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시즌2 오늘 풀린 8-10화 보았다.


이번 시즌은 게임의 룰과 빌드업이 좋고, 영어번역도 재밌고, 리더십에 대한 시사점이 있다.


1. 지난 화요일에 풀린 7화까지는 계급 전원 탈락 혹은 전원 생존 미션이었다. 미스터리 심사단 100명 1점→50명 줄여 2점→지난 시즌 참가자 10명이 10점씩 주는 3라운드 방식도 재밌었고, 작년 참가자가 심사위원으로 서프라이즈로 나온 부분이 재밌었다. 점수 공개를 한 명씩 우에서 좌로해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마지막 이모카세에서 끊어서 호기심을 북돋고 토론거리를 만들었다


2. 경연 프로그램은 늘 탈락자가 있다. 시청자는 플레이어에게 감정이입을 하는데 그 참가자가 탈락할 경우 불만을 품고 인터넷에 댓글을 올릴 수 있다. 이에 제작진이 일일이 대응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고 이런 멘션조차 하나의 인기의 징표로 사용한다. 넷플 예능 <더인플루언서>의 초반 룰에서 보아알듯 좋아요와 함께 싫어요도 관심의 표현이다. 무소식은 희소식이라지만 이 세계에서 무관심은 몰락의 징조다.


또한 일부 탈락자들에 대해 연민을 품더라도 게임이 다음 화로 진행이 되면 금방 뇌리에서 잊어버린다. 새롭게 룰과 시스템이 바뀌고 이에 대응하는 참가자의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에 빠진다. 중요한 것은 다음 멍석이 깔리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고대 로마 콜로세움에서 경기를 보는 관전자의 마음의 구조와도 비슷하다. 조금 더 잔인하고 난폭한 방식이긴 했으나, 승부에 패배해 투사가 죽어도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참가자는 다음 시즌에 까맣게 잊어버린다.


3. 나는 All or Nothing 룰을 보고 떨어진 계급 모두 서바이벌전을 하겠다고 생각했고 거의 엇비슷하게 흘러갔다. 그런 패자부활전을 거쳐 흑백연합전이 시작되었다. 물론 전원탈락한 흑수저 중 지옥에서 구원받은 행운의 인물은 소수다. 그 둘이 합류하며 백수저 다수에 흑수저 맛 한 스푼 포함된 연합경기가 시작했다.


4. 8-9화에서 손종원+요리괴물의 합이 좋다.


원리원칙주의자 요리괴물은 FM중시하는 육사출신 중대장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일이 닥치면 하고 자율성을 중시하는 칼마카세와 합이 안 맞았다. 리더로서는 선명한 리딩을 내리고, 부하로서는 자신에게 맡겨진 책무만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손종원은 전체를 보는 기획자로서 시야가 있고, 주방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예측불가능한 사태에 솔루션으로 답한다. 처음에는 INOJ처럼 5분 단위 계획표를 잡고 시작했다가 중간에 애드립과 임기응변으로 답한다. 화음과 레퍼토리를 모두 숙지하고 있는 재즈뮤지션들이 잼과 프리스타일을 하는 것과 같다. 겉보기엔 아무렇게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교한 계산과 오랜 경험과 탄탄한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야할 수 있는 것이다. 요리괴물이 제작진이 마련해준 오븐에 익숙하지 않아 제누아즈 굽기를 케이크와 쿠키시트 중간으로 잡아서 롤처럼 말리지 않을 때 스팀으로 찌라는 해결책을 준 리더십이 훌륭했다. 이런 연대장격 리더 밑에서 요리괴물은 자신의 팀을 이끌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손셰프도 방송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익숙한 주방이


아닌 상황에서 셰프들이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너그러운 태도로 임하고 요리괴물도 자신의 통제 범위 안에서의 실수는 책임을 지려고한다.


5. 임성근과 술빚는윤주모의 합도 좋다.


지난 라운드에서 임성근 셰프는 목소리가 큰 리더십에 다소 호불호가 있었다. 그의 리더십 하에 백수저팀이 34점 이상의 높은 점수로 이겨 기세를 이어갈 수 있게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엄청난 욕을 먹었을 것이다. 거칠고 우악스러운 그지만 게임을 이기게 해주었기에 그는 빛날 수 있었다.


