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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의 카레, 내일의 빵/ 기자라 이즈미


 부부 각본가라는 말에 별 흥미가 없다가, 일본 드라마 <수박>과 <들돼지 프로듀스>가 그들의 각색 작품이라는 말에 들여다 보게 된 책.  과연 괜찮은 각본가가 괜찮은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저의기 의심스러웠는데, 역시나 <수박>의 이야기를 지어낸 사람들답게 이야기가 흔연스럽더라. 칠년전 남편을 암으로 잃고, 그 이후로 쭉 시아버지( 이하 시부)와 살아가고 있는 데쓰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하지만 그녀가 딱히 주인공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녀와 그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것일 듯. 


결혼 구년차지만, 남편과 살았던 날은 고작 이년, 스물 여덟살의 처녀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줌마라고도 할 수 없는 모호한 입지에 서 있는 데쓰코는 자신이 며느리라는 사실조차 가물가물한 시부와 함께 살아간다. 냉정하게 보면 생판 남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임에도 척척 생활의 호흡을 맞추며 서로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그들. 그들의 완벽한 앙상블은 한편으로 더이상 바랄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 데쓰코는 자신에게 청혼하는 직장 동료에게 단호하게 선을 긋고, 시부는 은퇴후의 생활을 어찌할 것인가로 고민을 한다. 어느날 더이상 미소 짓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스튜디어스에서 백수 신세가 된 오다양은 그녀와는 반대로 병때문에 실실 웃는 것을 멈출 수 없어 잘린 산부인과 의사 동창과 사고로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직장을 그만 둔 스님 동창을 만나 새로운 직업을 구상하게 된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데쓰코의 남편은 어떻게 데스코와 만나 결혼을 하게 된 것이며, 그녀는 남편을 잊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게 될 것인가 라는 이야기가 지극히 담담하게 하지만 신선하게 그려진다.


<수박>을 보면서 익히 느낀바대로, 저자가 착하지만 결코 멍청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으로 잘 그려낸다. 세상에 이렇게 사는사람들이 어디 있어? 라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빠져들게 되는건 이상향에 대한 아련한 향수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생을 이렇게 해석하고 풀어가면서 살아갈 수도 있겠다 싶은 깨달음 때문이 아닐런지. 그러니까, 착하고 모나지 않게 인생을 살아가려 애쓰는 보통 사람들에게 이런 삶도 있어요. 인생이란 당신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라고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는 듯 싶어서 말이다. 아무 생각없이 들었다고 해도 흐믓한 채로 책을 내려 놓지 않을까 싶은, 쉽게 쉽게 읽히면서도 감동도 얻을 수 있는 꽤나 괜찮은 작품이었다. 내 확신컨대, 이 작품은 반드시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내용이 워낙 좋아서 그냥 버려질리 만무하니 말이다. 과연 어떤 배우들이 출연할지는 모르겠지만, 만들어진다고 하면 반색을 하면서 보게 될 것이다. 내용을 알기에 더 보고 싶어지는 드라마가 될 것이므로.




 ★★★☆☆  꿈을 파는 남자 /햐쿠야 나오키 


 재능도 열정도 없지만 미래의 조앤 롤링을 꿈꾸는 현실감 제로의 허무맹랑한 사람들에게 접근해 그들로 하여금 자기 돈으로 책을 출간하게 함으로써, 불황이라는 출판업계에서 자비 출판이라는 분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마루에라는 출판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책이다. 출판업자의 눈을 통해, 작가라는 허영에 찬 집단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 특징. 더불어 그들을 꼬드겨 잇속을 챙기면서도 타인의 꿈을 이뤄주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편집자의 절묘한 내공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사기꾼과 출판업자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도, 자기들은 그래도 그나마 양심이란게 있다고, 그저 자신들은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 놓은 것 뿐이라고 --다른말로해 남들보다 조금 더 영리한 것일뿐이라고.--호언하는 마루에사의 편집자 우시가와라의 감언이설이 이 책의 포인트. 그의 입을 통해 출간이라는 행위의 적나라한 뒷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압권. 본인도 작가면서도 어쩌면 이리도 동료 작가들과 출간업자들을 통찰력 있게 비판하시던지, 이 책이 왜 블랙 코미디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자비 출판의 함정을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합격점. 무엇보다 칭찬하고 싶은 점은, 읽기 쉽도록 썼다는 것이다. 누가 읽어도 금방 이해가 되게. 이상한 미사 여구에 횡설수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감상 나부랭이를 부끄러운줄 모르고 끄적여 대는 사람들에 비하면, 이런 글이야말로 생명력이 있지 않는가 한다. 고상한척 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호감이 가던 책. 출판계의 이면을 들여다 보고 싶으신 분들은 들어보시길.


★★★☆☆  <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 오카다 다카시>


 어린 시절 가장 처음 경험하는 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놓는가를 증명하고 있는 책. 나름 멀쩡하게 자라났지만, 속은 곪은대로 곪아버린 유명 인사들의 일화를 통해 저자는 어린 시절의 애착이 얼마나 파괴력이 큰지 설명하고 있었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아무리 좋은 유전자를 타고 태어난다고 해도, 어린 시절의 애착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결국 상처를 가진 어른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것이 그가 애착을 " 제 2의 유전자' 라고 일컬으면서, 유전자 못지 않게 우리의 인생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는 이유다.


