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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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전문기자 룰루 밀러의 논픽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베스트 셀러다.

작년에 내내 들리는 책방마다 1위에 머물러있던 책이었다는걸 안다. 그럼에도 손이가지 않은건 '과학'분야에 있던 도서였기 때문에.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아마 끝까지 스스로 찾진 않았을 책이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과학'책이라는 범주로 분류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큰 두가지 줄기를 띈다.

첫번째 줄기는 한 과학자(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집중 조명하는 '전기문(위인전)'의 형태이자 '과학적 모험담'적인 성격을 띈다. 스탠퍼드대학 총장을 역임한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의 분류학자(생물학)인 그의 일생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평전'이라고 볼 수 있다.

두번째 줄기는 그를 탐구 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는 '회고록'적인 성격을 띈다. 작가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해서 탐구하는 '자서전'이자 '에세이'면서도, 과학적으로 반문하고 접근하는 자신만의 '탐구 연구서'이다.

자연과학의 역사적 흐름에 대한 비판과 의견을 담은 책이기도 해서, 역시 '자연과학 교양서적'인가 하다가도, '심리학'적 접근과 '철학'적 접근도 상당히 갖고 있기 때문에 과학과 반대된다고 생각하는 철학책인가 하는 생각이 넘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이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읽을 수록 "아니 도대체 과학도서에서 추리소설에나 쓸 수 있을법한 '반전'이라는 말을 이렇게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한다는 점이다. 중반부 지나가도록 '가나다'를 배우다가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갑자기 사회비판적인 '랩'을 쏟아내는 듯한 구성과 필력은 다 읽고난 후에 파도가 휩쓸고 간듯한 신기한 경험을 가져다준다.


01

문득 그럴 때가 있다. 나는 흘러가는대로 살고있구나, 싶어서 잠시 멈춰서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걸까" 라는 생각 들때. 이런 의문은, 현재에만 적용되는 의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뭘 해야할까. 뭘 해야 내 삶에 가치가 있을까. 내 삶의 의미는 뭘까."로 확장되는 의문이다. 그래서 곁에있던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

그런데 이런 딸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의미는 없어!"라는 대답을 하는 아버지. 딸에게 이 기억은 매우 강렬하게 남는다.


02

'실재'하는 세상에는 모든 이름이 있고, 범주가 있고, 질서가 있고,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실은 혼돈 속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일뿐, 세상은 '혼돈' 뿐이라는 말은 그 모든 자연과 생명의 '질서'에 대항하는 대답이였다.

그러나 그 질서라는 것이 사실 자연스러운이 아니라 작위적이고 인위적인것이라면 어떠한가. 아버지는 '종교 중심'적 사고로 신의 존재를 맹신하는 사람과, 인간이 다른 생명체에 비해 우월하다고 믿으며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 중심'적인 사람들 모두를 비판하고자 하는것은 아닌가. 그런사고에 휩쓸려 각자의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중요도'와 '순위', '쓸모', '구원'을 논하는 것이 진정한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길인가.

이 세상엔 신도 없고, 운명도 없고, 계획도 없어.

우리 (이승의) 삶에 의미는 없어

때문에 내세(저승의) 삶도 없지.


넌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 너 좋을대로 살아.

'혼돈'은 거기에 있을뿐,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무엇에도 관심없다. 꿈, 의도, 특별하다 여기는 가치와 사고, 행동, 그 무엇에도.

개인적인 읽기로는 아버지의 말이 매정하게 들리진 않았었다. 다만 어린딸에게 할 말이었는가 하는 시기의 문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을뿐. 이 부분에 대해 독서모임에서 첫번째 의견을 나누었다.


"아버지, 이책은 아버지를 위한 책이에요"로 시작하는 이 책은 나이 지극한 성인이 되어서야 아버지의 말에 해명하듯, 대앙하듯, 투정부리듯 뒤늦게 대답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미 답은 나와있다. "아버지, 전 중요하지 않다고 하셨죠? 아니예요! 전 중요해요. 그리고 우리 모두가요."