그런 임성근에게 뒤에서 조용히 서포트하는 윤주모는 매우 적절한 조합이었다. 긴장감과 불안에 손을 계속 떠는 윤주모에게 내 식대로 하면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을 주는 임성근은 절묘한 팀웍을 만들낸다. 자아가 너무 강해서 이건 아닌데요 이게 맞아요 쿠사리 주는 다른 셰프랑 했으면 충돌을 빚다가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고분고분 묵묵히 따라주는 윤주모가 임성근을 적절하게 파트너로 잘 선택했다.


6. 아슬아슬한 리더십은 샘킴과 정호영의 조합이다. 



약간 거칠게 비유하면 악어와 악어새 같은 기생조합으로, 정호영이 재료손질, 칼질, 주방기구찾기 등 중간 단계를 다해주는 샘킴에게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는 조합이다.


같이 방송을 많이 해봐서 참가자로서 아는 것과, 실제 같이 일을 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둘의 투 샷은 방송에서 많이 봤지만 키친 필드에서 합을 맞춰보는 것은 처음이다. 정호영 셰프 입장에서 만족도가 높다. 운명처럼 옆에 서 있던 샘킴을 선택한 것도 정호영이다. 인터뷰 태도에서도 갈린다. 정호영은 시종일관 만족이었고, 샘킴은 약간의 불만이 있었다. 심지어 정호영은 얼타고 10초동안 가만히 정신 나가있기도 했다. 샘킴이 하는 담백한 요리에 비해 부레찜은 너무 헤비하고, 이전의 아귀간도 너무 기름진 메뉴라 샘킴의 지향은 아니다. 샘킴이 정호영의 수셰프로 섬겨주었다. 어쨌든 생존후보로 올라갔지만 결과적으로 득은 없었다.

7. 후덕죽은 아예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자 일부러 떨어지려고 망고랍스터전채를 냈다고 생각한다. 


120분짜리 요리도 아니고, 현란한 테크닉도 들어가지 않았다. 마요네즈도 과했다. 그정도급의 요리사가 보일 실력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했다고 본다. 이미 많이 이룬 사람이고, 이 경연을 꼭 이기고 싶은 다른 후배들이 올라갈 수 있도록 구실을 만들기 위해 그런 메뉴를 냈다고 생각한다. 같은 중식 포지션의 중식마녀였다면 엄청나게 현란한 칼질과 웍질을 보였을 것이다. 일부러 미국에서 비행기티켓 끊고 온 이, 이름을 알려 투자를 받아야하는 이, 지면 가오가 상해 커리어가 위협받는 이 등등 이 경연에 목숨을 건 다른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다고 생각한다.


8. 후덕죽은 적당히 마무리하고 집에 가서 쉴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또 다른 패자부활전이다.

참가자를 끝까지 쥐어짜기 위해 게임의 룰을 사악하게 구성했다.

악독한 방송국놈들이 온갖 예능에서 다진 만렙 착취스킬을 가늠하지 못했다.

이제 다시 동료랑 싸우게 만들다니!

물론 시청자는 꿀잼이다

참가자들이 고생하는 경연은 너무너무 재밌다


9. 영어 자막에 특이하고 재밌는 게 있다.


임성근 셰프가 "매도 빨리 맞아야 해"라고 말했는데

영어 자막에서는 gotta rip off the band-aid라고 풀었다.


우리말 속담은 어차피 맞아야할 매는 피할 수 없는데 질질 끌수록 괴로우니까 차라리 한 번에 끝내는 게 낫다는 뜻이다.


물리적 고통을 줄이지 못할 것이라면 심리적 압박을 최소화하자는 고갱이를 영어권 사고방식에 맞게 문화적으로 의역했다.


파스나 접착 테이프를 한 번에 촥 떼어버리는 능동적으로 결단하는 모습이 브라질리안 왁싱을 상기시킨다.


10. 9화 중간부분 선재스님-김희은 부분에서

2013년 11월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서 정준하, 김씨, 빈지노, 이소라가 불렀던 <사라질 것>의 전자음악 베이스와 같은 느낌의 노래가 깔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V04rUGLC4sk


11. 8화 흑수저 패자부활전 10개 식재료 한정룰에서는 재료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생존전략이고


요리괴물이 이를 잘 파악했다


소금, 설탕 포함 10개 한정이라고 했어도 그 10개가 그 10개가 아니다.

황누룩, 시오코지, 짠맛이 있는 버터, 근데 버터도 일반버터가 아니고 브라운버터, 이미 염지가 되어있는 염장육 판체타, 이미 간이 되어있는 치킨스톡을 사용했다.

레몬도 즙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레몬껍질도 사용하는 등 한 재료를 다층적으로 활용한다.