일단 클린턴이나 헤밍웨이, 나쓰메 소세키,가와바타 야스나리,등 유명인사들의 사례를 통해 그들이 애착장애의 희생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설득력이 있었다.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들도 어린 시절의 상처를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보듯, 일단 고착이 된 애착 장애는 쉽사리 고쳐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먼저 애착 장애를 가지지 않은 아이로 키워내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라는 것. 하지만 그런 안정적인 어린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어른들이라고 해도 실망하거나 억울해하진 마시길...알고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착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다시 말해 행복한 어린 시절은 지극히 불가능한 환상에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것. 어른이 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고 자신을 다독이며, 불안이건 회피건 자신안에 깃들여진 애착장애를 교정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진정한 성숙의 의미일수도...


이 책의 장점은 애착의 중요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인간관계에서 드러나는 행태 하나 하나를 애착 장애 하나로 설명한다는 것. 그가 언급한 유명 인사들의 예만 들어봐도, 그들 중에서는 소시오 패스나 경계성 인격 장애, 고기능성 자폐증으로 설명해야 할만한 부분임에도, 애착 장애라는 한가지 창으로만 들여다 보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인간이란 어찌나 복잡한지, 한가지 창으로는 들여다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해서 모든 것을 애착 장애로 설명하는 작가의 태도에 살짝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애착의 중요성에 대해 심도있게 서술해준 것만큼은 잘 하지 않았는가 한다. 물론 이런 책을 읽고서 나는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는 부모는 거의 없을테지만서도...이젠 안다. 부모들 역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어린 아이들일 뿐이고, 그들의 상처가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도대체 어디서 끊어야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건데, 위대한 작가의 원동력은 지극히 불행한 어린 시절이라는 점이다. 과연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혀 위대한 작가가 되는 것이 좋을 것인가? 아니면 그저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이 인간적으로 더 나을 것일까? 내 아이들이라면 나는 위대한 작가가 아닌 한 명의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해주길 바랄 것이다. 위대한 작가는 이미 차고 넘치므로...



★★★☆☆ 박쥐/ 요 네스뵈 


요 네스뵈의 데뷔작이자 해리 홀레 시리즈의 탄생을 알린 작품. 호주에서 23살의 금발 노르웨이 미녀가 살해된 채 발견되자, 경찰청에선 해리를 파견한다. 이미 술에 절을대로 절은 뇌로 사고를 친 전적이 있는 해리는 낯선 땅에서도 금주를 이어가려 각고의 노력을 한다. 더불어 금발 미녀의 살해범 역시 잡아내려 하지만, 말도 유창하게 통하지 않는 호주에서 도착한지 며칠만에 범인을 잡는다는건 아무리 해리라도 무리. 호주 형사팀 역시 해리에게 시체나 인수해 가라고 별 기대하지 않는다는걸 분명히 하지만, 어디서나 자신이 유용하길 원하는 해리는 허수아비 역활은 사절한다. 그를 가이드해 다니는 호주 형사는 여기저기 해리를 끌고 다니면서 그의 친구들을 그에게 소개시켜준다. 처음에는 단순한 제스쳐라고 생각하던 해리를 단서를 쫓던 중 그들이 살해범과 연결이 된다는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과연 호주 형사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가 범인을 알고 있었다면 왜 그는 자신이 직접 잡아들이지 않았던 것일까? 해리는 이번에도 특유의 고집불통을 내세워, 집으로 돌아가라는 호주인들의 말도 무시한 채 직접 사건을 파헤쳐 들어가는데...


데뷔작스러운 패기가 다분했던 책. 이만하면 데뷔작치고는 잘 썼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요 네스뵈의 최고작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다행이지 뭔가. 데뷔작이 최고라는 것은 어쩜 작가에겐 저주이자 모욕일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시그니쳐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희미하건 노골적으로건 이 작품안에 들어있는 것도흥미거리. 술과 여자에 약점 투성이의 영웅이라. 그를 사랑하는 것은 명백한 죄라는 듯, 애인들을 다 저 세상으로 보내는 것도 이때부터 시작되던데, 연쇄 살인범 못지 않는 타율, 작가가 왜 이런 설정을 고안해 냈는지 이해가 되진 않았다. 극적인 것을 강조하고, 해리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며, 그가 트라우마 있는 고독한 형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 그런 것인가는 모르겠는데, 솔직히 주인공에 대한 가학이 지나친게 아닌가 싶더라. 이것도 지나치면 질리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가마슈 경감을 보면서 안도하게 되는 것도 그가 살인 사건을 풀기는 하지만, 그건 그의 일일 뿐이며 집으로 돌아와서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에서 주는 안정감때문이니 말이다. 가마슈가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내 주변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잔인무도하게 살해되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과연 누가 제 정신으로 살아남게 될까 궁금하다. 그게 그렇게나 반복될만한 일인가도 의문이고. 해서 다소 극단적인 설정으로 시리즈를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피곤해지고 있는 해리 홀레. 과연 그가 정상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을 보게는 될른지 데뷔작을 보면서 궁금해졌다. 이방인이자 형사로써 호주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해리를 보는 맛이 꽤나 괜찮던 추리 소설. 살인범을 잡아가는 과정보다 그 주변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 내 안의 살인마/ 짐 톰슨


