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에 1위로 올라와 있길래 <중간계>보았다. 러닝타임은 1시간이다. 작년에 개봉했을 때 CG가 어설프다고 사람들이 욕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데 1위라니

감독의 전작 <카지노>나 ˝너 납치된거야˝의 손석구가 빌런으로 나오는 베트남 배경의 스릴러 <범죄도시2(2022>풍으로 시작한다.

음악은 퓨전 국악풍이니 <전우치전>이 생각나고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숨은 고수가 있다는 도시전설은 <소림축구> 등 홍콩영화의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그 홍콩영화의 백미인 <쿵푸허슬>의 CG, 액션연출과 유머를 닮았다.

어설픈 CG가 문제가 아니라 컷마다 CG의 퀄리티가 균질하지 않고 화면과 어우러지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온갖 CG에 대한 불만이 퐁글퐁글 샘솟는 중에

갈수록 얼탱이가 없는 진행에 턱이 빠져서 실없는 웃음이 나오다가 끝났다.

설마설마 했는데 매트릭스 베인처럼 끝날지 몰랐다.

시온 반란군의 함정 해머(묠니르)호 탑승원 베인의 매트릭스 아바타를 감염시켜 현실에 존재하는 베인의 뇌까지 잠식한 스미스 요원의 느낌으로 슬레이트를 쳤다는 말이다.

김유정이 주연한 티빙 오리지널 피카레스크식 드라마 <친애하는X>에는 리움미술관, 파주 미메시스미술관이 나왔다.

그렇듯, <중간계>에서는 안국역, 조계사, 인사뮤지엄,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광장이 나온다.

특히 지하철 승강장 바깥은 누가 보아도 3호선 안국역이다. 1번출구에 국립민속박물관이 있고 B1 복도가 낯익다.

그러나 변요한 일행이 뛰어 들어간 승강장은 좁은 섬식 승강장이라 안국역이 아니다. 양방향으로 탑승가능하지 않다.

이정도로 승강장 사이가 좁은 곳은 종로3가역이나 을지로3가역이 있지만 기둥 타일 디자인이 눈에 익지 않다. 지축역도 섬식 승강장이지만 지상이고 지하가 아니다.

심지어 지하철이 곡선으로 휘어져 승강장에 진입하기 때문에 3호선 라인에는 없다.

인천1호선 박촌역이었다.

검단에서 부평까지 내려오는 중에 395m의 계양산과 115m의 형재봉을 터널 뚫고 직선으로 오지 않고 우측으로 산을 감싸며 휘어져 내려오기 때문이다.

김포 골드라인의 수요예측 실패로 지옥철이 되자 그 대안으로 김포-방화 5호선 연장선이 부각되었는데 예타조사하면서 인천시가 검단을 지나달라고 해서 또 휘어지게 되었다.

한중일 각 나라마다 약간의 그레이한 영역이 있다. 합법도 아니고 위법도 아닌 영역, 사회의 규율과 관습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젊은 혈기가 어떤 탈출구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

서부 웨스턴 같은 곳이다. 자신의 힘과 의지로 무언가 제로에서 쌓을 수 있을 것 같은 곳. 태어난 사회가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부, 권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다.

2000년대 초 조폭 느와르 시대에는 대개 성남시 같은 서울 재개발 지역이었다. <똥파리>에서 양익준이 열연한 고통 받는 가난한 서민 가정이 집결한 판자촌 같은 곳을 싹 밀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파트를 짓고자 인력을 동원한다.

그렇게 동원되는 청년들도 시골에서 상경한 젊은이들인데 장기 판의 말로 소비된다.

사회의 감시망이 촘촘해질수록 그런 중간계적 장소는 없어진다.

