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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을 위하여/ 미나토 가나에/ ★★★★☆


미나토 가나에의 책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던 작품. 원래 미나토 가나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우연히 일드 <N을 위하여> 1화를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1화가 상당히 신선하고 충격적이라 눈을 뗄 수 없던데, 일본 드라마 관계자들이 워낙에 연출력이 좋아서 이렇게 좋은 작품이 나온것인지, 아니면 원작 자체가 그렇게 좋았던 것인지 저의기 궁금해서 말이다. 아, 물론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기다리고 있자니 좀이 쑤셔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서도...


내용은 초호화 고층 아파트에서 부부가 살해된 채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현장에 있었던 네 사람을 취조하던 경찰은 그 중 한 명이 자백을 하자 살인죄로 그를 기소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 우연히 그 장소에 모인 것이었다고 말하던 네 사람은 각자의 기억대로 당시를 회상하는데...


네 사람, 살인 사건, 10년뒤의 회상, 그 네 사람에 얽힌 사연, 과연 진실은? 이라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기게 하던 작품이다. 과연 드러난 진실과 그들이 감추고 있는 진실 사이에 어떤 괴리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괴리는 어쩌다 생긴 것인지 궁금해서 끝까지 안 볼 수가 없었다. 설정이나 풀어가는 전개등에서 뜻밖이다 싶을 정도로 탄탄하다는 점이 장점. 특히나 그 네 사람중 유일한 여주인공인 스기시타 노조미의 인생 역정은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해도 좋을만 했다. 데릴 사위로 들어온 아버지가 17년간의 헌신적인 생활을 뒤로하고 단지 자기 마음대로 한번 살고 싶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다 내 쫓았다는 이야기. 도무지 어디서고 난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도, 그게  묘하게 신빙성과 호소력이 있어서 말이지, 홀딱 넘어가고 말았다. 단점이라면, 그외 다른 주인공들에 대한 묘사 부분에서 공감하기 힘들었다는 점과 현재와 과거를 회상하는 씬이 늘어나면서 같은 문장들이 자꾸 반복된다는 점이었다.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대체로 극도로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등장시킴으로써 리얼리티를 해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그러니까 한마디로 지나치게 극단적이라서 공감하기 힘들었다는 뜻--이 작품속에서도 결국엔 그런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별로였다. 그런 사람들을 빼고 보통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면 오히려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마도 이상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켜야 하는 것이 작가 특유의 전개 방식인가 보다. 그녀가 그런 사람들이 있어야 글이 써진다고 한다면, 독자로썬 적응하는 수밖엔...그게 싫음 읽지 않음 되니 말이다.  아직 드라마가 1회밖엔 방영되지 않아서 확신은 못하겠으나, 아마도 작품성 면에서는 드라마가 좀 더 낫지 않겠는가 한다. 다른건 몰라도 일본 드라마 제작진들, 별거 아닌 원작들을 가지고도 뚝딱뚝딱 근사한 드라마를 잘도 만든다니까. 그것 하나만은 인정해 줘야 할 듯...


                 우편 주문 신부/ 마크 칼레 스니코/★★★☆☆



일단 이 책은 19금이다. 뭐, 내 기준에만 그런가는 모르겠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왔는데, 아무나 빌려 갈 수 있는 서가에 꽂혀 있던 만화책에 이런 내용이 숨겨져 있어서 살짝 놀랐다. 뭐, 이런 정도는 요즘 청소년들이 봐도 아무 지장이 없으려나? 하긴 이런 내용에 관심을 가질 만한 나이가 아니긴 하겠다 싶지만서도...