요 네스뵈가 군더더기 없는 문장에 완벽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라고 칭찬한 작품. 텍사스 작은 마을의 부보안관 루 포드는 잘생긴 외모에 친절한 태도로 모든 이들에게 호감을 주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으니 그가 바로 싸이코패스를 넘나드는 소시오패스라는 것. 지금까지 자신의 충동을 잘 억누르며 살아왔던 그는 마을의 창녀를 만나면서 일탈의 기회를 잡게 된다.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르고도 완전범죄를 꿈꾸던 그는 자신을 조여오는 난데없는 올가미에 당황하고 만다.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자신의 위기대처능력에 자신만만해하던 그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는 그 누구도 자신을 잡을 수 없을 거라 확신하는데...


완벽한 소시오패스에 대한 보고서. 도대체 짐 톰슨이란 양반은 어떻게 소시오패스에 대해 이다지도 잘 아신다냐? 혀를 내두른 작품이 되겠다. 일인칭 시점으로 쓰여져 마치 진짜 살인범의 고백처럼 들려오던데, 어떻게 이런 신빙성을 작품속에 집어넣을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위에서 언급했던 <꿈을 파는 남자>의 주인공이 작가는 어딘가 감각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유명작가와 평범한 작가들 사이의 차이는 재능뿐이라고 단언하던데, 어느정도는 일리있지 싶다. 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런 소시오패스의 마음은 상상할 수 없던데 말이다. 통찰력 넘치는 심리 묘사, 소시오패스의 황량한 내면을 압도적인 절제미로 표현하는 것이 장점. 자신의 넘치는 꾀와 매력으로 살인을 하고도 넘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내의 자신만만한 여정을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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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새여인이 죽기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 바티스트 보리유

  

  ★★★★☆  

  

 제목만 보고 오해를 했었다. 불새여인?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라고? 제목만으로 이 책이 어떤 성격의 책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니 감이 오긴 했는데, 그다지 건전한 쪽이 아니었다. 새미 포르노를 표방한 --쓰고 보니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냐라는 자괴감이 살짝 든다. 남 같으면 앙큼한 것 같으니 라고 하하하 하면서 비웃어줬으련만...--야한 책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 그런데 전혀 아니더란 것이다.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에 이런 책인줄 알았더라면 내 반색을 하면서 기꺼이 읽어주었을텐데. 괜히 겁먹었잖아, 라면서 신나게 읽어제낀 책이 되겠다.


사자 머리를 27살의 괴짜 인턴인 나는 4층에 있는 불새 여인이 걱정이다. 말기암으로 투병중인 그녀의 임종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테랑 간병인의 시간이 다 되간다는 말을 애써 무시하면서 나는 그녀의 죽음을 어떻게 해서든 미뤄보기로 한다. 왜냐면 그녀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병원에서 인턴 근무를 하고 있는 아들을...온다는 아들은 화산이 폭발하고 비행기가 뜨지 않는 바람에 오지 못하고, 불새 여인은 오매불망 아들만 기다린다. 그녀의 처지가 딱한 나는 기발한 생각을 해낸다. 천일의 야화처럼 날마다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면 그녀가 호기심에도 죽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시작된 병실 야화 1001 프로젝트...그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이야기와 동료들, 선배들의 이야기를 하나둘씩 풀어놓는다. 처음에 나의 오지랖에 못마땅해하던 동료들도 점차 나의 열성에 설득되어 불새 여인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고민하면서...그것이 불새 여인에겐 삶의 마지막 여흥이 되었고,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병원 사람들에겐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과연 병실 야화 1001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까?


물론 천일 야화의 문학성에는 미치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천일야화의 모티브를 따온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흥미롭고 재밌게 서술된 작품이었지 않는가 한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렇게 흥미진진한 것들이 많을 줄이야. 더군다나 가끔씩은 감동적이고, 심금을 울리는데다, 묘하게 통쾌한 장면도 있고, 인간적이란 말이지. 이런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나빠질 이유는 없겠다 싶은 괜찮은 책이었다. 거기에 의사는 환자를, 환자는 의사를 이해하려는 쌍방향 대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너무 너무 맘에 든다. 내가 당신을 이해할테니, 당신도 우리들을 이해해 달라고. 오해하는 길보다 이해하는 길을 선택해 달라고 무언의 주문을 하는 이 책의 설득력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일테다. 하여간 이것 저것 떠나서 재밌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반응도 재밌기 그지없고, 도와주려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을 보는 것도 흐믓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기전 나처럼 뭔 제목이 저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번 들어서 보시길. 감동에 재미를 보장하는 책이니 말이다. 안보면 당신 손핸겨~~~



