이 된다. 존엄을 갖춘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동시에 타인이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둘 모두가 우리에게는 똑같이 중요하다. "

4장 아름다운 날들은 언제라도 온다. 4장은 예상과는 다르게 작가분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가나온다. 이분의 개인사는 정말 몰랐던 부분이라 글을 통해 알게됐을 때는 좀...의외다 싶었다.

그러고나니 프롤로그에서 보았던 글들이 좀 더 이해가 되는 것도 같고.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다른 미술작품을 다루고 있는 책들처럼 "작품"에 대한 책인줄 알았다.

그래서 멋진 작품들, 알지 못했던 혹은 알았어도 잘 몰랐던 작가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초반에는 그게 아닌거 같아서 조금 실망도 했었다. 읽다 보니 작가분의 에세이네..싶어서 ㅎㅎ 그런데 그게 또 싫지가 않았다.

에세이란게 작가분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거고..내 경험상(?) 좋은 얘기보다는

아프거나 슬픈 이야기가 더 많은거 같다. 그래서 뭔가 내 스스로가 우울하다 느낄 때는 찾아읽기 보다는 다음으로 미루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좀 으쌰으쌰???하게 되는 그런..부분이 있는거

같다.

중간중간 미술작품이 더해져서 눈도 즐겁고. ㅎㅎ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묵직함도 있고, 눈호강도 하고. 마지막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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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스틸
린지 페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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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도, 내용도 보기 전에 화려한 표지가 눈에 확 들어온 책이다. ㅎㅎ

먼저 표지에 반하고, 그 후에 제목을 보고 내용을 봤다는;;

사진으로도 참 화려하니 아름답지만 실물은 더 아름답다. 아하하하;;

진짜 나는 이쁘게 나온 표지에 약하다..그래도 항상 품에 안고 보면 기분이 좋으니까.

이런 점은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될듯~

 

 이 책은 오랜 고전 중의 하나인"제인 에어"를 오마주한 작품이라고 한다.

어릴 때 읽어서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당한 여인이 등장했던 책이라는 점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는. 근데 이 책은 당당함을 넘어서서 좀..섬뜩함을 느낄 수 있는 당당함??

 

 

 

 소녀 제인 스틸은 어렸지만 약한 아이는 아니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남은건 어린 본인과 병약한 어머니.

본채에 살고 있는 숙모와 사촌 에드윈.

숙모와 사촌은 한번도 그녀들을 따뜻하게 대하지 않았다.

 

" 그래. 그런데 네 어머니가 기생충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넌 부끄럽게 생각은 하니?"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에드윈이 모습은 상상만으로도...이마에 주름이 잡혔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다시 생각하면..아니다. 그래도 에드윈은 좋은 녀석은 아니니까.

 

 그들이 살고 있는 하이게이트 하우스는 아버지의 온전한 소유였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당연히 제인 스틸과 그녀의 어머니에게 소유되어야했지만, 그녀는 어렸고 어머니는 병약했으니..

게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는 제인 스틸의 곁을 떠났다.

숙모는 제인 스틸을 어머니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 제인 스틸은 울며 매달렸지만

결국은 거절 당했다.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제인은 생각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저들이 나를 어떻게 처리할까?"

"어머니는 어쩌다 돌아가셨을까?"

"어머니를 매장하는 모습을 왜 내가 보면 안된다는 거야?"

고작 아홉 살.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잃은 아이가 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사촌오빠란 아이는 제인을 겁탈하려고했다. 그런 에드윈을 막으려다가 제인은

의도치 않게 첫 살인을 한다. 이 일은 그녀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음...소설의 아주 초반이었지만 나는 이때 약간 제인에 대한 편견(?)이 생겼던 것 같다.

그녀가 본인이 물론 의도한건 아니지만, 어쨌든 한 사람을 죽였는데..그로인해 분명히 충격도 받았는데..뭔가..살인을 했다는 점에 대한 두려움??그런건..안드러나는 거 같아서;;

그리고 약간 영화 "향수"의 남 주인공이 겹쳐보이기도했다.

그가 자신의 능력으로 살인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그 능력(?)을 막...드러내는 그 장면들이 생각나서..제인도 어쩌면 살인이 실수가 아니라 본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어떤..능력으로 인식하는 건 아닐까.

