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1196031.html
한겨레 노형석 기자 신경써서 잘 쓴 기사
이 요지경들의 공통점은 첨단 디지털 기술과 아티스트의 상상력이 결합된 인문적 시각예술을 좇는다는 점이다. 흔히 미디어아트 하면 ‘빛의 벙커’ 기획전처럼 명화들을 흘러가는 확대 동영상으로 만들어 입체감을 높인 미디어 블록버스터 전시나 서울 삼성동 코엑스, 세종대로를 현란하게 물들이는 대형 광고전광판의 행렬, 국립중앙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의 실감 역사 영상 등을 연상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이와 다른 각도와 감성의 결로 자기만의 독특한 시각언어를 개척하려는 소장 작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이남 작가는 편안하고 친근한 전통산수화를 고향과 향수라는 코드를 통해 대중적으로 풀어낸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펼쳐온 명화 차용과 현실 이미지의 결합이란 도식이 고답적으로 되풀이되고 의미와 해석의 층위가 얇고 단순하다는 맹점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또 다른 건너뛰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아영 작가는 중동에서 일했던 부친의 기억을 살린 10년 전 사운드 연작을 발전시킨 이번 신작을 통해 여느 미디어 작가와 다르게 이야기와 이미지를 꾸려내는 크리에이터의 역량을 보여줬지만, 부친의 기억과 건설된 아파트의 후일담, 석유의 지정학적 상징성 등 층위가 다른 이야기들이 인공지능 애니메이션까지 동원한 현란한 영상 속에 복잡하게 뭉치고 뒤얽힌 얼개여서 방향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갈래잡기가 필요해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