 세계 최상 사서/ 조쉬 헤나가니


 ★★☆☆☆


빈말이 아니다. 그는 정말로 세계 최강 사서다. 이때의 최강은 힘이 세다의 의미다. 2미터에 가까운 키에 120킬로 미터의 덩치, 거기에 평소에 격한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 도서관에서 그를 실제로 만난다면 일단 얼어붙고 말 것이다. 하지만 마음만은 비단결까지는 아니라도 고양이털처럼 부드러운 사람이다. 책을 좋아하고--최강의 독서가라는 말을 붙여도 무방할 정도로.--아내와 아들을 무지막지하게 사랑하는 그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버리면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걸 증명해주는 것이 도서관에서 그를 만난 사람들은 그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어린 아이들조차. 오히려 그가 도서관에서 무례한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 한다. 아하~~~ 이제 아시겠지. 그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강아지 같은 심성의 소유자지만,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뚜렛 증후군 때문이 시도때도 없이 그를 덥치는 틱은 그런 그의 외관을 더욱더 극적이게 보이게 한다. 그가 극단적인 운동을 시작한 것도 틱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하니, 틱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이 되실 것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는 근육들과 날마나 전투를 치르면서 그는 책을 읽고, 솔트레이크시립 도서관의 사서도 하고, 아들에겐 좋은 아빠가, 아내에겐 듬직한 남편이 되기 노력한다.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제목만큼 책이 흥미진진하거나 재밌었진 않았다는 것을 실토해야 겠다. 단지 투렛 증후군을 앓고 계신 분들에게는 유용한 지침서로 적격이지 싶다. 투렛 증후군에 대한 정보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하니,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이런 책이야말로 같은 증상을 앓는 사람들에겐 귀중한 지침서가 될 듯 해서 말이다. 저자가 틱과 함께 살아간다는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끊임없이 이런 저런 방도를 모색하고 있던데,  한편으로는 너무 힘들어 보여서 안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하다 싶었다. 항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텐데,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무언가 해보는 열정과 힘이 엄청난 사람이더라. 투렛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에겐 좋은 롤모델이 되실 듯. 하지만 그런 위대한 점외에, 이 책에 한정해서 말해보자면,  그의 전인생이 그닥 흥미진진하진 않아서 책 자체가 재밌다고 말 할 수는 없었다. 내 말했지만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과 자신이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서, 이 책이 별로 재밌진 않았어요 라고 말한다고 해도, 작가는 이해할 것 같다. 누구보다 그가 좋은 책의 가치를 알고 이해하는 애서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구원의 동아줄이기도 했고 말이다. 자신의 책에 객관적이기를 바라는건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해는 해주지 않을까 한다.



 이제야, 비로서 인생이 다정해지기 시작했다./ 애너 퀸들런/


 ★★★☆☆

별 세개 반 주면 딱일 것 같은데, 역시나 반개 짜리 별을 찾을 수가 없다. 귀차니즘으로 인해 나중에 찾으면 바꾸어 주는 걸로. 애너 퀸들런 여사께서 별 세개를 준 걸 보면 기 막혀 하실테지만서도--뭐라고? 별 세개! 제대로 읽기는 한거야? --다행히도 그녀는 한국말을 모르니까. 한국 웹을 들락달락 하실 정도로 한가한 양반도 아니고 말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그녀가 자존심 강한 도시 여성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위치와 위상, 그리고 똑똑함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세련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지적인 면에서는 감히 태클을 걸 수 없다는 것을 평생에 걸쳐 증명해 보이신 분이기 때문에.


애너 퀸들런,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여류 작가중 한 분이시다. 단지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난 그녀의 생각들을 좋아한다. 내가 그렇게 느끼고는 있지만 딱히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잘 이끌어내 설명해주는 분이라고나 할까.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맞아! 바로 이거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라고 감탄하기 일쑤다.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분이시기도 하고, 특히나 여성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시는 분이라, 든든한 맏언니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쩜 나와 생각이 비슷해서 그녀에게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지만서도, 하여간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면서 글을 쓰는 몇 안 되는 여류 작가라고, 나는 그녀를 그렇게 평가한다. 똑소리 나게 써대는 칼럼도 그렇고, 평범한듯하면서도 묘하게 날카로운 그녀의 소설들도 그렇고. 해서 그녀의 이름으로 나온 작품들은 반색하며 보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 그녀의 책이 나왔다는 말에 흥분하고 말았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시려나? 해서... 결론은 그녀가 이제 나이가 드셨다고 한다. 이젠 정말로 왕고참이 된 것이다. 자신만만하거나, 시덥잖은 말을 내뱉거나, 자신이 없어 움츠러들거나, 자신이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병아리 후배들을 보면서, 그래, 한때 나도 한때 저랬었지, 라고 회상할 수 있는 나이가... 그녀는 그들이 앞으로 걸어갈 가시밭길이 그려진다. 왜냐면 그녀 역시 그런 길을 묵묵히 걸어왔음으로. 그래,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그녀는 생각한다. 나는 열심히 한 세상을 살았으니, 너희들도 그렇게 살아가렴. 하지만 고백하건데, 나이든게 생각만큼 나쁘진 않구나. 라는 것이 그녀의 말이었다. 가족이 되어버린 남편과 모든걸 시시콜콜 나누는 친구와 자신이 한 일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세 남매가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편안하게 되돌아볼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열심히 사신분이니, 이젠 남은 생을 즐기시라고. 젊은 시절의 치열함이 있었기에, 인생이 다정 또는 만만해질 수 있었던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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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새/ 케빈 파워스 