 

 이후 그녀는 로완 브리지라는 학교에 보내진다.

부유하지만 작위가 없는 가문 출신, 가난하지만 작위가 있는 가문의 출신, 굳이 오지 않아도 보내진 사람들, 제인 처럼 돈 많은 친척의 분노를 사서 다른 사람들의 사유지에서 종처럼 일하는 신세가 될 고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학교였다. 제인에게는 첫 사회생활(?) 같은 곳이었는데 시작이 좋지 않았다.

아이를 위해 보낸 곳이 아니다 보니..교장이란 사람부터가 썩은 사람..ㅠ_ㅠ

학생들을 고문하듯이 괴롭히며 고통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즐기는..친구란 존재가 생기면 그 사이를 이간질 시키고, 친구란 존재를 믿기보다 밟고 올라서도록 가르치려하는 곳이었다.

 

"어머니를 다시 만나기 위해 지옥으로 가야 한다면 가야지.

나도 사람의 형상을 한 재앙이 될 거야.

다만 아름다운 재앙이 되어주겠어."

 

 결국 학교를 도망나온 제인. 그때부터는 정말 현실이었다.

잠자리, 먹거리...타인으로부터의 위협에서 자신과 친구를 지키고, 돈을 벌어야했던 생활.

학교에서 함께 도망나온 친구와 어렵사리 잘 견뎌냈지만 숨기고 싶었던 사실을 친구에게 들키면서

친구는 제인을 떠난다.

 

 그리고 얼마후 제인은 신문에서 그녀가 떠나온 "하이게이트 하우스"에서 가정교사를 구한다는

구인 광고를 봤다. 그녀의 고향, 그녀의 어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곳.

그녀는 하이게이트로 돌아가고자 한다. 가짜 추천서를 만들어 지원해서 제인은 하이게이트 하우스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책을 1, 2부로 나누면 그 기점이 제인이 다시 하이게이트 하우스로 들어가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어릴적 살았던 집으로 돌아가기전까지만해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던 제인.

다행히 함께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고 제인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된 제인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어머니가 그렇게 갑자기 제인 곁을 떠나지 않았다면..

무사히(?)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제인의 모습은 다시 돌아와 본인이 가르치게 된

"사자라"를 아끼고 사랑하는 제인 스틸의 모습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말 하면 좀 그렇지만..그녀가 죽인 사람들 대부분..아니..전부..

손필드의 말처럼..쓰레기 같은 사람들이었으니까 ㅜ

 

 초반에 생각했던 향수의 남주인공 같은 모습은 2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향수의 남주를 겹쳐봤던게 살짝..미안해지기까지했다.

 

 

 1부에선 완벽하게 제인 스틸의 이야기였으면, 2부에서는 제인 스틸과 하이게이트 하우스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론 무거운 느낌이 강한 1부보다는 사연도(?) 많고, 스펙타클한 2부가 정말

재밌었다. 아, 물론 1부도 재밌다. 등장하는 인물과 이야기를 재밌다고 표현하면 좀 그럴지 모르지만;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갔으니 재밌다고 일단은 표현하기로 ㅎㅎ

아..표현력 부족진짜 ㅠㅠ

 

 2부에선 등장인물들도 많아지고, 뭔가 내용이 화려(?)해진다.

생각지 못했던 인물들, 사건사고들.

그리고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1부는 왜그렇게...못난이...나쁜 사람, 안타까운 상황들만

등장해서..보는 내내 주먹 불끈했는데..

2부는 약간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숨겨진 비밀(?)에 분노하다가도 실타래가 풀리는 거 같아서 안심이 되기도 하고, 어쩌면 제인이 행복해 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도 갖게 되고..

혼자서 이랬다가 저랬다가..ㅎㅎ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정말 재밌게 읽었다.

만약에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밌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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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켈비의 자연광 인물사진 찍는 방법
스콧 켈비 지음, 홍성희 옮김 / 정보문화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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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있어 "잘찍은 사진=운"이었다.

마음은 있는데 결과물은 표지를 찍은 저 사진의 빛 만큼 엉망이 대부분이라..

10장을 찍으면 그중에 살아남는건..많아야 한 두장 정도?

