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인제 진부령미술관에 다녀왔다


지방미술관은 가는 것 어렵지 않다. 시간이 들 뿐이다. 티켓값과 이동비를 치환한다. 왕복교통비가 4만원, 대신 미술관이 무료인 셈. 그 시간을 들여 갈만한 장소인지가 관건이다


봄에 너무 열심히 다녔나 5월 아트가이드잡지에서 크게 눈에 띄는 전시가 없다. 중하순에 열리는 것은 6월로 이월해도 큰 상관이 없다. 서울내에서 이제 갈만한 지역은 다 갔으니 교외를 다니자. 안산 용인 양주 성남 고양 양평 청주 이제 인제다

직통 시외버스가 있는 곳은 가기 어렵지 않다. 2만원에 티켓을 끊고 2시간 반 몸을 맡기면 된다. 티켓가격도 4-5배에 달하는 옆나라 일본에 비하면 그렇게 부담스럽지도 않다. 그곳은 상시 지진으로 인해 복구비용이 평소에 느슨하게 청구되는 구조다. 발생하지 않은 수리비를 미리 조금씩 내면서 분배하고 있는 셈


고속도로라고 해도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눈이 어지럽고 아프다. 학술세미나, Met talk를 들으면 좋다.


Robert Hur의 청문회나 민희진 간담회도 이동중에 들었다. 특히 학술세미나의 경우 "제가 잘 모르지만..." "이런 경우도 있지만..." 같은 겸양표현을 가서 앉아서 들으려면 고역이지만 이동하는 대중교통 안에서 느슨하게 들으면 편하다.

시외버스로 진부령까지 갔지만 돌아오는 차편이 어차피 진부령에서 없다. 원통가는 시내버스 타고 내려오면서 여초김응현서예관을 들렀다가 다시 원통으로 가는 루트가 좋다. 인제군 시내버스는 전기차로 바뀌어 시트도 반들반들하고 승차감도 좋아 서울버스와 진배없다.




강원 전라 경상의 산의 폼은 각기 다른 것 같다. 강원은 산이 병풍처럼 내 눈 앞에 성큼 다가와있다. 안데스, 후지산, 히말라야는 너무 압도적이고 올라오지 말라는 듯한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데 강원도 산은 그래도 친근해서 올라감직하다. 좀 너무 가까운 감이 있어 아침에 일어나서 졸린 눈을 부비면서 본다면 존재감이 남다를 것 같다

인제 나는 진부령미술관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보니 황태 건조보관소와 황태해장국 음식점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옥수수와 감자떡도. 맨날 똑같은 거만 먹으면 물리는 법. 산간의 감자와 해안의 동태를 교환한다. 물물교환의 시작이다. 사람들은 매일 보아 물리는 것보다 특별한 것을 원하기 마련. 유럽회화 좋아하는 우리네 마음도 똑같다


미술관 1층은 옛날 영화사진이 재밌었다. 두만강아 잘있거라는 많이 들어본 영화인데. 한국영상자료원고전영화에 있으려나. 기러기아빠는 21세기 용어가 아니었나보다. 누나의 한이라니..스크림을 연상케하는 검은 복면 소품이 조악하다


렌티큘러로 측면에서는 드로잉, 정면에서는 컬러유화로 표현한 그림이 재밌다. 밥풀로 만든 그림도 있는데 밥풀로 무엇을 표현했는지가 핵심. 꽃이나 나무보다는 능선 같은 선의 윤곽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다. 일본 미대 유학한 작가의 매우 세밀한 꽃과 나비 표현이 인상깊다. 흘러내리는 초록선이 나무와 바위를 동시에 표현했다. 달항아리의 표면이나 목재의 물성을 캔버스에 돌출시킨 작품도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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