   ★★★★☆ 


   바빠서 셜록 찍을 시간도 없다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그 바쁜 와중에도 미국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하는 호기심에 들여다 보게 된 책. 생각보다 얇아서 내용이 빈약한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적어도 작가가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말을 다하긴 한 듯하다. 얼핏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플래튠> 을 연상되던데, 25년전에 월남전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면, 이젠 이라크 전을 배경으로 신병들의 이야기가 쏟아질때가 된 모양이다. 얼마나 비현실적인 느낌일까? 미국이란 나라에서 별 할 일 없이 빈둥대다,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전쟁터에 갑자기 떨어졌을때 말이다. 다른건 몰라도 천번 째 사상자가 되는 병신짓은 하지 말자고 농담삼아 다짐하던 두 전우, 바틀 이병과 머피의 이야기. 그저 멀쩡히 고향에 돌아가기만 바라던 그들은 실은 군대에 적응한다는 것조차 돌을 씹는 것처럼 힘들다. 살기 위해 살인자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의 무게 역시 만만찮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럼에도 긴장감을 감추기 위해 농담을 해대며 전투에 임하던 둘의 나이를 대충 스무살 안짝.  나중에서야 바틀은 당시 자신이 얼마나 어리고 무지했었는가를 깨닫고는 기막혀 한다.  그리고 머피의 죽음을 되돌아 보게 되는데...음. 전쟁터가 어떤 곳인지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합격점. 다소 감상적인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플래튠의 마지막 장면과 마찬가지로, 심금을 울리는 마지막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 초반이 다소 밋밋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끝까지 읽어 보시길 권해드린다. 작가가 진심을 다해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숨겨 두었으니 말이다.




 나를 잊지 말아요/ 다비트 지베킹 

  ★★★☆☆


오해를 했다. 이 책의 제목 <나를 잊지 말아요> 가 엄마가 가족들에게 말하는 것인줄 알았던 것. 알고보니,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향해 아들이 말한 것이었다. 나를 잊지 말아요. 아들인 나를 이라고 말이다. 지적이고 아름답던 한 여성이 치매에 걸리면서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막내인 저자의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그렇게 치매로 서서히 정신과 건강을 잃어버리는 엄마가 죽음에 굴복하기까지 5년의 세월을 작가는 빼곡히 일기와 영상으로 담아낸다. 그것의 결과가 바로 이 작품.


엄마를 잃게된 이후에야 엄마를 알아가게 되는 가족들의 이야기. 그렇게 아름답고 지적이었으면서도 남편의 사랑은 받지 못하고 살았던 엄마를 아들은 추억한다. 과연 그녀는 행복한 시절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우린 그녀를 이렇게 보내도 되는 것일까 하고.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우리나라보단 유럽에서 활성화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직접 본인의 일로 닥치기 전까진 대부분의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방치된다는걸 이 책을 보고서야 이해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치매로 정신이 없는 엄마를 어떻게 간병하고,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두고 우왕좌왕하던데, 그건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지인가 보더라. 그렇지, 이런 일을 감당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 누가 그것에 적응하고 정답을 확실하게 내릴 수 있겠는가. 다들 그렇게 가슴 아파하고, 놀라고, 당황하고, 애닮아 하다가 이별을 고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아들을 몰라보는 아름답던 엄마에 대한 아들의 절절한 애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름이 없는듯. 그녀의 고통이 끝났음에 안도를...


 네메시스/ 요 네스뵈

  ★★★★☆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중 가장 재밌게 본 작품. 별 네개 반을 주려 했는데, 별 반개 짜리를 찾을 수 없어 그냥 네개로 한다. 복수의 여신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뭐, 풀어낼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그건 내가 요 네스뵈의 상상력을 얕잡아 본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 결론을 알기 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요네스뵈의 스토리 텔러로써의 역량을 다시 보게 해준 작품으로, 이야기를 꼬아 내는 솜씨가 대단하더라. 줄거리는 신출귀몰, 증거를 남기지 않은 은행 강도 사건이 터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무런 단서를 남기지 않고 사라진 강도는 다만 은행원을 살해하기 전에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모양새를 남김으로써 형사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완벽한 강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살해된 파트너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 거기에 양육권 분쟁을 해결하러 러시아에 가 있는 여자친구등, 해리의 머리는 터질듯하다. 하지만 기대하시라. 우리의 영웅 해리에게 이 정도의 고난으로 작가가 성이 차겠는가. 전 여자친구의 전화에 아무 생각없이 응한 해리는 초대받은 다음 날 그녀가 죽은 채로 발견되자 깜짝 놀라고 만다. 문제는 여자친구 집에 들어간 후, 자신의 집에서 정신이 든 사이에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것. 과연 그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리고 해리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 모든 의혹이 그에게 쏠리는 가운데 해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마는데...


