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교의 별 읽었다.
이 만화가 대단하다! 수상작이고 2020년부터 대략 1년에 한 번 꼴로 나온다. 일본 소년만화 전문번역 출판사 대원이나 학산이 아니라 문학동네에서 출간되고 있는데 그만큼 문학성이 있어서다. 무엇이 문학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대중의 인식과 다르게 문학동네, 창비, 한겨레 출판 등에서도 그래픽노블(혹은 방드데시네)풍 만화 라인업이 있다.

우리말로도 2024년 10월에 현지에서 출판된 4권은 2025년 3월에 번역되었고, 5권이 이번 달에 현지에서 나와 미번역 상태다. 어찌보면 학교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모은 옴니버스 구성이라 5권에서도 역시 일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학교생활을 다룬 학원물이라고 하면, 스카이캐슬이나 배틀로얄식으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고통스러운 생존서사거나, 폭력과 폭언이 난무하는 느와르, 구설과 트라우마로 점철된 기억, 한이 가득한 호러, 학생과 선생의 불륜, 신체부위가 강조된 성인물, 혹은 최근 들어 이세계탈출까지 있을 수도 있는 부분집합이지만 일반적인 경험을 대변하지 않는 6시그마 밖의 극단적인 네러티브가 많다. 어쩌면 공부만 했던(하고 있는) 과거의(현재의) 삶에서 도피하고 보상받고 싶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 학원물을 읽는 독자를 자극해 재구매의향을 강화하기 위해서 이기도 할테지만

그런 와중에 폭력과 성과 불륜과 공포와 도피가 없는, 밋밋하지만 숨쉬고 살만한 일상을 다루는 여학교의 별(온나노 소노노 호시 = 여 of (정)원 of (별)성) 같은 일상만화는 영원히 나왔으면 좋겠을 정도로 편하다. 새침하고 기발한 면도 있고

그 나이대 학생들이 할 법한 대사, 특정 해석이나 정치적 방향으로 이끌지 않고 잘 마무리하는 대사가 좋다. 예컨대 교사 둘이 이자카야에서 고기와 술을 먹으며 최근 달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동생 생일잔치때문에 온 제자를 발견하고, 민망하네, 이쪽이 할 말인데요, 학교에서 째잘째잘 말하지 말아줄래, 그럴 가치도 없거든요, 안녕, 이렇게 마무리되는게 깔끔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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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치 서바이벌 - 10억 인도인을 사로잡은 금융 스타트업 어피닛 이야기
이기문 지음 / 북스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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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이 통신인프라가 부족한 베트남에 너무 고기능 모델로 접근했다가 실패한 이야기가 있는 한편, 최첨단 핀테크로 인도에서 성공한 우당탕탕 성공담 매스니치 서바이벌 읽었다. 표지 영어는 빨래줄에 글자를 널어놓은 듯한 산스크리트어처럼 보이게 디자인한 모양.

가난하거나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금융혜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돕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해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라민은행의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영감을 받아 인도에 적용한 K-핀테크 스타트업 어피닛의 분투기인데 글이 마치 휴양지에서 모히토 한 잔 마시면서 두런두런 이야기해주는 듯 문어체와 구어체가 섞여서 술술 읽힌다.

인도, 핀테크, 한국아저씨, 금융소외계층. 이게 뭔 조합?!

성공신화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그 악명 높은 인도에서 살아남았는가인데, 예컨대 금융플랫폼 확장3경로(123쪽), 연체율 및 기업문화대응(206-10쪽), 고소대응(226쪽)이 대표적. 신규입사자(스티븐)의 눈에서 본 회사의 전략우위(238-9쪽)도
재밌다. 제도권은행에서 대출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금융소외계층을 지원한다는 포용적 금융철학은 동일하지만 2000년대의 그라민은행과 2020년대 어피닛은 차이가 있다. 기술발전에 따른 시대변화가 있기 때문.

21세기 초에는 핵심기반이 오프라인 연대보증, 즉 공동체의 압박이었지만 이제는 AI기술 기반의 대안신용평가시스템 (ACS)이다.