아스파라거스가 주재료지만 결국 고기가 포함되었고

소금 설탕 간장보다는 훨씬 더 복합적인 맛이 났다.


12. 경연을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만드는 음식이라 매장에서 나오긴 힘들 것 같다. 가성비가 안 맞고 단가가 안 나온다.


손종원은 대게를 구워 육수를 내는데 쓴다. 샘킴은 프로슈토햄을 소스를 내는데만 사용한다. 그리고 경연장에서만큼은 나머지는 버린다. 식재료값이 얼마나 들었을지


파인다이닝이란 궁극의 맛 하나를 위해 식재료를 아낌없이 쓰는 분야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맛의 미학을 위한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을 방증하는 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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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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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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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모던코리아 한국미술 2부작 보았다(12.27.토/28.일 방영분)


제작자의 시각은 최소화하고 70년대 영상자료와 25년의 인터뷰를 교차편집해 날것의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주어 시청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좋은 다큐의 표본이다. 현대미술 미디어영상에서 많이 보이는 신스사운드가 몰입도를 높이며, 보이스가 프레임 앞으로 미리 틈입해서 컷 간의 전환이 좋다.


1부는 민족기록화

2부는 여성민중미술로

1부가 소수, 엘리트, 국가, 순응적 태도, 토착화, 시대정신, 우리 것 찾기가 테마였다면

2부는 다수, 소수자, 여성과 민중, 저항의 태도, 시대적 장벽 속에 여성미술가의 위치찾기가 테마로 대비된다.


공교롭게도 1부의 박광진, 2부의 김인숙은 올해 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각 1,2층에서 전시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각기 다른 지향을 지닌 사람이 한 공간에서 다시 만났다. 관객들은 무심히 지나가고, 간혹 눈 밝은 이와, 시대를 함께 견뎌 온 이만이 다른 스타일의 두 전시가 한 뿌리임을 알아본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시대를 헤쳐 온 이들이다. 전자는 정부의 오더를 받아 민족기록화를 그렸고 후자는 성차별, 투쟁의 노동현장을 그렸다. 보여주고 싶은 한국의 성장하는 모습을 영웅적이고 역사적인 풍취로 그린 전자와, 숨기고 싶은 한국의 부끄러운 모습을 투박하고 원색적인 색채로 그린 후자는 모두 한국현대사의 핍진한 한 모습이다.


질문도 다르다. 세계와 후대에 한국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같은 거시적 관점과 여성으로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미시적 관점의 차이다. 지역이라는 수평적, 시간이라는 수직적 관점과 사회-집단-개인으로 이어지는 자아 소속감과 효능감은 행위자 범위가 다르다


유홍준과 고 이어령의 모습도 보인다. 1부는 JP, 박정희, 박근혜, 박서보, 하인두, 박광진의 흑백 영상과 함께 박서보의 아들 박승호, 하인두의 딸 하태임의 오늘날 인터뷰가 담겼다. 2부는 60대가 된 80년대 학번 민중미술 여성화가들의 현재 인터뷰와 과거 20대때 그녀들의 모습에서 시차가 느껴진다.




https://vod.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25-0633&program_id=PS-2025239470-01-000&broadcast_complete_yn=N&local_station_code=00§ion_code=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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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직역이 아니라 문화적 맥락에 따라 의역을 한 좋은 예시


1. 기묘한 이야기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living in a bubble


2. 캐셔로

명색이 변호사인데 이름이 변호인이야

이름이 직업이라는 한국어의 말장난을 어떻게 번역했을까


you wanna win Byeon a reasonable doubt? Then Ho-In is the man to call

합리적 의심 하나로 승부하고 싶어? 그럼 호인이가 답이지(부를 사람이지)


여기서 원어민 입장에서 

비욘드 자리에 변을 넣어도

win beyond a reasonable doubt라는 문장 한 덩어리가 자동호출된다


음성적으로도 비연드나 변이나 비슷하게 들리기도 하고

앞서서 명함으로 변-호인이라는 이름을 자막으로 보여줘서

변이라는 성씨를 넣은 말장난임을 이해하게 된다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서(beyond)이기고 싶어?

합리적 의심을 변(Byeon)해서 이기고 싶어?

그걸 해줄 사람은 호인이야


생각 많이 하고 의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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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의 맛 - 피아노 조율사의 우리 국수 탐방기 피아노 조율사의 탐방기
조영권 지음, 이윤희 그림 / 린틴틴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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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중국집, 2021년의 경양식집, 2025년의 국수집. 2028년이 가기 전에 빵집, 피자집, 국밥집 내놓으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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