여러 사건들이 터지면서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 것인가, 계속 헷갈리게 만들면서 독자를 애태우게 하던 작품이다. 사건의 의혹이 하나둘씩 풀려 가면서 인간의 본모습에 대한 통찰을 하게 된다는 점이 장점.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해리와 둘러싼 인간관계의 모습들이 흥미진진했다. 나중에 해리의 유력 조력자로 나오는 베아테와의 만남과 앙상블이 좋다. 그녀가 처음에는 이런 모습이었다는 것도 신기했고, 그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구나 싶어 작가에게 믿음이 간다. 요 네스뵈, 언젠가부터 믿을 수 있는 추리 소설 작가로 등극하신 분. 다음 작품이 빨리 나와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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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살자들> 유시 아들레드 올센

★★★★☆


형사계의 외인구단 격인 특별 수사반 Q의 활약을 그려낸 추리 형사물이다. 실력은 출중하나 사회성은 부족해 경찰서 지하실에 반 하나를 꾸려서 쥐죽은 듯 살아가라고 명령을 받은 칼 뫼르크 형사, 그 앞에 20년전의 사건 파일이 난데없이 등장한다. 어린 오누이가 잔인하게 맞아 죽은 사건으로, 아이들의 아버지인 형사는 현장을 목격한뒤 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사건의 비극성과 잔혹함을 뒤로하고 범인이 잡힘으로써 사건은 일단락 되는 듯 보였으나, 어딘지 석연치 않은 범인의 모습. 칼과 동료는 범인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배후를 쫓던 칼 일행은 범인의 고등학교 기숙사 친구들을 주목하게 된다. 그들이 벌인 짓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과거에도 상류층이었고, 지금도 상류층이라는 것.  그들은 갖은 통로를 통해 칼의 수사를 방해하고 훼방을 놓는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수사를 진행해가던 칼과 부하직원 아사드는 그들이 사립탐정까지 고용해 '키미' 라는 여성을 쫓는다는걸 알게 된다. 과거 같은 패거리였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노숙자가 되어 떠돌고 있는 키미, 과연 그녀는 왜 그들의 추적을 받게 된 것일까? 그리고 패거리 안에서의 그녀의 역활은? 칼은 그녀를 핵심인물로 보고 그녀의 자취를 따라가게 되는데...


전형적인 북유럽 추리 소설의 느낌이 나던 작품. 복지의 천국이라는 곳,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라는 나라에서 왜 이런 끔찍한 추리 소설이 유행하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으나, 하여간 재미를 보장한다는 점에서만큼은 사실인 듯 싶다. 전형적인 모범형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마초적인 동시에 허당 매력을 제대로 풍겨주고 있는 칼 형사, 그리고 부실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비밀을 안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겨대는, 거기에 허허실실 못하는게 없는 아사드, 그리고 깡다구 끝판왕인 여 형사까지...형사계의 외인구단Q의 세 주인공의 매력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다. 개성 넘치는 세 주인공을 만들어 내고, 거기에 세의 앙상블까지 꽤 그럴듯해서 연작으로 만들어져도 성공할 듯하다. 뭐, 이미 성공해서 3편까지 만들어졌다고는 하는데, 내 말은 더 나와도 좋을 것 같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의 작품이 계속 번역되어 나와주었음 싶었다. 칼 형사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나온다면 아마 반색해서 읽어보게 될 듯...


 <마일즈의 유혹>/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


 우리의 왜소하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영웅 마일즈, 그가 이번에는 세타간타 행성의 황태후 장례식에 바라야 제국 대표해 외교 특사로 파견된다. 아무일 없이 장례식에만 참석하면 될줄 알았던 여정은 세타간타 행성에 내리기 직전 모르는 사내로부터 공격을 받는 것으로 어그러지고 만다. 그가 자신에게 맡긴 막대를 수상하게 여긴 마일즈는 동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내와 막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닌다. 그를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바로 그의 손에 세타간타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이었는데... 과연 이 상황을 마일즈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여성적인 취향이 물씬 풍기는 SF물. 하긴 여성 작가가 썼으니 여성적인 시각이 담겨져 있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야기 자체는 그럭저럭 잘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시녀들과 못생기고 초라한 마일즈라는 대비가 줄곧 이어지는 것이 그닥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서도, 왜 마일즈는 늘 외모로 인해 열등감을 느끼고, 재치와 두뇌로 인해 승리감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그것이 작가의 세계관이라면 저항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 가만 보면 부졸드 여사가 마일즈를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미워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창조해낸 주인공에게 늘 시련과 모욕을 동시에 가해주시는 가학성이 농후한 작가, 부졸드 여사. 그럼에도 재밌게는 읽었다. 보다 균형적인 시각에서 책을 쓴다면 이보다 더 재밌게 볼 것 같지만서도, 난 부졸드 여사가 아니고, 마일드를 쓰는 것은 부졸드 여사이니. 그저 입닥치고 읽는 수밖엔...