이 신용평가방식의 구체적인 양상 역시 마을 공동체(5인조)를 구성해 사촌이 갚아야 다음 내가 빌릴 수 있다는 상호신용 담보에서 스마트폰 데이터, 통신결제 이력 등 비금융 데이터 분석으로 다르다.

또한 금융서비스 제공도 오프라인 현장요원의 대면관리를 통한 소액대출이었던 그라민은행에 비해 어피닛은 모바일 플랫폼 앱 트루밸런스 설치 후 비대면 서비스로 지원받는다.

이용계층 역시 미세하게 차이가 있는데, 빈곤층의 소규모 창업 및 자립 자금 지원 목적으로 전통 은행의 2중대 니시마켓 느낌이었던 전자와 달리 후자는 금융이력이 없는 소외계층(신파일러)의생활금융이다. 책에는 오토바이 수리비 같은 당장 급히 필요한 돈이 목적이라고 했다.

사회적 신용모델과 금융철학도 기술매체의 발전에 따라 큰 변화를 겪는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시작되었고 전근대 농촌사회형 인간 관계를 담보로 삼는다. 개인의 배신을 사회적 매장을 통한 집단 압박으로 결속한다. 중세시대에 같은 마을 출신 스위스용병이 친구 두고 도망가지 않는다는 명성을 얻은 이유다. 그리스로마 플랑크스 보병방어진도 그러하고, 한국의 오가작통법이나 일본의 고닌구미 같은 연좌제도 같은 구조다. 그룹 랜딩. 5명이 한 조를 이뤄 한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하면 나머지도 대출을 못 받게 하는, 계보가 있는 연대책임 구조 위에 오프라인 현장요원의 주기적인 방문관리를 통해 신용을 유지한다.

디지털 시대의 혁신인 핀테크 모델은 AI가 유저의 스마트폰앱 사용패턴, 통신료 충전습관, 위치정보 등 비금융 행동 데이터를 실시간 시계열로 분석해 신용 등급을 부여하고 비대면송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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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치 서바이벌 - 10억 인도인을 사로잡은 금융 스타트업 어피닛 이야기
이기문 지음 / 북스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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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신화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그 악명 높은 인도에서 살아남았는가인데, 예컨대 금융플랫폼확장3경로(123쪽), 연체율및기업문화대응전략(206-210쪽), 고소대응(226쪽)이 대표적. 신규입사자(스티븐)의 눈에서 본 회사의 전략우위(238-9쪽)도재밌다. 별개로, 문체가 구어 문어를 섞어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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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SF 교환일기 - 당신과 나의 Encourage!
연립서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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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마사히코 작가가 어떻게 SF작가가 되었나 업계진입 서사를 구어체로 말하듯이 들려주는 도입파트는 일본SF작가클럽 회장이라는 직함이 허울이 아니라는걸 증명할 정도로 몰입감있었다. 예컨대 35쪽 대학동아리 언론연구실 위치묘사가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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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net (Paperback)
Maggie O'Farrell / Vintage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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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햄넷의 기반이 된 원작 소설, 매기 오페럴의 햄넷 읽고 있다. 1580년 영국 흑사병 시기 셰익스피어의 아내를 서사의 중추로 삼아 그녀의 삶과 상실과 비극을 다룬 처연한 소설이다.

셰익스피어는 네러티브에서 주변화되어 그 교사(투터)로 언급되어 그간 남성 위주의 플롯 구조를 전복하려는 의도를 보이며, 그럼으로써 돌봄노동하며 히스토리에서 주변화되었던 여성의 주체성을 복각시킨다. 뉴욕타임스 서평에선 저자 오페럴이 운율감있다(멜로딕하다)고 평했는데 예컨대 캡쳐2에서 피플 피플..커밍앤고잉 어라이빙앤 디파팅, 하는 부분에서 특히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집, 조만간, 마을, 하는 부분에서 공간이 확장되기도

영화와 달리 소설만이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비단 운율성이 있어 통통 튀는 글맛 뿐 아니라 마치 16세기 영국을 직접 여행하는 듯한 탁월한 공간 묘사와 후각이다. 음식, 꽃, 흑사병의 잔해 등을 핍진하게 묘사해 종이를 뚫고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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