03

철학에는 어떤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있다. 그것들의 '이름'이 만들어질때 존재한다는 것은, 그것의 존재를 '발견'하고 바라봐주는 다른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야기고, 나아가 그 존재와의 '인연'이 단발성이 아니라 계속성을 띄어야 한다는 소리다.

"우리 '앞으로' '무엇'을 무엇이라 '부르기'로 하자."

그렇다. 모든 명명은 사람과의 '관계맺기' 약속이다.

이부분에서 자연스럽게 김춘수의 '꽃'을 떠올릴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름을 불러주자 비로소 꽃이되었고 의미가 되었다는 서사를.

그리고 두번째론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떠올렸다. '이것'이라는 글자가 파이프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고, 가리킨다해도 '파이프'는 실재의 파이프가 아니라 '파이프 그림'이고, 모든 나라에서는 각각의 언어를 쓰기 때문에 이것을 파이프라 '부르지' 않을수 도 있다.

이것은 명명과 존재, 실재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이름 붙여주지 않아도 이 세계에는 실재인 것들이 존재한다.


이쯤 읽었을때 들었던 생각은, 아아.『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물고기'라는 명명이 실재 물고기(들)을 하나하나 지칭 할순 없으니, 이건 명명과 관계맺기에 관한 철학적 사유가 담긴 책인가보다, 했다.

정말로 '물고기'라는 <어류>가 분류학적으로 존재할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철저한 과학책의 성격을 아직은 잘 보여주지 않은것이다.


05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민들레'라는 풀은 잡초일 수도 있고 약초일 수도 있다. 꽃가루가 날리며 알러지를 유발하는 유해한 존재일 수도 있고, 구석구석 꿋꿋하게 피어나는 불굴의 상징일수도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민들레의 원칙'에서 말하고자 하는 상대성과 다양성을 경험으로 느낀다.

"이것이 또 무슨 복이 될는지 알겠소?"라는 새옹의 말처럼, 인간만사는 새옹지마이다. 득실과 화복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

그때는 맞는 것이 지금은 틀릴 수 있다.


사실 잡초이건 약초이건 민들레는 민들레로 있을 뿐이다. '꽃이 져도, 씨가 맺혀도, 바람이 불어 그 씨가 휘익 날아가도 민들레는 민들레.'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명명과 자신에게 부여되는 의미 이전에 '존재' 가 있다. 이름, 분류, 종류, 서열, 의미, 이런것들이 없어도 존재하는 것들은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은 계속 그런것들을 얘기한다.

우울한 삶의 와중에 우연히 알게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당시 알려진 어류의 ⅕이나 직접 물고기를 발견하여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명명하며 수집한 수많은 표본들이 화재(벼락)와 지진으로 파괴되는 경험에도 굴하지않고 혼돈에 맞서 싸우는 모습에 매혹되어 그의 삶을 추적해나가며 ‘물고기는(그리고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에 관해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그의 이 무모한 열정이 자신의 우울함이라는 역경의 시간을 헤치고 끝내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줄 교훈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가 그에대해 연구하며 알아낸 것들은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펼쳐진다.

명명하기 위해 수집하게 되고, 그 수집과정은 무자비했으며, 분류하고 순위 정하기가 되어, 그 끝은 우수함과 열등함을 믿게 하여 장애인, 성소수자, 부적합자를 '제외'하여 가장 우수한 종만을 남기기 위해 '인간의 분류', 가장 위험했던 범주, <우생학>으로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어준다.

그녀가 기대했던 그의 '업적'은 그런것들이 아니었으리라. 명명, 분류, 순위, 우열. 그 '범주'에는 '다양성'과 '다름', '존재'는 없었다.

이 책은 분기학자 캐럴 계숙 윤의 『자연에 이름 붙이기』에 영향을 받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업적에 대해 다시 논해보는 책이다.