 <미시시피 미시시피> 톰 프랭클린


★★★★☆


미국에서 알아주는 깡촌 미시시피를 떠나지 못하고 줄곧 살고 있는 래리. 그의 인생은 20년전 정지된 채 동결되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카 센터를 운영하면서 쓸쓸하게 살고 있는 그를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동정하지 않는다. 동정은 커녕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는데 , 그건 그가 20년전 한 소녀의 실종 사건에 연류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데이트 나선 여고생이 실종되었다. 그 상대 데이트남이었던 래리는 그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과연 그는 소녀를 살해한 것일까? 그가 주장하는대로 래리가 결백하다면 그 소녀는 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뒤로하고 세월을 하염없이 흘러가고, 나름 평화를 찾았다고 생각하던 시점, 마을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한다. 20년전과 마찬가지로, 마을의 10대 소녀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 마을 사람들 이하 경찰들은 일제히 래리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오지만, 래리는 담담하기만 하다. 과연 래리를 그녀의 실종에 관련된 것일까? 그가 20년이 지난 뒤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일까? 사건의 의혹은 점점 미궁으로 치닫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던 탄탄한 입담을 자랑하던 추리 소설이다. 20년전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라는 의문과 함께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래리의 현재 모습이 가여워서 끝까지 보게 된 소설이었다. 부모를 잘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던 책. 그리고 비겁함과 소심함에는 피부색이 관련이 없다는 것도.


 < 쿠쿠스 콜링> 조앤 롤링


★★★★☆


<해리 포터>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린 조앤 롤링의 추리 소설. 과연 그녀가 아이들 용이 아닌 어른 소설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그것도 추리 소설에? 라는 의문 부호를 달고 읽기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괜찮았다. 오히려 저자가 조앤 롤링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더 후하게 점수를 주었을지도 모르는 추리 소설 데뷔작으로 성공적이지 않았는가 한다. 내용은 상이군인 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가 유명한 모델 롤라의 자살 사건을 의뢰받으면서 시작한다.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더이상 나올 것이 없을 것 같은 사건을 그 아이는 자살할 아이가 아니라면서 수사를 부탁한 사람은 롤라의 의붓 오빠인 존 브리스토. 명망가에 입양한 남매였던 존은 롤라는 행복의 정점에 있었다면서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코모란을 설득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건을 담당하게 된 코모란은 언론의 발표와 달리 수상한 점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과연 롤라는 살해된 것일까? 살해된 것이었다면 누가 왜?


결론만 놓고 보자면, 이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사건은 일단 작가가 다 짜놓고, 등장인물들은 변죽만 올려놓은 듯한 인상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품새가 과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게 하던 작품이었다. 탄탄한 이야기, 코모란이라는 특이한 개성의 탐정과 그의 매력적인 비서 로빈, 그리고 행복을 손에 잡으려는 순간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는 롤라의 이야기까지... 읽는 재미가 쏠쏠하던 추리 소설이다. 이 책을 내려 놓으면서 시리즈를 만들어내는대는 이미 일가견이 있는 롤링 여사께서, 이번에는 코모란을 주인공으로 연작 추리소설을 내놓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마 그것도 꽤나 재밌는 연작 소설이 될 듯...그녀가 그래주길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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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


 " 내 아버지는 2001년 5월 4일 자살했다."  라는 짧지만 강렬한 문장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이 만화는 스페인 근현대사를 관통하면서 역사의 부대낌을 온 몸으로 겪어내여 했던 한 민초의 고단한 삶을 그려낸다. 유럽에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위라는 스페인에 이런 역사가 존재했었다는 것에 놀라고, 그런 역사를 가졌음에도 지금은 그렇게 여유로워 보이는 스페인 사람들의 표정이 신기하다. 그들은 과거를 잊은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속내를 우리는 그저 알지 못하는 것일 뿐일까. 낭만적이고 아무런 근심없이 살아가는 듯한,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스페인에서 이런 만화가 나왔다는 사실이 저으기 의아스럽더라. 그러나 이 책이 스페인 만화 대상을 받았다는 것에서 보듯, 그들이 과거를 아예 망각하고 사는 것은 아닌 듯하다. 90세의 나이에 드디어 속세를 살아야 한다는 형을 중지받고, 자신의 삶을 기꺼이 마감해버린 아버지를 그리워 하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하지만 누구보다 잘 이해하려 애쓰는 아들의 모습이 측은하면서도 대견했다. 아들이 아버지를 그저 자신의 아버지라는 틀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써 살아온 삶에 대해 반추한다, 연민과 안스러움과 사랑을 담아. 아버지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의 징표 아닐런지... 90년에 걸친 고난에 가까운 그의 인생을 그나마, 내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라고 그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에게 이렇게 자신을 잘 이해하는 속깊은 아들이 있었기 때문 아닐런지...특히나 이해받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던, 하지만 대부분 이해받지 못해 고통받았던 사내의 일생이었으니 말이다.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던 책, 그들이 한때는 소년이었고,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이었으며, 행복한 가정을 꿈꾸던 가장이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던 작품이다. 제목만 보면 정치적이거나,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복잡한 책이 아닐까 싶은데, 오해 마시길. 그저, 역사를 잘못 골라 태어나 무진장 고생 하신 재수없는 한  사내의 일생을 다룬 것일 뿐이니 말이다. 그들이 살아온 처절한 백년의 역사에 대해 감히 우리가 무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인간적으로 안타깝고, 안 됐다는 생각이 들뿐. 다만, 나 역시도 저자의 견해에는 동조한다. 그의 아버지는 자살한게 아니라 자유를 얻은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우치다 야스오