우편 주문 신부...제목만으로 반발심이 들만한 작품인데, 보게 된 이유는 표지에 보이는 한복때문이었다. 아무리 봐도 한복 같아서, 설마 한복? 이라고 들여다 봤더니 진짜 한복이다. 한복에 담배라...거기에 우편 주문 신부라. 뭐, 이 정도면 이 작품에 대해선 설명은 거반 다 한듯 하다. 캐나다의 39살 숫총각 몬티는 우편 주문으로 한국인 경을 신부감으로 데려온다. 작은 동양인 여인을 기대했던 몬티는 키가 큰 경을 보고는 실망하지만,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그는 실망감을 누그러뜨린다. 경 역시 한국이 싫어 모든 것을 잊는다는 심정으로 캐나다에 왔지만, 만화책 가게를 운영하면서 크지 않는 아이처럼 집안 가득 장난감을 모으고 살아가는 몬티가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선 두 사람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이미 자명한 일. 한편으로는 실망감을 감추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앞으로는 행복했음 좋겠네 라는 희망을 안고 둘은 결혼 생활을 시작하지만... 순종적이고, 근면하고, 가정적이고, 고분고분한 동양인에 대한 환상이 있는 몬티가 과연 산전수전 다 겪은 현대적인 여성 경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덜 자란 애들처럼 환상에 절어사는 몬티에게 경은 과연 사랑을 느낄수 있을까? 둘의 파국이 예정된 것이라면, 남은 것은 이제 언제 그것이 터지는가 하는 것일 터... 탈출구를 찾던 경은 우연히 사진 작가 이브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누드 모델 제안에 응하면서 예술이라는 일탈로 나가가게 된다. 그런 경을 바라보는 몬티의 눈에는 불안감과 질투가 가득한데, 과연 이 커플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이 과연 부부로써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팔려온 신부, 라는 말이 맞겠지? 팔려온 신부가 타국에서 이렇게 살아가겠구나 라는걸 뜨악하고 끔찍한 심정으로 보게 된 책이다. 현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읽기가 더욱 더 끔찍하던, 물론 여기엔 살인이나 그런게 없지만서도, 이런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것 자체가 이미 끔찍한 일이라서 말이다. 작가가 어디서 어떤 경로로 경이라는 이 책의 주인공을 만났는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분명히 모델이 될만한 사람을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리얼리티 있어서 말이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렇게도 행복은 잡기 힘든 것일까? 아니, 어쩌면 그저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자신을 내버린다는 것의 결과가 좋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가 순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품성 면에서는 거짓이 섞이지 않는 수작이나, 솔직히 이런 책을 읽고 싶은가는 의문이다. 내용을 알았더라면 아마 읽지 않았을지도...오해는 마시길. 주인공이 한국인이여서 그런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저 인간으로써, 읽기 힘들었다는 것일뿐.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 /박현희/★★★☆☆



고등학교 선생님인 저자가 사회학인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전래 동화의 다시 읽기 내진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던 책. 기대하고 봤는데, 기대만큼 좋았다. 물론 이 작가의 견해에 다 동의한 것은 아니었지만서도, 그럼에도 동의를 넘어 한 수 배웠다고 할 만한 곳도 군데 군데 있었다. 한국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떡이고 존경스러워 보긴 또 오랜만 인데, ( 오해는 마실 것이, 이럴때의 오랜만은 일주나 이주 정도의 기간이다. 이는 지루한 것을 못 참는 나의 성향상, 독서 주기가 시간 주기보다 짧기 때문이다.). 다만 알아두셔야 할 것이 이때 재해석의 상대가 주로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학생들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심 된다. 그걸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래 동화를 사용한 것이고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들의 거짓말을 이해하라는 부분이었다. 비교적 자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어른들에 비해 모든 것을 통제 받아야 하는 아이들 입장에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거나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 밖엔 없는 것이라고 하던데, 일리 있지 했다. 하니, 거짓말 했다고 그들을 추궁하고 다그치기 보단 이해하는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보라고 하시는데, 전적으로 공감이다. 오히려 내가 왜 그걸 진작에 생각하지 못했는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어렸을 적에 어른이 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내 맘대로 , 그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살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어른이 되고 보니 편리하게도 그건 까맣게 잊어 버리고, 너희들은 뭐가 불만이냐, 불평할게 뭐가 있냐면서 고개를 저었더랬으니... 그런걸 보면 기억력이란 참 편리한 것이고, 우린 우리들의 기억력을 너무도 과신하는 경향이 있는가 보다. 하여간 아이들의 거짓말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든다. 지금 내게 필요한 정보라서 더 그렇게 느꼈는가는 모르겠으나...그 외 외로움 때문에 백설공주가 자꾸 문을 열어준다는 해석이나, 싫어하는 것들을 굳이 좋아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도 맘에 든다. 이 모든것을 합해서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작가가 참 마음이 따스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인 해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생각하는 파워를 가지신 분이었는데, 그걸 자신을 위한 것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힘으로 사용하시는걸 보면서 말이다. 이런 선생님이 아직 존재한다는 자체가 아직은 우리 학교에 희망이 있다는 것 아닐런지...그리고 그 선생님의 눈엔 아이들의 희망이 보인다고 하시니, 난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싶다.


고등학생들이 보면 더 좋을 것 같던 책으로, 더 확대해 보자면 학생을 자식으로 둔 학부형들이 읽으셔도 좋지 않을까 한다.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한 선생님의 눈으로 본 이야기니,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귀 기울여 들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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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



