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여인이 죽기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 바티스트 보리유

  

  ★★★★☆  

  

 제목만 보고 오해를 했었다. 불새여인?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라고? 제목만으로 이 책이 어떤 성격의 책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니 감이 오긴 했는데, 그다지 건전한 쪽이 아니었다. 새미 포르노를 표방한 --쓰고 보니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냐라는 자괴감이 살짝 든다. 남 같으면 앙큼한 것 같으니 라고 하하하 하면서 비웃어줬으련만...--야한 책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 그런데 전혀 아니더란 것이다.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에 이런 책인줄 알았더라면 내 반색을 하면서 기꺼이 읽어주었을텐데. 괜히 겁먹었잖아, 라면서 신나게 읽어제낀 책이 되겠다.


사자 머리를 27살의 괴짜 인턴인 나는 4층에 있는 불새 여인이 걱정이다. 말기암으로 투병중인 그녀의 임종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테랑 간병인의 시간이 다 되간다는 말을 애써 무시하면서 나는 그녀의 죽음을 어떻게 해서든 미뤄보기로 한다. 왜냐면 그녀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병원에서 인턴 근무를 하고 있는 아들을...온다는 아들은 화산이 폭발하고 비행기가 뜨지 않는 바람에 오지 못하고, 불새 여인은 오매불망 아들만 기다린다. 그녀의 처지가 딱한 나는 기발한 생각을 해낸다. 천일의 야화처럼 날마다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면 그녀가 호기심에도 죽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시작된 병실 야화 1001 프로젝트...그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이야기와 동료들, 선배들의 이야기를 하나둘씩 풀어놓는다. 처음에 나의 오지랖에 못마땅해하던 동료들도 점차 나의 열성에 설득되어 불새 여인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고민하면서...그것이 불새 여인에겐 삶의 마지막 여흥이 되었고,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병원 사람들에겐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과연 병실 야화 1001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까?


물론 천일 야화의 문학성에는 미치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천일야화의 모티브를 따온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흥미롭고 재밌게 서술된 작품이었지 않는가 한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렇게 흥미진진한 것들이 많을 줄이야. 더군다나 가끔씩은 감동적이고, 심금을 울리는데다, 묘하게 통쾌한 장면도 있고, 인간적이란 말이지. 이런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나빠질 이유는 없겠다 싶은 괜찮은 책이었다. 거기에 의사는 환자를, 환자는 의사를 이해하려는 쌍방향 대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너무 너무 맘에 든다. 내가 당신을 이해할테니, 당신도 우리들을 이해해 달라고. 오해하는 길보다 이해하는 길을 선택해 달라고 무언의 주문을 하는 이 책의 설득력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일테다. 하여간 이것 저것 떠나서 재밌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반응도 재밌기 그지없고, 도와주려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을 보는 것도 흐믓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기전 나처럼 뭔 제목이 저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번 들어서 보시길. 감동에 재미를 보장하는 책이니 말이다. 안보면 당신 손핸겨~~~