<분기학>은 종은 사다리 타기가 아니라 '진화'하며 얻은 새로운 특징들로 계통학적 '유연함'을 알아내는 학문이다. 분기학에 의하면, '물' 속에 살아 '아가미'가 있고 '비늘'이 있다는 특징으로 만들어진 <어류>라는 범주는 수많은 물고기들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는 분류이며, 오히려 심장이나 폐, 뼈 등의 구조등의 특징들을 비교하다보면 다른 종과의 유사성이 많다는 것이다.

물속과 비늘이라는 장소나 생김새로 단순한 특징을 내세워 종을 묶는 오류를 다른것에도 적용해보자. 색이라는 특징으로 묶으면 우리가 흔히 아는 원숭이(엉덩이는 빨개)와 (빨가면) 사과는 같은 종인가. 바나나처럼 긴 기린(목이김)과 뱀(몸이김), 홍학(다리가김)을 같은 종이라 묶는다면 어떠한가. 이것이 범주의 오류이다.

그렇게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물고기들을 묶어둔 <어류>라는 범주는 사실 없다는 결론.


06

성장한다는건 다른사람들의 말을

더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오직 인간만이 자기만의 울타리를 만들고 자기 편을 만들고, 내것을 만들어 '목표'와 '의미'를 찾아 헤매며 산다. 자기연민, 자기확신, 자기기만, 긍정적인 착각 속에 빠져 많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무엇을 위해', '그 다음은'을 외치며 살아간다.

그렇게 맺어가는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오명과 오진과 오류를 받고 범한다.

'혼돈'은 무질서가 아니였다.

'옳음'이라는 '믿음', '확신'에 대한 '의심'이다.

때문에 "인간은 원래 곧잘 틀리잖아. 성장한다는 건 '무조건'이라는 말에서 벗어나는 거야" 라는 말이 좋았다.


07

명명, 순위와 우열의 사다리, 선과 악, 옳고 그름, 주류와 비주류, 관습과 도덕성,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우리의 잘못된 범주의 오류가. 또 어디에 있을까. 아니, 어디에든 있지 않을까.

'세상'은 "더 오래 검토할수록,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민들레의 원칙'처럼 "잡초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때, 나는 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약속'을 얻었다.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 라는 맺음말이 좋았다.

물고기를 선택한 남자의 삶을 쫓아 나도 함께 구원을 얻으려했으나 구원을 물고기를 쫓는것에 있지 않았다. 물고기를 포기하는데 있었던 것이다.


08

모든 범주는 상상의 산물이다.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 무한한 가능성의 장소를 보았다.

저자는 자신이 이성애자의 범주에 속해있다고 알며 살아오던 삶에서 이성과 동성아라는 범주 안에 속하지 못하는 양성애자라는 것을 알았을때 괴로워했다. 그러나 글의 끝에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 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에서 그녀의 괴로움이 치유되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 글이 '양성애자'인 자신을 항변하기위한 글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분기학'의 프레임과 함께 자기 보호적인 글을 쓴것이 아니냐고. 그럴수도 있겠다.

우리 삶에 의미는 없다고, 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던 아빠 보세요,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제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누구이건, 내 존재를 인정해주세요. '나란 존재'는,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해요! 항변하는 모습을 보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나'보다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에, 아니 그 속에서도 작고 적은 '범주' 속에 묶여있는 '존엄'한 사람에 대해 포괄적으로 얘기하고 싶었을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우생학, 사형제도, 성소수자, 장애인, 요즘 발생하고있는 무차별 살인예고자 등 사회에서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는 '비정상'과 '부적합'에 대해 논했다. 그러다보면 사회적 '쓸모'와 '생산성'과도 이어졌고 '포용'과 '상생'과도 이어졌다. 결론이 나지 않는 얘기들이였지만 '모두 함께','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뜨겁게 논쟁했다.

우리는 의미와 가치부여 이전의 '존재함'을, 부여한 후에라도 얻게되는 '다양성'에대해 얼마만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나. 그것은, 우리에게 얼마만큼 '중요한' 일인가.