 프롤로그를 읽는데, 벌써 이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느낌이 솔솔~~~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라고 나를 다독이긴 했지만 알고보니 진짜로 거의 그런 셈이었다. 알랭 드 보통에 대해선 이젠 식상하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혹시나 하여 들여다 보긴 했는데, 이 책 역시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진 못했다. 하루종일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는 뉴스가 사실은 우리 삶에 그다지 필요한건 아니라는 것, 우린 (쓸데 없는, 내진 상관없는 )뉴스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좀 늘여서 한 모양인데, 뭐, 짧게 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책 한 권 분량으로 길게 늘릴 수 있다는 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니까, 그것만은 인정. 하지만 특별하게 음미하고픈 신선한 문장은 만날 수 없었다는 점은 실망이었다. 어찌보면 그런 톡쏘는 듯한 냉소적이고 통찰력있는 문장들이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데...이젠 왠만한 소재는 다 건드려서, 더이상 흥미로운 이야기꺼리가 나올만한 소재를 찾긴 힘든가보다 싶으면서도, 과연 다음에 또 책을 내신다고 하면 들여다 볼지는 의문이다. 어쩜 내가 찾으려 하는건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그의 찬란한 시절의 그림자가 아닐런지, 그리고 어찌 보면 당신의 책 역시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와 독자 입장에선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닥터 슬립/ 스티븐 킹/★★★☆☆


초반 읽는데 글이 하도 상스러워서 때려 치려고 했다. 아무리 스티븐 킹이라지만, 끝까지 읽어야 할지 믿음이 없어서...언젠가 스티븐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이웃이 종종 그의 책을 읽다보면 저속한 말들이 나와서 당황한다고, 꼭 그런 말을 써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던데,  나 역시도 그의 견해에 동의한다. 품격을 따지자는게 아니라, 때론 읽기 곤혹스러워서 그렇다. 팬심에 열심히 읽어주고는 싶으나, 망막에 저속한 말과 표현이 걸리는게 그다지 유쾌할 일일리는 없으니까. 아마도 스티븐 킹은 표현의 적확함이 상황을 설명하는데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하는 듯하지만서도. 하긴 악령이니 좀비니 하는걸 묘사해야 하는 작가가 고상한 말에만 갇혀 있는 다는 것도 문제긴 하겠다 싶다.


하여간 오랫동안 기다려온--내진 절대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않고 있던--<샤이닝>의 후속작이다. 전편이 워낙 출중한 작품이라서 과연 그보다 나은 책이 나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전편의 카리스마를 넘어서는 작품은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실망했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 과연 지금 그가 전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라는 점에서 회의적이긴 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샤이닝>을 그가 과거에 썼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는 더이상 자신의 재능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해서 기대를 내려놓고, 과연 그가 자신의 대표작의 후속작을 얼마나 신명나게 써 내려갔을까 라는 것에 주목하면서 보게 된 책이라고 보심 되겠다. 그가 걸작을 써야 겠다는 사명감이 아닌, 가족같이 느껴지는 샤이닝의 생존자 대니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그의 샤이닝 능력은 어떻게 되었을지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셨음 하는 바람을 가졌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작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책을 쓰신 것 같더라. 그리하여 이 작품에선 우리의 꼬마 히어로인 대니가 오버룩 호텔에서의 악몽을 이겨내고 어른으로써의 삶을 시작하는걸 보게 된다. 극복이라고 하긴 그런게, 그 역시도 과거의 악령에 사로잡혀서 그다지 썩 잘 살고 있었던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알콜 중독에 빠져서 섬세하고 친절한 마음마저 잃어버린 어른이 되었던 그는 마침내 자신이 서 있어야 하는 곳에 자리를 잡아 안정을 찾게 된다. 죽어가는 자의 손을 잡아주는 닥터 슬립이 된 그는 자신과 샤이닝이 통하는 한소녀의 메시지를 받고 당황한다. 자신보다 파워가 강한 그녀와의 소통을 통해 그는 그녀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의미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더라...라는걸 생각하게 하던 작품. 처음 읽기를 주저하긴 했지만서도 그래도 다 읽은 보람은 있었지 싶다 .왜냐면 내가 궁금해하고 있던 것들을 풀어주셔서 말이다.  대니가 올곧은 품성으로 성장했고,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사실은 가장 외롭고 두려운 자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쓰고 있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외톨이로 쓸쓸하게 떠돌던 그에게 가족이 생겨서 좋더라. 뭐랄까. 오버룩 생긴 일 때문에 한없이 미안해졌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고나 할까? 하여간 대니의 어른이 된 시절을 보게 해주어서 감사하게 생각되던 책.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던 것이 아닐런지...


     심야 식당/ 아베 야로/ ★★★☆☆



보통 심야 식당을 보고서는 리뷰를 적지 않지만서도, 아니 안 적는게 아니라 적으려 애를 쓰는 사이 잊어 버리는 것이지만서도, 하여간 이 책만은 꼭 리뷰를 남기고 싶어 한 자 적는다.


