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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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일본 소설에 빠져서 밤새 읽던 시절에 미나토 가나에라를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고백"이라는 책이었는데 해바라기가 예쁘게 그려져있는 표지가 예뻐서 봤다가 정말 페이지를 다 보도록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 충격적이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고(내용상 재미란 표현이 적절하진..않은듯하지만; )

어린 나이가 갑자기 사망한 딸이 사고사인줄 알았는데 살해사건이란 걸 알고 스스로 복수를 하고자하는 엄마의..무섭고...슬픈이야기. 책 속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이해불가의 모습들이 많긴하지만 현대의 아이들과 많이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씁쓸하기도 한 책이다.

 

 

 책과 영화의 내용을 비교와 상상해가면서 보는 즐거움이 있으니 혹시라도 못보신분들은 시간나실때 보시면 좋을 듯하다. 책은 오래전에 봤지만 워낙 인상깊어서 내용을 잊지 않고 있었고, 영화는 조각들을 보고 나서 고백이 생각나서 어제 봤는데 뭔가 새로웠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책이었기에, "고백"이란 하나의 작품으로 너무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분의 신작이라고하여, 어머나 이것은!!! 이라며 ㅎㅎ 꼭!! 꼭!! 봐야한다!! 라고 보게 된 "조각들"


이 작품은 "미용"에 대한 이야기 이다.

 

당신이 가지고 싶은 '아름다움' 그리고 '행복'은 누구의 눈을 통해 본 것입니까?

 

'아름다움=행복'이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하게 되는 문장이었다.

살면서 아름다우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종종했지만 그게 곧 행복이다라는 생각은 많이 안해봤기 때문에, 처음 이 문장을 봤을 때 약간 멈칫했었다.


 내가 주변에서 보는 어여쁜 사람들, 남녀노소를 통틀어서 누가봐도 우와소리 나오는 조각같이 잘생긴 사람들을 보면서부럽다고 종종 생각했었는데. 내가 과연 저사람들은 다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해본적이 있었을까.

나는 행복의 조건 중에 "아름다움"을 포함하고 있었던가? 만약 아니라면 너무나도 당연하다 생각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가..


 어느 날 한 소녀가 사망한다. 수 많은 도넛이 주변에 깔린채로.

소녀는 왜 죽어야했을까.


 이야기는 소녀의 죽음을 던진 후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에 갇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의 전개는 "고백"에서 처럼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일기같기도 하고, 나에게 직접 말을 거는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이사람들의 대화 속에 함께 하는 듯하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특이하다. "고백"에서 처음 느꼈던 그 신선함. 조각들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났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달라지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백"이나 "조각들"에서나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희생된 소녀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들.  

 

 

사망한 아이는 기라 유우. 아이는 뚱뚱하다는 시선을 받는 아이였지만 새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친엄마와의 행복했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귀엽고 활기찬 아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도넛을 주변사람들과 함께 나누려고도 하는 마음 따뜻한 아이이기도 했고.


 그런데 안타깝게도 유우 주변에는 좋은 어른이 없었다.

아이를 아이 그대로 보거나 아이의 마음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 어른은 없었다.

본인의 경험에서, 본인의 기억에서..그러니까 오로지 본인의 입장에서 유우를 판단하고

그 아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어른들 뿐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다 어른이 되어가지만 좋은 어른이 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란걸 새삼...알게 되었다.


주변 어른들이 유우를 걱정하고, 유우의 새엄마를 비난했던건 오로지 유우의 뚱뚱한 몸 때문이었다. 왜 단 한사람도 유우와 진정한 대화를 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만 판단하려 했을까..

하다못해 그녀의 가족들,  학교 선생님까지도..누구하나 이 아이의 마음에 대해서 알아보고했다면..아이는 그렇게 가지 않았을텐데.


 처음엔 유우 주변의 어른들을 비난했었다. 왜저렇게 본인 입장에서만 판단하려할까..그런데 객관적으로 내 눈앞에 친모가 아닌 사람과 살고 있는 아이가 걸음이 힘들정도로 살이 찐 상태라고 하면. 나는 그 아이가 제대로 돌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잠깐만 생각해도 나는 후자에 손을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저렇게 살이 찌도록 방치하는 것도 학대다..라고 내가 그동안 받아온 교육 등을 근거로 판단하고, 비난할것이다. 나도 아마 그런 어른이겠지.


어쩌란 말이냐 이거지. 결국 학교뿐 아니라 세상 전반이 어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걸로 사람을 판단하게 돼.

그래, 외모. 미인이야, 아니냐. 잘생겼나, 못생겼냐. 키가크냐, 작냐. 날씬하냐, 뚱뚱하냐. 있는 그대로가 개성이 되면 또 몰라도 홑꺼풀은 애교가 없다는 둥, 못생긴 애들은 성격이 나쁘다는 둥,

뭐, 이건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 외모로 성격까지 단정

짓는 경우가 있잖아?


 책 속에 나오는 문구다. 과연 저 물음에 니가 틀렸어! 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조금, 아니 좀 많이. 묵직하고, 답답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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