09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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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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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우리 모두가 『선량한 차별주의자』일 수도 있다'는 도발적인 책을 썼던 김지혜 교수가 '스스로 선량하다고 믿는 당신을 심란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가족각본』이라는 두번재 책을 선보였다. 그리고 때마침 열렸던 북토크에도 다녀왔다. 책을 읽기 전이였는데, 강의를 다듣고 책을 보니, 책의 내용 순서에 따라 강의내용을 진행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큰 줄기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가족'형성에 공식이 있는가,

'가족'형태는 같아야 하는가,

'가족'형제는 부양해야 하는가


'가족'은 견고한 '각본'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각본에 따라 태어나면서 부터 역할을 기대 받거나,

성인이 되어 가족을 만들면서 역할을 맡는다.


'아내와 남편', '어머니와 아버지', '며느리와 사위', '아들과 딸' 등 역할이 주어지면, 우리는 그 역할에 맞는 각본에 따라 '~답게' 행동하게 된다. 대개의 경우 정해진 '각본대로' 따르는 걸 '평범한 삶'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다.

'평범'이란 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관습'을 말하는 것.


'관습' 이란 글자에서 살짝 벗어나게 되는 것은, 아직도 '소수'이고 '개인적'인 일로 여겨지는 '동성애(성소수자), 미혼자녀, 고아, 미망인, 장애인, 노숙인, 저소득인' 등이 무대에 등장하게 될 때이다. 이때 당연하게 여겨졌던 가족각본에 관습적 역할이 꼬이게 된다.

이책은 '익숙한 것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자연스러운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라는 '질문하기'가 전제이기 때문에, 정말 수많은 질문 폭탄을 던진다.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들에 한번 답해보길 바란다."는 듯이.


가족이란 어떤 것일까? 가족안에서 역할은 왜 성별로 규정될까? 애초에 역할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왜 당연히 결혼과 출산을 하나로 여기는 걸까? 왜 비혼출산은 비적법한 출생, 비정상가족형태가 되어 당연한 듯 차별당하는 걸까? 부모는 모두 있어야 할까? 가부장제는 왜 이토록 오래도록 연명하고 있는걸까? 가족은 개인의 생존을 책임지는 단위여야 하는가?

이 책은 질문의 질문을 거듭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던 '관습'에 반대되는 질문을 던지며 당혹감을 주고, 우리도 모르게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있었던 차별성을 드러내고, 은근하게 자리잡고 있던 '평균 기준'의 이기적인 편향성을 들춰낸다.

우리는 위에서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가족(家族)이란 무엇인가? 가족은 부부 '인연', 부모 자식의 '혈연'과 '입양' 으로 연결된 일정 범위의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을 가리킨다. 현행 「민법」 제779조의 가족의 '범위'를 살펴보면, '자기'를 중심으로 자기의 '배우자', '형제자매', '직계혈족' (부모와 자녀)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자기'는 가족을 의미하는 영어(families)의 어원인 라틴어 familia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familia는 '가장'에게 속한 '소유물'인 아내, 자식, 노예 등을 뜻했다고 한다. 가족의 시작은 오늘날처럼 공동체 단위가 아닌 엘리트 계층의 소유물을 지칭하는 것이었기에 가족을 구성하는 원리는 동서를 막론하고 남성을 주축으로 한 '가부장제'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의 시작은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2007년 동성애 허용법안 반대시위 구호부터 시작되는데, 그 초첨을 '며느리가 왜 남자면 안돼나요' 가 아니라, 왜 '며느리'부터 들먹이느냐로 시작된다. 이는 두가지 관습을 동시에 흔드는 질문이다. 가족형성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가부장제' 와 그 뿌리를 흔드는 '동성애'.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구호는,

이 사회가 평등을 추구한다면 맞서고 해체해야 했을 가족 질서가 뿌리깊게 남아 있음을 일깨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은 지키고 보존해야 할 불변의 가치인가?