일본은 호적제도가 미비하고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처럼) 디지털 전환이 안되었고 사무라이 지방분권의 영역으로 각 지역마다 행정시스템이 제각기이라 누가 누구인지 신분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도쿄리벤저스>의 양키, 폭주족이나 <바람의 검심>의 신선조, 과거의 야쿠자 오늘날의 한구레처럼 사조직을 만드는 것이 조금 사회적으로 양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일본은 완벽한 공적 영역에 있서 정치경제사회의 최전선을 달리는 이(한자와 나오키 등) 완벽히 사적 영역에 있어 개인적 취미에 탐닉하는 세카이계나 히키코모리나 오타쿠가 양극단 사이에 사회와 불화하고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계속 떠돌아 다니고 찾으려면 찾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중국은 일단 나라 사이즈가 너무 커서 상식과 인지 감지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 또한 소수민족이나 그들이 사는 곳이 그런 그레이한 영역으로 기능한다.

<와호장룡>에서 티벳(으로 잘못 자막이 달린) 신장 위구르가 그렇다. 분명히 자막과 말에서 씬쟝新疆 Xīnjiāng이라고 했었다. 티벳은 씨짱西藏 Xīzàng이다. 둘 다 중원 입장에서는 너무 멀다. 대개 무협의 정파가 아닌 마교나 사파가 있다고 여겨지는 곳은 남만, 청해로 무당파 소림사가 있는 중원이 아닌 외곽 지역, 타자의 공간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샤이어는 영국의 순수한 시골이고, 사루만이 있는 모르도르는 불가리아다. 민족문화에서 낯선 타자의 공간으로 슬라브 민족을 택했다.

한국은 국내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국외가 그 타자의 공간이다.

범죄가 일어나는 곳은 베트남, 필리핀, 수리남, 태국, 캄보디아다. 한국 내부에선 촘촘한 CCTV와 높은 디지털 문화로 인해 개인이 숨을 곳이 없다. 북한 같은 극장국가 감시사회는 더더욱 없다. 사생활이 없는 곳이다. 영화 <탈주>에서 북한 안에 여자 무장 반란군 설정에서 핍진성이 없었다. 애니 <광장>도 그런 측면에서 스웨덴 남자(할머니는 한국인)과 북한 여성 사이의 로맨스가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기에 핍진성이 덜해보였다.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한반도 외부를 상정해야 그런 그레이 공간이 나온다. 인천을 거쳐 외국으로 나가면 거기서 이제 한국 내부에서 불가능했던 수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고 외국에 있는 이들의 행적은 모호해진다. 그런 블러, 흐림이 주는 애매모호성과 자유를 위해 출국하기도 한다.

한국 안에서는 모두 말씨와 민족과 문화가 높은 수준으로 동질적이어서 바깥을 상상할 여지가 없다. 사회 감시망도 촘촘하다. 코로나 초기에 입국 보균자의 이동경로까지 추적해 멍석말이 했을 정도다.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이 만주 웨스턴을 시도했지만 그런 광막한 공간은 한국에 없다. 일단 한국어가 아니라 해독불가능한 외국어로 된 정보가 들려야 비로소 한국인은 이역이라고 여긴다. 한반도 안에는 율도국이 없다.

미국은 서부 웨스턴 카우보이였고 디지털 공간을 거쳐 우주 달탐사와 화성 식민지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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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 경제적 불안을 권하는 사회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법
다우치 마나부 지음, 김정환 옮김 / 부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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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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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칸트의 독일어가 라틴어같다는 글을 접하고 곰곰이 궁리해 독일어에서 라틴어로 역번역했다.


원문을 파싱하고 왜 그렇게 번역했는지 부분적으로 설명하고 쉬운 말로 설명해보았다.

단어의 성수가 있고 어미에 문법이 태깅되어있는 구조적인 서양어를 읽는 묘미가 있다. 건축하듯이 구축된 작문의 형식적 구조를 분석할 때 온갖 정보가 튀어나온다. 앞뒤를 왔다갔다하는 수직적 리듬이 있다.



