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savinamuseum.com/kor/index.action


사비나미술관에 다녀왔다


사비나의 독특한 삼각형 건축공간을 활용한 높이5.5m×너비22m의 거대 왕버들나무와 밤 빛의 심연이 우주 저편의 광막한 신비를 느끼게한다


캔버스에 오브제로 덕지덕지 채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캐릭터로 구성한 팝아트나 상징으로 채운 초현실주의, 아니 일반회화도 얼마든지 물감으로 비움을 채울 수 있다. 더 어려운 것은 비우는 것이다 더하기보다 빼기가 어렵다. 무용의 공간을 비경작지처럼 놀려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피하려면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비우되 가득한 느낌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광활한 우주에서 암흑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68퍼라던데 곧 68을 바라보는 작가는 캔버스를 목탄의 흑연으로 가득채워 흑암의 물성과 기운을 구현해냈다. 30대의 설치예술을 버리고 3년간의 칩거 끝에 목탄 운용법을 마스터해내 신성하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영적 달빛을 그려낼 수 있게됐다.


나무의 사리인 목탄은 무광택 분진가루라 마티에르감도 광택도 부여할 수 없어 자칫 밋밋해질 수 있다. 날카로운 예각의 붓질을 하기힘든 목탄으로 그리다간 선도 파훼되고 경계도 흐려지고 삭막하고 메마르게 보일 위험이 있다. 그러나 작가는 빛 한 점 머금지 않은 숯으로 오직 피부로만 느껴지는 새까만 밤의 정서가 관객 앞에 아른아른 일렁이도록 만들었다. 2010후 달빛녹취록 시리즈의 기법적 기반에는 1999후 세밀한 목탄 인물 드로잉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양 거제 주산지등 여러 로케를 탐험하고 받은 느낌을 담아 존재하지 않은 왕버들나무와 대나무숲을 만들어냈다. 실재에서 모티브를 얻되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그림을 창조한 것이 가히 초현실주의를 표방하는 그림보다 더 초현실적이라 할만하다

황사의 미세먼지와 봄의 꽃가루로 절규하고 괴로워하는 이들은 1년 내내 목탄 가루 흡입하며 작업하는 작가의 심정을 이해하리라. 그 고됨을 감수하고 이 그림이 우리에게 선사되는 것이 축복이도다


인터뷰의 목소리에서 전달되는 강인하되 섬세하고 열정적이되 억압하지 않은 인품에 한 번 더 탄복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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