법적으로 '가족'이 되는 '결혼'이란 참 오묘한 일이다. '스드메', '청첩장과 식장', '신혼여행'이라는 성대한 예식을 치는 기간과 비용에 비해, 법적인 신고 절차는 초라하다. 단출한 서류작성하나가 끝이고 앞으로의 계획이나 능력을 묻는 절차도 없다. 그 간단한 서류 하나로 '서류상'으로 가족이 되면, 당사자들 사이에 '권리'와 '의무'가 생긴다.

①'동거'하여

②서로를 '부양'하고 '협조'해야 한다.

③서로를 '대신(대리)'해 공동생활에 관한 일을 처리할 수 있고

④'재무(채무)'에 대한 책임도 공동(연대)으로 진다.

⑤결혼중 협력해 모은 재산은 명의와 상관없이 '공동재산'이 되고(해체시 분배대상)

⑥공동재산 분배시 '가사노동'을 분담한 기여도 인정된다.

⑦'보호자'로서 각종 동의와 결정(수술,연명 의료 중단 등)을 내리기도 하고

⑧'배우자'로서 '사회보장급여'를 받고

⑨'유족'으로서 상대가 사망시 장례를 치른다.


의무와 동시에 권리가 생기는 결혼을 사람들은 '거래'라 여기며 가족 형성을 통해 유리한 경제적 지위를 얻으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결혼 기준으로 학력, 외모(특히 키), 직업, 연소득과 기본자산을 기본으로 비교한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178cm의 연소득 6천의 공사직 남자가 163cm의 연소득 4천의 사무직 여자를 만나 5억정도의 자산으로 시작하는게 결혼이다. 기준치가 높아지면서 동질혼이 많아졌다. 이것은 한국 사회가 과거보다 더 평등해진것 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결혼 후의 일자리 변화(경력단절, 전업주부)와 동질혼 계급의 재생산(양육자까리의 배타접 집단형성)과 불평등 강화의 효과 등을 보면 과연 정말로 평등으로 나아가는 지는 의문이다.


있는 자가 가족제도를 통해 계층을 세습하는 동안

없는 자는 가족생활 자체가 어려운 상태가 된다.

지금처럼 사회가 급변하고 가족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시대에

축적된 재산이 얼마나 많아야

'가족'이라는 '소박한 행복'을 꿈꿀 수 있을까?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가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결혼생활 어때?"는 잠시, "아이는 언제 낳을 거야?"라는 질문이 바로 이어진다. 이렇듯 결혼은 출산을 기반으로 한다는건 결혼 밖에서 출산하면 안된다는 뜻도 있다.

그 이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① "아이를 낳지 않을거면 왜 결혼했냐" 비난받아야 하고, 역으로 ② "아이가 생겼다면 책임져야(서둘러 결혼) 한다" 라는 공식에 부딪혀 비혼 출산을 부정 당해야 하며, ③"동성커플은 아이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결혼 할 수 없다"라는 반대에 부딪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출생은 완전 무결한 필요충분 공식이며 결혼은 출생을 위한 자격이 되는 것인가,

출산의 기반인 결혼을 해체시키는 ①②③의 '변형' 들은 '사회적 재앙'인가.

결혼 하지도 않고 아이를 낳은 사람은, 혼 외 출산은 '문란함'으로 낙인찍혀야 하는가.

출산이 '애국'이라면,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에게 국가가 간섭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자녀 출산에 대한 부담이 적은, '동거'와 같은 결혼 외의 가족 형성은 '공동생활'로서 보호 받을 수 있는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돌봄의 공동체를

국가와 사회가 존중하지 않을 이유는 무엇일까?


혈족 안에서 사람들의 순서를 매기고, 출산의 공식을 지고, 부양의 의무를 부과해, 생존을 담보로 해온 지금까지의 가족은 자유와 평등을 근본가치로 지향하는 현대사회에서도 계속해서 적용되어야 하는 '질서'로 남겨져야 하는 걸까. 강요된 의무와 위계적 압박이 사라질때 사람들은 더 행복하게 서로를 돌보는 길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가족을 이루는가.

