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개인적 슬픔이 작품에 투영되어 그 해석을 더 짙고 깊고 굵게 만들었던 올해 전시는 세 개다


북촌 초이애초이 영국작가 캐서린 안홀트, 쌍둥이 딸 매디의 때이른 죽음과 그로 인한 회한의 여운이 오래가는 상실

평창 가나아트세터 독일 기반 일본작가 시오타 치하루와 6개월차의 유산

그리고 용인 호암, 북촌 국제, 서촌 아트사이드 등에서 하고 있는 루이스 부르주아와 불륜 아버지에 의한 학대


안홀트는 죽은 딸을 회화에 등장시켜 추모하는 동시에 기억을 되짚으며 아픔을 달래고

시오타는 있었을 법한 태아상태의 아이 마네킹을 자궁에 넣고 피를 상징하는 실로 묶어 인연이 이어지고(結ぶ) 연결되는(繋がる) 것을 표현했으며

부르주아는 어머니를 거미화한 설치작품을 만들고 트라우마서린 방을 붉고 으스스하게 표현했다




안국역 현대화랑의 김민정작가 작업에서도 가나아트센터 시오타 작가와 비슷한 연결 모티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일견 별자리 같은 노드는 비슷해도 이를 확장하는 단계에서 볼륨감의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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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저녁에는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조금씩 느껴진다

한낮 폭염의 폭격에 풀이 죽은 아스팔트에서는 아직 달궈진 열기가 느껴지지만

바람만큼은 저 멀리 북쪽 저기압 기단에서 불어 온 듯한 아련한 가을바람이다

가을에는 항상 이 시가 생각난다

2006년에 처음 접하고 종종 다시 찾아 감상하곤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HxAodm1EF8


풍경의 깊이/김사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 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적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 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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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2023년 겨울호는 특히 좋았다.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 김건형의 인트로는 지금 읽어봐도 시의성 있는 명문이다.

문학으로 구미에 유학을 가서 박사를 한다는 것은 이런 글을 외국어로 읽는 것과 같을 테다


비유해보자


케이팝과 드라마로 한국어를 접하기 시작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대학의 한국어과에 진학한 일본, 베트남 등지의 학생이 중간에 교환학생으로 서울에 와서 살아도 보고 토픽6급도 딴 후 우수한 성적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 한국에 있는 국문과에서 석박사를 하겠다고, 마침 문학을 공부하겠다고 온다면?


이런 글을 읽어야할 거다. 이제 이건 언어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평생 글을 읽어 온 자들과 씨름하는 지성의 영역이다. 불문학으로 독일문학으로 영문학으로 그 나라에 가서 현지인과 이런 문어체의 글을 소화하면서 살아야한다.


이 호에 실린 전기화 경기대 교수이자 평론가의 글도 좋았다. 그녀는 이 글로 올해 신동엽 평론부문상을 받았다. 한 문단을 지긋이 읽는 자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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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 -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보는 초예측 지정학
최준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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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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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선 신용산역 2번출구와 역사로 연결되어 폭염과 폭우에도 편하게 갈 수 있는 APMA. 그 안의 가고시안 팝업이 세 번째 전시를 열었다. 마크 브래드포드 오프닝 때 갔을 때 안했어서 따로 지나가다가 들렀다. 1분만에 보고 나올정도로 특별한 전시는 아니지만 작가의 선명한 스타일이 눈에 들어온다


현대사회의 일상성과 관계성을 벽을 통해 유머스럽게 표현한 데릭 아담스가 첫 번째, 침침한 풍경과 내면을 건물 외벽을 통해 드러낸 해롤드 앵커트가 두 번째 그리고 무라카미 다카시가 세 번째다. 첫 두 명은 한국 아트신에 상당히 생소한 인물이지만 무라카미 다카시는 특이한 캐릭터와 기행과,(구)뉴진스 관심, 지원과 하니의 마츠다 세이코 푸른 산호초 콘서트 영상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요즘은 전시에 가서 사진 안 찍는다. 공식사진이 더 좋기도 하고 워낙 다른 훌륭한 전시러버들이 많이 찍어 올리는데다가, 촬영이 고요한 감상과 진중한 몰입을 방해해서다. 폰 망가져서 많이 못 찍기에 겸사겸사 디톡스다


개인적으로 나는 작년 교토교세라에서 무라카미 다카시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스레드에서 그의 예술기업론 원서를 읽길래 사서 봤다. 여기서 일본어의 기업은 어감상 창업론, 처세술, 성공학의 의미다.


오늘 수요일 더코리아타임즈에서 무라카미의 일본-서양, 고급-대중, 전통-현대, 원본-복제를 모두 융합하는 방법론인 수퍼플랫 철학을 언급하는 인터뷰를 읽었다.


20년 전도 전(2005년)에 슈퍼플랫 제안, 슈퍼플랫을 곳곳에 언급하는 예술기업론은 헤이세이 30년 초판발행(2018년)이다.

퍼스널 브랜딩 하나는 확실하고 그 뚝심은 인정할만하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당대의 비평언어가 소화할 수 있도록 전개해내는 것이 훌륭하다.


뒤샹을 효시로, 데미안 허스트가 공고히 한 예술의 한 트렌드는 작품은 공장과 어시에게 외주를 주고 자신은 중소기업 사장처럼 시스템관리체계를 만들고 자신이 지속적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마케팅하며 미학자이자 선언자로서 언어를 조탁하는 것이다. 무라카미는 성공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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