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kandlmuseum.com/exhibitions/

선바위역에 있는 K&L 뮤지엄에 다녀왔다.


선바위는 순우리말로 서있는 바위라는 뜻이다. 역명 표기에 한자로는 설 립 바위 암 입암立岩으로 되어있다. 일어로는 훈독으로 읽어 타테이와たていわ이고 중문으로는 리4옌2이다.


3층 이상 독립 건물을 보유한 중대형 뮤지엄 중에서는 가장 신상이라고 볼 수 있다. 2023년 준공후 지금까지 전시회는 대략 7번했다. 이번이 주제상으로 8번째다.


4월 10일부터 독일 베를린의 현대미술관 Ann-Kritin Hamm전을 하고 있다.

함씨라고 해서 한국계는 아니다. 독일 North Rhine–Westphalia지역에 함이라는 지명도 있고 옛 독일어로 강굽이를 말한다. 장-프랑수와, 르네-마리처럼 이름 2개를 합하는 것은 프랑스만이 아니다. 한스-페터처럼 독일도 이름 2개를 합한다. 다만 크리스틴은 C가 아니라 K로 쓴다.


독일 표현주의와 추상미술의 계보를 잇는 알버트 욀렌에게 사사를 받았다. 욀렌은 의도적으로 추한 모습과 조화롭지 않은 색감을 충돌하며 회화라는 매체를 실험적으로 해체한 작업을 펼쳤다. 아래 사진과 같다.



함은 비평적 성찰을 계승하면서도 고유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사진 2번부터 이어진다. 욀린의 급진적 실험정신을 존중하면서도 체계적이고 조형적 질서와 시각적 탐구에 집중했다. 캔버스 위를 오브제로 채운 게 아니라 마치 색감과 형상이 번식하는 듯이 보인다. 스승과 제자 모두 회화가 무엇인가를 화두로 삼았으나 욀렌은 급진적 파괴로 함은 질서와 패턴을 통한 구조적 재구성으로 구현했다.



한국에 출품되지 않은 다른 시도 중에는 수학적, 기하학적 그림도 있다. 식물이나 프렉탈을 닮기도 한듯한데 조형이 건조한 계산이 아닌 회화적 감각으로 버무려져 있는 회화연작이다. 이번 K&L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중 가장 비근한 예시는 아래 그림이다.





전시회에서 보이는 공통 모티프는 정제된 조형성이다. 선, 면, 색이 반복하고 교란되는 것이 미생물처럼 번식하고 있는 듯하다. 회화적 표면 위에 질서와 혼란을 반복시켜 관찰자의 시선이 미끄러지도록 유도한다. 일견 욀렌의 구성의 파괴와 닮았지만 불편하지 않다. 언뜻 데칼코마니 같기도 하고 색과 구조가 시각적 리듬을 유도하는 것 같다. 그러나 결국 관객은 특정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없어 의미의 붕괴를 경험하게 된다. 의미의 붕괴라고 표현함은 곧, 끝내 관객은 무엇을 보았는지 말할 수 없어 뜻이 스르르 흩어지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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