현행 「헌법」 제 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라고 되어 있다. 이는 누구나 다양한 모습으로 가족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도록 국가는 이를 보장하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며 더 '다양성'을 바탕을 둔 사회로 변화시켜 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가족은 태어날때부터 정해진 개인의 운명이나 운으로 가족생활의 불평등함과 차별을 모두 개인의 책임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헌법에서는 '존엄하고 평등한 가족 생활' 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해 두고 있다.

'제도'를 바꾸는 것은 '구체적인 사례' 라고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개인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보장'과 '국가적 책임'이 뒷받침되어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바뀌어가는 제도와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녀야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진정 변할 수 있다.

사회가 변하고있다는 것은 다양한 삶의 형태와 가족의 형태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는 아직, '사회가 변하고 있다'에서의 '변화'를 '위기'나 '해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는, 기존의 관습에 대항하며 해체해! 를 외치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의 '확장' 을 외치는 것이고, 기존의 사각 지대를 발견하여 '추가'하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이 가장 좋았다.

변화가 꼭 위기와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옳았던 것을 흔드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다양성이란 이름으로 범위를 더 넓힐 뿐이다.

'아니야, 틀려'가 아니라, 이런 모습 '도' 있어, 라며 바뀌어가고 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어떠한 변화가, 다른 목소리가, 다른 형태가 모두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왜' 이런 변화가 이루어졌는가를 살펴보며 그에 맞게 대안찾기에 힘쓰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변화와 다양성의 담론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새로운 '제도'를 만들게 한다.


오랫동안 '개인'만의 책임으로 물어왔던 것에 대해, 정말로 그러한가를 되묻는다면, '돌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돌봄'은 사회에서 공동의 책임이고 '개인'의 권리이다. 다양성을 인정한 사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를 돌보면서 각각의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와 열린 마음이 필요한 때이다.


'가족' 불평등이 문제라면, 가족의 형성과 역할 분담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각본'을 다시 써볼때가 되지 않았나 제안하는 책이다.

가족은 국가 발전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다양한 개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돌봄'을 주고 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제도' 로서 이야기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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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는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유국가 등 민주주의와 관련된 사상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걸어온 길들을 되짚어보는 성균관대 사학과 #김민철 교수의 신간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내용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처럼 '임시정부'이래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항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려워하는것처럼 '민주공화국'이 무엇이냐에 대해서 설명하기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일이다. 우리는 '주인'으로서 모든 사회 권력 과 통치와 관련된 일에 제대로 '참여'하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그것 또한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생각해볼 일이다.

모두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통치에 '참여'하는 '이상적인 정치공동체'인 민주주의가 지금 잘 실현되고 있는것인가, 아니 어쩌면 실현 불가능한건 아닌가를 모두 되짚어 볼 수 있게 하는 비판적인 접근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따라서 이 책은 가장 기본부터 시작한다. 민주, 민주정, 민주주의, 국민, 인민, 주권, 통치 등의 개념을 정립하고, 민주주의가 인정받기 시작한 시기와 혐오의 대상이 된 시기를 역사적으로 정리한다. 그리스 민주 정기의 철학자부터 유럽 정치 철학의 주요 흐름인 공화정과 자연법, 사회계약론과 계몽주의, 프랑스 혁명, 루소와 홉스의 사상까지 민주주의에 열망과 동시에 그에 반하던 시선과 우려까지 모든 '역사'를 담았다. '다수의 의견'이 늘 옳다고 할 수 없고, '다수의 방종'이 되는 것을 막을수도 없으며, 경우에 따라 '다수'를 앞세운 독재와 폭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까지. 민주정의 단점을 짚어주고 민주정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상가들도 소개한다. 제도의 촘촘한 설계로 단단한 평등과 생계의 유지, 높은 덕성을 갖게 하여 부국강병은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 민주파의 후예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민주주의의 옳고 나쁨 자체를 따지기보다 이를 대했던 '사유'(지성사)의 역사를 두루 펼쳐보이며 시야와 안목을 넓히는 책이다. 