반대로 동양고전을 읽는 묘미는 시간적 흐름, 수평적 리듬, 플로우에 있는데 하나씩 해체해 뜯어보기보다 계속 흘러나가며 읽는 맛이 있다. 특히 而 故까지 함께 읽고 반박자 쉴 때. 한자의 시각적 밀도도 발군이다. 예컨대 올해 한국근대사료 DB에 올라온 유길준의 초연당기에 보면

이취기중 유린봉구룡지류 (중략) 이수부인유자 개위지서야 령야 쟁이일도위쾌 (중략)
에서 린봉구룡+지류 할 때, 서야, 령야 할 때

한지산 동북주십여리 완연추굴 홀쟁연권이립,

창지수 기원발령동 요요치수백리의 고급 한자를 볼 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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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5분 한국사 - 고려부터 근현대까지,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
유요 지음, 미정 그림, 신병주 감수 / 빅피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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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과 디자인에 공력을 많이 쏟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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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공구서가 나왔다.

초서를 읽기 위해 자형과 자소의 중간 변환과정을 촘촘히 보여주어 외국 알파벳 쓰기 연습하듯 공부할 수 있는 한문 공구서다. 안온한 마음으로 명상하듯 꾸준히 수행해 뒷페이지의 전문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을 수 있게 되면

성북/대구 간송, 국중박 서예실, 예술의전당 서예관 (+가끔 글로벌 세아, 경기도 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을 방문할 때 보이는 초서 작품을 감상할 준비가 된다. 글자이자 이미지이자 수행성과 명상성이기도 한 서예를 해독하는데에서 순수한 지적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소-쇼(草書)를 쿠즈시(くずし)라고도 부르는데 반듯한 해서체가 붕괴된 것처럼 흘려 써서다. 고문서에서 근현대 편지를 읽기 위해 필수적인 학습이다.

초결백운가는 초심자를 위한 서적이라 글자당 용례가 하나뿐이다. 중급으로 넘어가면 사전이 필요한데 동경당출판사(東京堂出版)에서 나온 코다마 코-타(児玉幸多)선생의 쿠즈시해독사전(くずし字解読辞典)이 좋다. 사진 참조. 용례가 풍부해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초서를 이해하면 어설픈 간체자에 대한 분노와 답답함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 言을 초서대로 축약해 번체/정자說(설)을 간체자说로 만든 것이다. 원글자를 과하게 축약해 버린 것에 대한 분노와 답답함은 대륙 중국어를 쓸 때는 느끼지 못하고 홍콩과 특히 대만에 가서 축약하지 않은 번체를 볼 때 솔솔 생긴다. 여기가 현대인가 진한명청시대인가 기분좋은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데 원래 복잡한 자형을 알고 간소화된 버전을 아는 것과, 심플한 버전만 쓰다가 오리지널을 아는 것은 차이가 크다.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낫다. 오리지널을 알고 종개념으로 내려가야한다. 추사 김정희의 천진난만한 아이같은 서체가 위대한 것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온갖 금석문을 다 섭렵하고 해서와 예서를 반듯하게 쓸 수 있는 수준에서 내려온 것이기 때문이다. 드로잉과 구상회화를 다 말끔하게 그리다가 큐비즘으로 넘어가 기하학적으로 조립한 듯한 그림을 그린 피카소처럼 말이다.

예컨대 간체자만 보다가 번체를 볼 때 시각적으로 충격적인 글자는 이렇다. 뒤는 대만에서 쓰는 버전이다.

헬프, 돕다를 이르는 빵쮸帮助의 도울 방자가 원래 幫다.

가게 주인을 뜻하는 라오반老板의 널빤지 반을 이체자로 써서 老闆이다.

공장을 말하는 꽁챵工厂이 배울 때는 획이 없어서 외우기 쉬운데 공장 창의 厂은 원래 廠이니 심하게 줄였나 아니면 이게 맞나 고민하게 된다. 한국한자로 쓰기특급이다.