예전에는 사진찍는거에 별 관심도 없었고, 사진이 남는거란 말도 크게 공감하지 않아서 완전 똥손일지라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업무 때문에 행사 사진을 찍는 다거나 뭔가 기록을 위해서 사진을 찍을 땐 좀..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똥손인지라; 팀장님이나 과장님이 내게 사진을 찍으라 하시면 아하하하...맘속으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과연 잘 찍을 수 있을까...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인데..기록으로 잘 남길 수 있을까 싶어서 내내 불안불안..그래서 한두장이면 될 사진을 기본 20장은 찍고 본다

는..뭐..이중에 한 두 장은 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간곡한 마음을 담아서;;

 

 

 

똥손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 건 어쩌다 기회(?)가 오는 업무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몇년 전부터 다니기 시작한 여행때문이었다. 가족여행도 거의 가지 않았던지라..

회사에 입사하고 동기들하고 슬쩍슬쩍(?) 여행이란걸 다니기 시작했다.

초반에만해도 사진찍는게 어색하고, 찍히는건 더더욱 싫고.. 그래서 여행을 가서도 굳이 카메라 안에도, 밖에도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근데 여행을 다니다 보니 그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귀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기억속엔 지우개가 있는지라 아무리 좋은 기억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진다는 걸 알게 됐다.

그 흐릿해지는 기억을 되살려줄 수 있는 것이 사진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고.

그러면서 멋진 장소나 좋은 사람들과 있을 때는 종종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약간의 좌절감을 맛보는 경우가 많아서..내가 내 사진을 잘못 찍는 경우라면 덜했지만, 누군가를 찍어주고 나서

그 사진이 내가 봐도 너무 엉망이면 상대방에게 진짜 미안했다. 상대방의 추억을 망친거 같아서 ㅠ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일이면 기왕이면 핸드폰 카메라가 아니라 하나의 카메라를 가져보자 하고

작년에 카메라를 하나 사긴 했다만,역시.. 없던 카메라가 생긴다고해서 똥손이 금손이 될 순 없었다.

몇 번 카메라를 들고 나가보긴 했지만 몇 장 찍다가 이내..슬그머니 가방안에 넣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그저 반가웠다. 그래 역시 답은 책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ㅎㅎ솔직히 배우고는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하는지 도저히 모르겠고..왠지 전문가가 아니라면 사진을 배우고자 한다는 것도 좀 이상한거 같고;

저자인 스콧 켈비는 전무가이다. 사진가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하고 라이트룸, 포토샵과 사진 온라인

교육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이런 책을 비전문가가 쓰긴 어렵겠지만 ㅎㅎ

역시나 책은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인물사진용 렌즈부터 카메라 설정이나 태양광 이용, 구도, 심지어 포즈까지 담겨있다.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솔직히 사진을 찍을 때 그 사람에만 집중했지 구도나 주변 배경, 내가 어떤걸 중점으로 찍어야할 지도 생각하지 않고 찍었던것 같다. 그러니...좋은 사진이 운이라고밖에;;

저렇게 개인을 찍을 때도 초점을 맞추는 방법을 알려주고 더 좋았던 건 그 위에 여러 열로 배치된 단체사진을 찍을 때 초점 맞추기!! 사실 야외에서 다른이의 사진을 찍어주는 경우에 한 명 보다는

한 명 이상인 경우가 더 많으니까 이런 꿀팁은 알고 있으면 정말 유용할 듯!!

 

 

 

                                

 솔직히 초반에 렌즈, 반사판 같은 부분들이 나올때는 너무 전문적인 책을 택했나 싶었다.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는데 상급반을 들어간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

그랬는데 보다보니까 좀 어려운 용어같은건 나름 설명을 해주었고, 그래도 모르는거면 내가 찾아보기도 하고. 중간중간..드롭 더 마이크같은...작가분의..유머아닌 유머도 보이고 ㅎㅎ

한 번에 보고 다 기억할 순 없는지라 여행가기 전날 밤 같을 때 예습&복습의 마음으로 보고 출발하면 한결 마음이 든든해질 것 같은 영양가 있는 독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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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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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비슷한 시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두 권이나 연달아 읽었다.

워낙 좋아하는 작가고 아직까지 크게 실망한 적이 없어서 연달아 읽어도 즐거웠다는.

먼저 읽은 "내가 그를 죽였다"는 결말에 살짝 아쉬움이 있었지만 읽는 동안은 즐거웠고,

나중에 읽은 "숙명"은 결말에 이를때까지 정말 재밌었다.