가장 기본적인 투표, 이로서 민주적 참여로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삼권은 분리되어 서로를 견제하며 상생하고 있는가, 언론과 정치는 분리되고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고 있는가,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법치주의는 잘 지켜지고 있는가, 노동의 권리는 보장되며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며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가,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역설하면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한번 정의하자는데서 시작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인가'를 역설하면 '현실은 어떠한가'를 먼저 제대로 들여다보는데서 시작할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수시로 언급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민주적 가치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역사적 발자취를 함께 걸으며 더 나은 미래로의 발걸음으로 옮길것이라 확신한다.
 
민주주의는 '보통 사람'들인 국민의 목소리가 통치를 좌우하는 정부형태이다. '보통'인 우리들은 완벽하지도 영원하지도 못하다. 그러니 세상이 완벽하지 않고 영원하지 않다는 이유로 멈춰설 이유도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위해 느린걸음으로 미래를 차곡차곡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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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 10대를 위한 글쓰기 기본기 창비만화도서관 9
이강룡 지음, 국민지 그림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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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쉽게 틀리는 일상속의 맞춤법, 띄어쓰기에 대한 오류를 바로 잡아주고, 그렇게 바로잡은 표현법으로 멋진 한 문장을 써볼 수 있게 하는 <글을 잘 쓰기 위한 기본서>이다.


책은 제법 두껍지만, '국어'를 올바르게 표기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고양이 '고선생'이 함께 사는 식구들과 일상을 같이하며 자주 사용하는 대화나 채팅창 속에서, 혹은 자주 노출되는 광고나 포스터의 표기가 틀렸을 경우 이를 바로잡아주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대화속 에서 올바르지 못한 표현이 나올때마다 정색하거나 생활속 문구에서 오류를 발견할 때마다 빨간펜을 들고 고치는 '고선생'과 함께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맞춤법과 표기가 틀렸다면 예쁜 옷에 얼룩이 묻어있는 것과 같다며, 더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올바른 표현은 필수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여러분은 마음에 품고 있는 한 문장이 있나요?

다른 사람이 했던 말이나

여러분이 쓴 글 중에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소개할 수 있나요?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 감명 깊게 읽은 책, 가족·친구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

이런 기억들과 생각을 흘려 보내지 않고 잘 붙잡아 한 문장으로 적어둔다면,

차곡차곡 한 문장으로 쌓아두면

현재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힘을 줄거예요.

이강룡,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中

책의 서문에 '한문장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남기고 싶은 말'을 잘 요약해 보는 연습이 먼저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요즘 다이어리에 하루의 한줄 남기기, 월에 한 단어 남기기 등으로 요약해보기를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때로는 간결한 한 문장이 글의 주제를 더 잘 드러내기도 한다.

이강룡,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中


그래서 이 책은 한문장 쓰기에 대한 연습을 시켜주는 책이다.

때문에 하고픈 말을 '한 마디'로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올바른 표기법과, 한문장에 하나의 주제를 드러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 흥미를 유발하는 첫문장과 여운을 남기는 끝문장 쓰기, 제목에 주제 드러내기,

  • 반복과 모순은 지양하기, 불필요한 표현과 군더더기 덜어내기,

  •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다면 ~하고 ~하며 ~하다 라는 '열거'하기로 묶어보기,

  • 범위를 정하여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다면 A는 B다 로 '정의'하기,

  • 예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처럼~하다 로 '비유'하기(비유, 인용, 사례 들기),

  • 보다 뚜렷하게 구분하고 싶다면 ~는 ~하다면,~는 ~하다 로 '비교'하기,

  • 대안이나 확장된 사고를 전하고 싶다면 ~가 아니라 ~다 로 '전환'하기.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이어 나오는 한문장쓰기라는 이 3부의 내용이 이 책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가 쓴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마지막 문장'을 쓰는 공식은 없다.