최근 교유서가에서 개정되어 나온 두툼한 <한자 문명의 무늬>를 쓴 고전번역원 연구위원 윤성훈(미수 허목 고문 서예 연구로 박사)은 그 서문에서 한국보다 일본 한문 콘텐츠가 풍성하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그 말에 매우 동의한다. 그래서 한문, 초서 사전은 일본서적의 지적밀도가 높다. 그러다가 일본 서예작품도 감상하면 지적 주파수가 넓어질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은 한문을 포기하고 한글 전용으로 가게 되며 디지털로 빠르게 질주했고, 일본은 현상 유지를 추구했기에 아날로그 관성에 계속 머물러 디지털 전환이 어렵게 된 측면이 있다. 일장일단이다. 한편 간체자의 취지는 초서의 원리를 참고해 획수를 대폭 줄여 대다수 중국인구의 문맹을 해소하려는 것이었으니 인구 규모가 큰 나라로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대만이나 홍콩은 작은 인구였기 때문에 교육수준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었다.

페르시아어도 이렇게 흘려쓰는 서체가 있는데 나스탈리크nastaliq라고 한다. 그치들도 붓을 쥐는 법부터 힘의 강약을 조절법에서 점 위치까지 모두 신경쓰는데 본질적 차이는 도구에서 온다. 털을 사용한 둥근 서예붓이 아니라 가로 사선이 긴 줄기붓인 칼람을 사용한다. 오래 전 원어민 선생에게(이름은 محسن이었다) 기울기를 이르는 마일(میل), 길게 늘이는 곡선 카시다(کشیده), 60도 펜각도 자비야(زاویه), 점 누크타(نقطه), 안착점 시르시(سرير) 등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배웠다.

아래 영상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E6bbyVnU0I

박사 학위는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자격 요건인 라이센스로서 의미가 있고, 그 라이센스를 활용해 아카데미에 자리를 잡고난 후엔 학위 논문 주제를 넘어 중소기업 사장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사업을 기획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어쩌다보니 한문학, 국문학으로 박사 받은 이가 외국 잡마켓에서 한국학으로 자리를 잡다보니 전공과 관련없는 Kpop 트렌드를 티칭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담당교원이 적어서 언어, 역사, 사회, 문화, 정치경제, 북한까지 다 가르쳐야하기도 한다.

한국 안에서도 한문교육은 어려운데 외국에서 가능할까? 싶지만 동아시아학 안에서 중국일본학과 콜라보하기 좋다. 오히려 유치원생 가르치듯이 쉬운 클래스로도 굉장히 수준 높아보일 수 있다. 그럼 Super Easy Cursive Writing Class는 어떨까? 초결백운가는 유용한 교재로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러시아어나 아랍어의 필기 연습 과정처럼 기본 한자에서 초서로 이행하는 획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세분화하여 제시하는 단계별 교수법(Scaffolding)을 활용해 수업을 디자인한다. 창의적인 작문이 필요없다. 주어진 것을 따라하면 된다. 才는 재주 재로 명사로서는 skill, talent, 부사로서는 only, just인데 이 글자는 이렇게 이렇게 변해서 초서 구부려서cursive 쓰면 이렇다. 그리고 조선시대 한문초서 사료의 실제 용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 막 뭔가 성취감이 차오르고 대단한 것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 겨우 3획인데 말이다.

이런 교수법은 마치 무용이나 필라테스 클래스에서 매 수업마다 명확하고 쉬운 핵심 동작을 체득하게 하여 수강생에게 성취감과 동기를 부여하는 것과 같다. 대단히 기술적으로 난이도 있는 안무나 동작을 알려주거나 시합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서 부담이 없다.

회화도 아니고 작문도 아니다. 순수한 어떤 반복된 동작이 주는 희열을 제공한다.

아마 이혼하고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지닌 미국 백인 중년 여성층을 타겟으로 한 프리미엄 문화, 예술 교육 콘텐츠로서 매우 현명하고 차별화된 전략이 되지 않을까. 미네소타나 애리조나나 요즘 캘리에서 이주 많이하는 텍사스쪽에 커뮤니티 칼리지, 주립대 평생교육과정으로도 아주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중국인보다 쉽게 원본이 이렇다 발음은 이렇다 혼내지 않고, 혼내지 않고 차분한 일본인보다 영어는 더 발음 좋은 한국인이 만드는 니시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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