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lazymike.art/exhibitions


삼청 레이지마이크에 다녀왔다


국립현대미술관 뒷편 ㄱ자형 골목에 위치. 건물의 1층은 페레스, 2층은 디아, 3층은 레이지마이크다. 레이지마이크는 라트비아 기반 화랑으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슬라브, 동유럽쪽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지금은 세르비아 출신 필립 미라조비치의 검은 대리석 질감으로 그리 얼굴 없는 인물회화를 볼 수 있다. 지난 전시에선 모스크바 출신 예브게니야 두드니코바의 낭만적 초현실주의 회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일견 지금 탕에서 하고 있는 엘렌 샤이들린과 비슷한 감성과 화풍이다. 대략 하늘하늘 부드러운 버전의 샤갈+무하 조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레이지마이크: https://www.instagram.com/lazymike.art/

예브게니야 두드니코바 : https://www.saatchiart.com/evgeniyadudnikova?srsltid=AfmBOopzlhEDN0tZAlqRs3EGA0jKaoYviu71AKrzzZJcQB-aOVg7KXX6

엘린 샤이들린: https://www.tangcontemporary.com/2025-sheidlin-unconditional



Filip Mirazović <Homo Mundus Minor> 2025, Oil on linen, 132 x 83 cm




Filip Mirazović <The Magician> 2025, Oil on linen, 132 x 83 cm



필립 미라조비치의 작품은 일관되게 얼굴 없는 인간형상의 조형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옷을 걸치지 않은 누드지만 알몸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피부가 대리석처럼 무기질적으로 표현되어 사람의 형태를 입었으되 유기체의 생명성보다는 조각의 물질성이 더 부각되어  돌의 표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부의 감성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인물들의 정지된 듯한 동작과 생명 없는 껍데기로서 피부질감이 합쳐져 오늘날 인류가 겪는 존재의 불확실성과 기억의 퇴색을 시사할 수도 있다.


작품의 레퍼런스는 여럿 보인다. 링컨 이미지에서 많이 보이는 19세기 미국의 탑 햇(높은 모자)를 쓰고 있거나, 그리스로마 조각의 콘트라포스토를 취하거나, 천지창조 하나(느)님 아버지의 손짓의 끝부분과 같은 르네상스 종교회화가 보인다. 화면의 구성은 수직적이거나 수평적이며 초상화의 인물은 직립해 있고 왼쪽 다리에 체중을 두고 상반신을 오른쪽으로 비틀며 시선은 우측하단을 향해있다. 폴리클레이토스의 정형적 인체비율을 따르는 이상적 몸과 근육이다. 빛은 인물의 윤곽을 부드럽게 감싸거나 일부를 희미하게 지워내는데 시간의 흐름에 영향받지 않는 듯하다. 너무 매끈한 표면이 풍화와 같은 시간에 의한 침식을 지워낸다. 고전주의풍 조각의 모습은 한쪽 어깨를 내려앉히고 몸의 무게중심을 대각선으로 분배해 자연스러운 운동감을 포착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움직임이 정지된 순간, 즉 동작과 정지 사이 어딘가의 비정상성을 드러낸다. 영원과 불안정이라는 두 감각이 동시에 떠오른다.


데 키리코의 작풍도 떠오른다. 전통적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고 인물들은 대부분 화면 중앙에 고립되어 있으며 배경은 흐릿하거나 추상적이어서 초현실적 감각을 준다. 배경과 인물 간 공간적 깊이를 만들지 않아 인물을 마치 무중력 공간이나 몽환적 무대 위에 나른나른하게 부유시킨다.


도쿄도미술관에서 했던 데키리코전

https://dechirico.exhibit.jp/




아래 그림은 전근대 회화의 관습적 구성과 배치를 뒤집었다. 전근대회화에서는 남성이 지배적인 위치로 보통 시선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여성이 피지배적인 위치로 남성 시선 아래에 있다. 필립 미라조비치는 다른 작품에서는 없는 여성의 젖가슴을 그려서 일부러 여성임을 강조했다. 그리스로마, 르네상스, 신고전주의 화풍과 구도인데 여성이 위에 있고 남성이 아래에 있다. 재밌는 전복이다.



Filip Mirazović <Solace> 2025, Oil on linen, 141x 160 cm



동양의 서울에서 하는 전시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작가가 관심있는지 모르지만


금박의 용 장식도 넣었다. 하이힐에도 넣었다. 나름 정교하게 모사하려 하엿다.


서양은 드래곤, 동양은 용이고 서로 생물종도, 상징적 의미도 다르다. 동양의 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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