 유사쿠는 차가 달려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차가 문을 나서기 직전

그 소년이 뒤돌아 그를 보았다. 그 장면은 한 장의 사진처럼 유사쿠의 뇌리에 강하게 새겨졌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서장" 의 끝 부분이다.

초반에 읽을때는 몰랐지만 다 읽고 나니 서장의 내용이 이야기 전체를 압축시켜놓은 듯했다.

그리고 표지의 두 아이의 모습이기도 했다. 알고 보니 참..새삼 감탄스러웠다는..


"의사하고 기업은 서로 적입니다.

 기업은 사람의 몸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걸 무시하면서 번창해 가는 거죠.

의사는 죽을힘을 다해 그 뒤처리를 하고 있어요.

불도저로 깔아뭉갠 잔디를 하나하나 다시 심는 마음으로요. "


UR전산 주식회사의 장남이지만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고 의사가 된 아키히코.

의사와 기업은 서로 적이라 말하는 그는 아버지의 비서였던 미사코와 첫 만남에서 그녀에게

반한 듯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데이트를 하던 중 아키히코는 미사코에게 청혼했고 싫지

않았기에 미사코는 그와 결혼한다.


" 이 사건은 내 사건이다. 내 청춘이 걸려 있다. "

 

의사를 꿈궜지만 연이은 불행에 꿈을 접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형사가 된 유사쿠.

유사쿠에겐 평생 잊지 못하고 지낼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동급생으로 만났지만 여러 면에서 앞지르지 못하고 매번 유사쿠를 좌절하게 했던, 

끝까지 이기고 싶었지만 이기지 못했던 남자아이.

우연히 만났지만 점차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되고..어쩌면 평생을 같이 하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헤어져야했던 여자아이.

기억 속에 잊지 못하고 살아가던 중 살인사건 수사 중에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실이 아닐까. 그 실이 아직 존재하고 있어서

지금도 내 인생을 조종하는 게 아닐까.."


평범한 듯 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우연을 가장해서 이어지는 행운에 문뜩 불안감을 느꼈던 

미사코.

본인의 학벌이나 성적으론 불가능할 거라 여겼던 대기업에 보란듯이 취직이 되었고, 회장의

아들과 만나게 되어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었다. 모두들 그녀를 신데렐라라 불렀지만 그녀는

내심..이런 우연한 행운이 불안하기만 했었다.


 아키히코의 아버지가 지병으로 사망하자 UR전산의 대표이사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순번처럼 자연스럽게 회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이었고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대표이사가 아키히코 아버지의 유품 중 하나였던 석궁에 의해 살해 된 채로 발견된다.

사건 해결을 위해 경찰이 투입되었고 그로 인해 만나게 된 아키히코, 유사쿠, 미사코.


 소설 속 중요 사건은 새 대표이사의 살인사건이었는데 그보다 더 흥미를 유발하는 건 세 사람의 관계였다. 정확히는 과거로부터 이어온 관계. 셋 중 누구도 상상 못했던.

그 뿌리는 상당히 깊었다. 셋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고,

이는 셋을 불행하게 하고 있었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특이하게도 데뷔 전엔 이공계 출신의 엔지니어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 중에는 단순히 누군가를 죽이고 범인을 찾는 살인사건 외에도 이공계에서나(?) 가능한 소재들이 종종 등장해서 극의 즐거움을 더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특이한 이력이

빛을 발한다. 이전 작품들 중에서도 등장했던 소재이긴 하지만 매번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일들 속에 누군가의 삶이 다뤄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기계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인간관계를 참 따뜻한 시선에서 바라보게 한다는게

이분의 장점인 듯 하다.  


 유사쿠의 집요한 노력으로 사건은 해결되었다.

그런데..사건 이후에 세 사람이 남았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분이라면 누구라도..

살해된 사람이나 용의자, 범인에 대한 부분보다 이 세사람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아키히코에게 마음이 쓰였다.


" 나 이외의 사람이 내 인생을 정하는 건 딱 질색이야.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이야."

어쩌면 평범해 보이는 저 문장이. 아키히코에게는 다른 의미였을거 같아서.


 비록 소설이지만, 사건 이후에 아키히코, 유사쿠, 미사코가. 이후에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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