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로 칼비노는 1983년에 이작품을 발표한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나가기 전 마지막 작품이다.

처음에는 칼비노는 위쪽, 이상을 추구하는 팔로마르씨와 아래쪽, 어두움을 추구하는 모홀씨의 대립구도로 소설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팔로마르는 천문대가 있는 캘리포니아의 팔로마산에서 따왔고 모홀은 지각의 깊은 곳까지 도달하기 위한 프로젝트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계획은 계획일뿐

 

"나는 사람의 납치와 관련된 대화를 써 보았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범죄가 가장 수익성 높은 사업이 되기 시작하던 중이었다 모홀 씨는 모두에게 적대적인 사람들만이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따라서 상호 증오만이 사회를 유지하게 하는 토대이며, 반면에 애정과 연민은 바로 그런 감정을 이용하는 범죄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시점에서 나는 내가 쓴 것을 다시 읽어 보고는 조만간 후회할지도 모를 것을 쓰고 있다는 의혹이 들 때면 늘 그랬던 것처럼 종이를 구겨서 던져 버렸다."p10

 

칼비노는 이 책을 팔로마르 씨의 생각으로 쓰고 후속편으로 모홀씨 중심으로 쓰려고 계획한다.

결국 모홀씨이야기, "모홀 씨와의 대화"는 나오지 않는데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나는 모홀 씨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팔로마르가 바로 모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드라면 이정도야 하면도 열심히 섰을 것이다. 아니 이미 섰지 않는가?

 

 

 

 

 

 

 

 

 

 

 

 

 

미셸 푸코는

 

 

 

 

 

 

 

 

 

 

 

 

둣치오 뜨롬바도리와의 대담에서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푸코는 자신이 글을 쓸 때는 마지막의 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글을 쓰는 도중에 길이 정해지고 그 점들이 이어져서 책이 완성된다고 했다. 칼비노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었다.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이 말 한 등장인물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놔두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아닐까.

 

이 글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철학적 에세이다. 밀란 쿤데라식 픽션인데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오히려 서사적이다. 주인공은 이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혼자 중얼거리기를 계속한다. 칼비노는 이 작품을 1975년에 일간지에 조금씩 발표했으며 1983년에 책으로 출간했다. 쿤데라는 1984년에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출간했으니까. 이런 에세이 형식의 픽션은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달리 칼비노가 먼저 쓴 것이 되겠다. 칼비노는 이미 그 당시 유명한 작가였을 것이니까 쿤데라가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고 합리적 추론을 해 본다.

 

글이 추상적인 영역에서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의 예전 스타일인 우화를 통해 작가의 생각을 개진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작가는 길게 늘이기 보다는 함축적, 압축적으로 표현하게 되었다고 서문에서 말한다. 그래서 팔로마르의 생각을 통해 전개되는 이 소설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며 곱씹어 보게 만든다.

 

또 서문에서 칼비노는 이 책이 철학임을 선언한다.

 

팔로마르의 이야기가 두줄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사람이 현명함에 도달하기 위하여 조금씩 나아간다. 그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p14

 

개인적 생각인데, "현명함에 도달하기위한 노력"이 철학이지 않은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4-05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그렇습니다. 원래 계획한 내용대로 쓰지 못합니다. 전혀 엉뚱한 전개로 이어지다가 처음에 의도한 것과 다른 결말을 지을 때도 있어요. ^^;;

dellarosa 2017-04-05 12:01   좋아요 1 | URL
네 ^^ 그리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

dys1211 2017-04-0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신 내용이 철학 같습니다.

dellarosa 2017-04-06 03:17   좋아요 0 | URL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