행복하고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많은 것 처럼.

이강룡,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中

우리의 시기시기마다의 한 문장들이 우리 인생의 책을 펴낸다고 하면, 나만의 자서전을 써 본다면

첫문장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마지막에는 어떤 문장을 남기게 될까.

그렇게 생각하면 글쓰기에 대한 흥미와 신중함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써 두었던 문장들이 우리의 흔들리는 마음과 용기를 붙잡아 줄거예요.

생각과 감정을 올바른 한 문장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연습하다보면

더 행복하고 보람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얻게 되죠.

우리의 글쓰기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방향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강룡,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中

부디, 당신만의 올바른 문장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만들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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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터 - 디베이팅 세계 챔피언 서보현의 하버드 토론 수업
서보현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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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터(debater)는 격식을 갖춰 논의, 논쟁, 변론, 토론(debate)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9살때 호주로 이민을 간 작가는 언어적·문화적 장벽에 부딪히며 '자기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 왔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협상하고, 때로는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무심한 미소로 잠자코 '예스, 오케이'를 외치는 방법까지 시도해 본 후에야 긍정적인 태도를 활용하는 법을 찾는데가지 이르렀다. 자신의 유년기를 지배할 리듬을 비로소 찾은것은 학교 토론팀에 들어가게 되면이다. 호주 생활 2년차로 제법 익숙해진 5학년 무렵,  '반대'가 '불화'가 되지 않는 세상을 만나게 된다. '좋은 논쟁'거리를 찾아 '좋은 반대'를 이야기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에 더 귀기울여 존중하는 이 '소통' 행위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작가는 지역 토론대회 우승으로 호주 대표로 세계학생토론대회(WSDC)에서 우승한 이력에, 하버드대 상위 1%학생으로 세계대학생토론대회(WUDC) 재참가하여 다시 우승하게 되는 이력을 덧붙인다. 

한국인 최초 8'베스트 스피커(best speaker)' '인 그가 남긴 이 토론 기술에 관한 책에서는 1부에서는 토론의 다섯 가지 기술(주제선점, 근거 제시와 설득, 좋은 반대, 적절한 침묵, 감동 전략)을, 2부에서는 무례한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상대로 일상에서 접하는 '의견차이'를 토론의 기술로 삶에 적용하는 방법 등에 대해 언급한다. 

토론을 하려면 국내 외 상황들과 역사, 과학, 문화 등 광범위하고도 방대한 '정보'를 매번 습득하며 공부해야하고 나아가 그 정보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일 줄 알아는 '기술'이 필요하다. 더욱이 토론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기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동기'가 있어야한다.
즉, 토론은 공감하고 경청하고 비판적이면서도 설득력을 갖춰야 하는 효과적인 교육 도구로 지식과 의견이 덧붙여진 종합 선물세트이다.
과정과 판단은 '공정'해야 하며, 반박하면서 더 나은 '의견'을 내야 하기에 더 나은 삶으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길로 걸어간다.
‘잘 반대하는 기술’들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기술과 태도를 배우게 한다. 패배했다고 틀린 의견이 아니며, 이겼다고 반드시 옳은 의견도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 실제 신념과 다른 편에서 생각해보게도 하고, 때로는 상대편의 입장에 설득당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진실과 해결책들을 발견하머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행위다.

더욱이 토론은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전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토론자가 된지 18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좋은 반대', '수준 높은 반대'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저자는 토론에 있어 부드럽게 공감하고 타협하는, 인간적인 교감을 가장 중요시 여기고 있다. 토론이 계속되기 위해 발언권을 주고 다시 받고 그런 이해와 이견이 공존해야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토론대회의 형식과 기능, 종류들을 실용적인 조언과 함께 만나게 될 것이며, 논쟁이라는 것이 사람들을 분열시키는 행위가 아닌 하나로 모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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