 세계 최상 사서/ 조쉬 헤나가니


 ★★☆☆☆


빈말이 아니다. 그는 정말로 세계 최강 사서다. 이때의 최강은 힘이 세다의 의미다. 2미터에 가까운 키에 120킬로 미터의 덩치, 거기에 평소에 격한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 도서관에서 그를 실제로 만난다면 일단 얼어붙고 말 것이다. 하지만 마음만은 비단결까지는 아니라도 고양이털처럼 부드러운 사람이다. 책을 좋아하고--최강의 독서가라는 말을 붙여도 무방할 정도로.--아내와 아들을 무지막지하게 사랑하는 그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버리면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걸 증명해주는 것이 도서관에서 그를 만난 사람들은 그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어린 아이들조차. 오히려 그가 도서관에서 무례한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 한다. 아하~~~ 이제 아시겠지. 그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강아지 같은 심성의 소유자지만,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뚜렛 증후군 때문이 시도때도 없이 그를 덥치는 틱은 그런 그의 외관을 더욱더 극적이게 보이게 한다. 그가 극단적인 운동을 시작한 것도 틱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하니, 틱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이 되실 것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는 근육들과 날마나 전투를 치르면서 그는 책을 읽고, 솔트레이크시립 도서관의 사서도 하고, 아들에겐 좋은 아빠가, 아내에겐 듬직한 남편이 되기 노력한다.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제목만큼 책이 흥미진진하거나 재밌었진 않았다는 것을 실토해야 겠다. 단지 투렛 증후군을 앓고 계신 분들에게는 유용한 지침서로 적격이지 싶다. 투렛 증후군에 대한 정보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하니,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이런 책이야말로 같은 증상을 앓는 사람들에겐 귀중한 지침서가 될 듯 해서 말이다. 저자가 틱과 함께 살아간다는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끊임없이 이런 저런 방도를 모색하고 있던데,  한편으로는 너무 힘들어 보여서 안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하다 싶었다. 항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텐데,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무언가 해보는 열정과 힘이 엄청난 사람이더라. 투렛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에겐 좋은 롤모델이 되실 듯. 하지만 그런 위대한 점외에, 이 책에 한정해서 말해보자면,  그의 전인생이 그닥 흥미진진하진 않아서 책 자체가 재밌다고 말 할 수는 없었다. 내 말했지만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과 자신이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서, 이 책이 별로 재밌진 않았어요 라고 말한다고 해도, 작가는 이해할 것 같다. 누구보다 그가 좋은 책의 가치를 알고 이해하는 애서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구원의 동아줄이기도 했고 말이다. 자신의 책에 객관적이기를 바라는건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해는 해주지 않을까 한다.



 이제야, 비로서 인생이 다정해지기 시작했다./ 애너 퀸들런/


 ★★★☆☆

별 세개 반 주면 딱일 것 같은데, 역시나 반개 짜리 별을 찾을 수가 없다. 귀차니즘으로 인해 나중에 찾으면 바꾸어 주는 걸로. 애너 퀸들런 여사께서 별 세개를 준 걸 보면 기 막혀 하실테지만서도--뭐라고? 별 세개! 제대로 읽기는 한거야? --다행히도 그녀는 한국말을 모르니까. 한국 웹을 들락달락 하실 정도로 한가한 양반도 아니고 말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그녀가 자존심 강한 도시 여성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위치와 위상, 그리고 똑똑함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세련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지적인 면에서는 감히 태클을 걸 수 없다는 것을 평생에 걸쳐 증명해 보이신 분이기 때문에.


애너 퀸들런,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여류 작가중 한 분이시다. 단지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난 그녀의 생각들을 좋아한다. 내가 그렇게 느끼고는 있지만 딱히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잘 이끌어내 설명해주는 분이라고나 할까.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맞아! 바로 이거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라고 감탄하기 일쑤다.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분이시기도 하고, 특히나 여성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시는 분이라, 든든한 맏언니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쩜 나와 생각이 비슷해서 그녀에게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지만서도, 하여간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면서 글을 쓰는 몇 안 되는 여류 작가라고, 나는 그녀를 그렇게 평가한다. 똑소리 나게 써대는 칼럼도 그렇고, 평범한듯하면서도 묘하게 날카로운 그녀의 소설들도 그렇고. 해서 그녀의 이름으로 나온 작품들은 반색하며 보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 그녀의 책이 나왔다는 말에 흥분하고 말았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시려나? 해서... 결론은 그녀가 이제 나이가 드셨다고 한다. 이젠 정말로 왕고참이 된 것이다. 자신만만하거나, 시덥잖은 말을 내뱉거나, 자신이 없어 움츠러들거나, 자신이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병아리 후배들을 보면서, 그래, 한때 나도 한때 저랬었지, 라고 회상할 수 있는 나이가... 그녀는 그들이 앞으로 걸어갈 가시밭길이 그려진다. 왜냐면 그녀 역시 그런 길을 묵묵히 걸어왔음으로. 그래,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그녀는 생각한다. 나는 열심히 한 세상을 살았으니, 너희들도 그렇게 살아가렴. 하지만 고백하건데, 나이든게 생각만큼 나쁘진 않구나. 라는 것이 그녀의 말이었다. 가족이 되어버린 남편과 모든걸 시시콜콜 나누는 친구와 자신이 한 일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세 남매가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편안하게 되돌아볼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열심히 사신분이니, 이젠 남은 생을 즐기시라고. 젊은 시절의 치열함이 있었기에, 인생이 다정 또는 만만해질 수 있었던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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