★★★☆☆


훈남 탐정이라는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의 결정판이라는 작품. 결정판이라서 그런가 모르지만서도, 아사미 시리즈중 끝까지 읽은 것은 이책이 처음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책들은 초반을 넘어가면 흥미를 잃기가 일쑤여서, 그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표지가 너무 예뻐서 그만 읽어보기로 한 것. 엄청나게 재밌진 않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은걸 보면 다른 시리즈에 비해 재밌긴 했었던 것 같다. 다만 마지막 결론이 다소 이해가 안 가긴 했지만서도, 그외에도 그곳에만 가면 하룻밤새에 정분이 나게 된다는 사찰도 그렇고...완벽하게 짜여졌다는 느낌을 받기엔 5% 부족해보이는 이음새였지만, 그럼에도 눈감고 넘어가면 그럭저럭 봐줄만 한 추리 소설이 아니었는가 한다. 일본적인 색채가 가득한, 그리고 일본적인 정서가 가득한 책이라, 일본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조금 어색하다고 느끼실지도. 특히나 명문가를 특별하게 여기는 그들의 태도는 지금까지도 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현대화가 된지 언젠데...과연 일본 천황이 존재하는 나라답가 싶기도 하고.


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라카와 히로


★★☆☆☆


 고양이를 소재로 택하면 저절로 이렇게 되는가는 모르겠으나, 힐링용으로 적당한 책이다. 지나치게 착하고, 그래서 현실감이 좀 없는게 흠. 좀이 아니라 많이 없다고 해야 할까? 고양이를 키우신다면 이 정도는 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메뉴얼을 보여주려 한 듯한데, 사실 말이지, 인간의 사랑을 이처럼 극대화 하는 것에도 난 역시 거부감이 생긴다는 것이지. 그냥 적당히 착하면 안 될까?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책임감 느끼고, 적당히 이해하고. 이런 사랑은 왠지 신파의 조작된 사랑같이 느껴져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긴다는 것이지. 아무래도 난 세상을 너무 많이 살아온 모양이다. 무조건 선함이나 착함에 회의적인 반응부터 보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천사같은 돈 악마 같은 돈/ 사이바라 리에코


★★☆☆☆


 그 유명한 사이바라 리에코의 책. 일하는 것이 살아가는 것임을 제발 잊지 말라고, 부탁하는 인생 선배의 조언이 담긴 책. 가볍게 읽기 좋으며, 돈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걸 이겨내려면 성실하게 일해서 먹고 사는 수밖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있는 책이다.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자살해 버린 의붓아버지, 돈때문에 절절매면서도 딸의 미래를 위해 전재산을 털어 동경으로 딸을 보낸 어머니, 그리고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의 사이바라 리에코. 그녀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이어진다. 어떻게 보면 피를 토하며 삼박사일을 이야기해도 억울함이 가시지 않을만한 이야기인데, 리에코 여사의 담력 하나는 보통이 아니시라 그런지 , 피는 토하지 않고 이야기하시더라. 별다른 무기 없이 인생이라는 장에 떨어지게 되면 아마도 그녀처럼 담대할 수밖엔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무던하고 현실적인 성격이 고난을 당해서도 좌절하지 않게 된 것인지 알길이 없지만서도, 그녀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너무도 대견해서. 이렇게 살아남아줘서 고마워서 말이다. 무엇보다 정신이 건강한 것에. 그 누구보다 정신이 무너진 사람들을 많이 봐 온탓에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았던 것 같은데, 안다는 것과 실천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니,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이처럼 견고하게 꾸려가고 있는 것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역시나 아줌마는, 아니 엄마는 강한 것일까? 그들에게 박수를...그들이 무너지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라본다.


 상속의 법칙/ 클레어 베드웰 스미스


★☆☆☆☆


 18살에 어머니를 여위고, 그 후 20대 중반에 아버지를 여위게 된 과정과 그 이후의 슬픔을 토로하고 있는 책. 현재 호스피스 심리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는 저자는 죽음이 가져오는 슬픔과 그 과정들에 대해 우리에게 털어놓는다. 그녀 자신이 너무도 잘 아는 이야기고 주제기에. 


그렇다. 물론 20대 시절에 부모를 여위는 것은 정말로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녀의 좌절과 절망과 그리움과 충격이 이해가 간다. 그런데 부모를 잃는 것은 그녀만이 아니란 것이지. 세상 모든 좌절과 고통을 다 짊어지고 사는 것처럼 책 한권을 빼곡히 적어놨던데, 가소로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보다 훨씬 더 한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니까. 타인의 고통이 나보다 적어서 가소롭다는 것이 아니라, 엄살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고통을 씹고 씹고 또 씹으면서 자신을 가엾어 하는 것도 어찌보면 자기애의 연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하던. 그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상실을 겪을 수밖엔 없다. 거기에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비하면서 살아간다는 것도 우스운 것이고 말이다. 그저 그런 일이 닥쳤을때 잘 이해하고 넘어가길 바라는 수 밖엔 없는 것인지도...저저가 착한 사람이라는 것도 남을 도우려는 마음이 가득이라는 것도 알겠는데, 그 이상은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건데, 난 그 이상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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