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새/ 케빈 파워스 

   ★★★★☆ 


   바빠서 셜록 찍을 시간도 없다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그 바쁜 와중에도 미국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하는 호기심에 들여다 보게 된 책. 생각보다 얇아서 내용이 빈약한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적어도 작가가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말을 다하긴 한 듯하다. 얼핏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플래튠> 을 연상되던데, 25년전에 월남전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면, 이젠 이라크 전을 배경으로 신병들의 이야기가 쏟아질때가 된 모양이다. 얼마나 비현실적인 느낌일까? 미국이란 나라에서 별 할 일 없이 빈둥대다,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전쟁터에 갑자기 떨어졌을때 말이다. 다른건 몰라도 천번 째 사상자가 되는 병신짓은 하지 말자고 농담삼아 다짐하던 두 전우, 바틀 이병과 머피의 이야기. 그저 멀쩡히 고향에 돌아가기만 바라던 그들은 실은 군대에 적응한다는 것조차 돌을 씹는 것처럼 힘들다. 살기 위해 살인자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의 무게 역시 만만찮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럼에도 긴장감을 감추기 위해 농담을 해대며 전투에 임하던 둘의 나이를 대충 스무살 안짝.  나중에서야 바틀은 당시 자신이 얼마나 어리고 무지했었는가를 깨닫고는 기막혀 한다.  그리고 머피의 죽음을 되돌아 보게 되는데...음. 전쟁터가 어떤 곳인지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합격점. 다소 감상적인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플래튠의 마지막 장면과 마찬가지로, 심금을 울리는 마지막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 초반이 다소 밋밋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끝까지 읽어 보시길 권해드린다. 작가가 진심을 다해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숨겨 두었으니 말이다.




 나를 잊지 말아요/ 다비트 지베킹 

  ★★★☆☆


오해를 했다. 이 책의 제목 <나를 잊지 말아요> 가 엄마가 가족들에게 말하는 것인줄 알았던 것. 알고보니,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향해 아들이 말한 것이었다. 나를 잊지 말아요. 아들인 나를 이라고 말이다. 지적이고 아름답던 한 여성이 치매에 걸리면서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막내인 저자의 가슴은 무너져 내린다. 그렇게 치매로 서서히 정신과 건강을 잃어버리는 엄마가 죽음에 굴복하기까지 5년의 세월을 작가는 빼곡히 일기와 영상으로 담아낸다. 그것의 결과가 바로 이 작품.


엄마를 잃게된 이후에야 엄마를 알아가게 되는 가족들의 이야기. 그렇게 아름답고 지적이었으면서도 남편의 사랑은 받지 못하고 살았던 엄마를 아들은 추억한다. 과연 그녀는 행복한 시절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우린 그녀를 이렇게 보내도 되는 것일까 하고.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우리나라보단 유럽에서 활성화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직접 본인의 일로 닥치기 전까진 대부분의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방치된다는걸 이 책을 보고서야 이해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치매로 정신이 없는 엄마를 어떻게 간병하고,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두고 우왕좌왕하던데, 그건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지인가 보더라. 그렇지, 이런 일을 감당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 누가 그것에 적응하고 정답을 확실하게 내릴 수 있겠는가. 다들 그렇게 가슴 아파하고, 놀라고, 당황하고, 애닮아 하다가 이별을 고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아들을 몰라보는 아름답던 엄마에 대한 아들의 절절한 애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름이 없는듯. 그녀의 고통이 끝났음에 안도를...


 네메시스/ 요 네스뵈

  ★★★★☆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중 가장 재밌게 본 작품. 별 네개 반을 주려 했는데, 별 반개 짜리를 찾을 수 없어 그냥 네개로 한다. 복수의 여신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뭐, 풀어낼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그건 내가 요 네스뵈의 상상력을 얕잡아 본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 결론을 알기 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요네스뵈의 스토리 텔러로써의 역량을 다시 보게 해준 작품으로, 이야기를 꼬아 내는 솜씨가 대단하더라. 줄거리는 신출귀몰, 증거를 남기지 않은 은행 강도 사건이 터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무런 단서를 남기지 않고 사라진 강도는 다만 은행원을 살해하기 전에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모양새를 남김으로써 형사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완벽한 강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살해된 파트너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 거기에 양육권 분쟁을 해결하러 러시아에 가 있는 여자친구등, 해리의 머리는 터질듯하다. 하지만 기대하시라. 우리의 영웅 해리에게 이 정도의 고난으로 작가가 성이 차겠는가. 전 여자친구의 전화에 아무 생각없이 응한 해리는 초대받은 다음 날 그녀가 죽은 채로 발견되자 깜짝 놀라고 만다. 문제는 여자친구 집에 들어간 후, 자신의 집에서 정신이 든 사이에 아무런 기억이 없다는 것. 과연 그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리고 해리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 모든 의혹이 그에게 쏠리는 가운데 해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마는데...


여러 사건들이 터지면서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 것인가, 계속 헷갈리게 만들면서 독자를 애태우게 하던 작품이다. 사건의 의혹이 하나둘씩 풀려 가면서 인간의 본모습에 대한 통찰을 하게 된다는 점이 장점.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해리와 둘러싼 인간관계의 모습들이 흥미진진했다. 나중에 해리의 유력 조력자로 나오는 베아테와의 만남과 앙상블이 좋다. 그녀가 처음에는 이런 모습이었다는 것도 신기했고, 그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구나 싶어 작가에게 믿음이 간다. 요 네스뵈, 언젠가부터 믿을 수 있는 추리 소설 작가로 등극하신 분. 다음 작품이 빨리 나와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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