11권이나 봤으면 식상해질만도 한데, 물론 간간히 아~~~이젠 좀 식상한데 라고 말한 권도 있긴 했지만서도, 그럼에도 이 책은 다시금 심야 식당에 대한 아스라한 애정을 다시금 느끼게 해줬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 밤 12시에 문을 연다고 하는, 별로 돈 벌고 싶은 생각은 없는 듯한 식당 주인이 오너인 곳에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밤마다 모여든다. 천일 야화가 부럽지 않은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곳에서, 이젠 단골 손님들마저 쥔장처럼 낯이 익어 간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아마도 단골들의 자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흥미로우려나, 하~~그들의 엄마 아빠는 그런 저런 사연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면서 즐거워 하겠지.  그나저나 11권이나 찍으셨는데도, 단골들이 뱉어내는 이야기가 여전히 새롭다는건 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맛있는 음식을 간만에 먹어도 여전히 맛있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나? 11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 주고 퇴장한다. 연상녀 연하남의 사랑, 짠돌이 사장의 마지막 로맨스, 레즈비언 커플이 초미역무침을 먹게 된 사연, 닭다리와 닭튤립으로 인해 처음으로 이부 남매란걸 알게 된 두 남녀,  두번씩이나 배신한 남자 친구에게 얼굴에 두부를 메다 꽂아준 여인네 하며, 맹인 검객의 사랑법이나 마마보이가 엄마의 게살 튀김의 향수에서 벗어나게 된 사연등 흥미롭고 감동적인 사연들이 많았다. 사람 냄새 나는 사연들에 ,이 만화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이런 식당이 주변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게 된다. 왠지 그곳에 가면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아마도 일본에 간다면 어딘가에 있을 듯한 심야 식당을 찾게 될지도...이번 시즌에 일본 드라마 심야 식당 시즌 3가 순조로운 스타트를 했다고 하던데,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드라마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그들은 또 나를 얼마나 침 흘리게 할지 말이다.


              아이가 태어난 뒤 모든게 달라졌다/앰버 더 시크/★★☆☆☆


제목 그대로 아이가 태어난 뒤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그림으로 간략하게 그리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던 작품. 다른 육아서적에 비하면 적어도 나쁜 정보가 없긴 하다. 그냥 아이가 생긴 뒤로 얼마나 본인의 삶이 달라졌는지 푸념겸 한탄겸, 하지만 자랑겸, 놀라움 겸해서 쓰게 된 육아 일지 비스르름한 거라고 보심 된다. 블러그에 형편없지만 그런대로 포인트는 제대로 짚고 있는 그림과 더불어 일지를 썼더니만 단박에 스타가 되서 이 책까지 내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장점이라면 일단 웃긴다. 공감이 가는 대목도 많다. 육아를 적어도 눈살이 찌프려질 정도로 과장을 하진 않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편하게 낄낄대면서 볼 수 있는 육아일지 정도라고 생각하심 되겠다. 가장 좋은 점은 왜 우리가 그렇게 힘들다고 불평을 해대면서도 아이를 키우는가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흘리고 있다는 것때문...그건 바로 아이들이 사랑스럽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 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우린 오늘도 불평하고 내일 죽을 것 같이 엄살을 떨어대면서도, 여전히 아이들에게 안절부절 못하면서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있는게 아닐런지...이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모두들의 아가들에게 ...우리의 기쁨조는 너희들이라는걸 언제나 잊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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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 혼란스러운 전개를 무시한 채 쭉 읽게 되면 마지막에 가서 보상을 받게 되는 작품. 분명 완벽한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 단점들이 널려 있음에도--그렇다고 엄청나게 많은건 아니고, 초반 전개가 눈에 거슬리는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다고 생각하게 되는건 왜인지 모르겠다. 추리 소설에선 보기 힘든 감동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읽을때마다 모두 합해 결론은 완벽하다고 점수를 매기게 되는건 루이즈 페니만의 장기인 듯 싶다. 요즘 나오는 추리 소설들 가운데서 군계일학이라 할만한 작품으로 , 묵직한 감동마저 선사하던 흔치 않은 책이다. 올해가 다 가진 않았지만 올해의 책으로 탑 텐 안에는 넉근히 들어가지 않겠는가 미리 예상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한 탑 파이브 안에 들어갈지도...


내용은 마을에서 천사라고 불리는 아줌마가 강령회 도중 사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원래 심장이 안 좋았던 사람이라 무서워서 심장 마비로 사망한거라 짐작하던 마을 사람들은 사망 원인이 독살로 밝혀지자 발칵 뒤집어 진다.  가마슈 경감이 부하와 함께 조용히 사건을 밝히고 다니는 가운데, 마을 사람들 역시 누가 과연 범인인가를 두고 촉각을 곧두 세우게 되는데 과연 범인은? 세상에서 가장 평화스러운, 살인과는 가장 거리가 먼 마을 같은 스리파인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과연 천사라고 불리는 그녀가 살해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를 살해한 범인은?


이젠 거의 믿고 보는 루이즈 페니가 되겠다. 위에도 썼지만 요즘 왠만한 추리 소설은 다 손에 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던 작품. 추리 소설에서는 흔하게 보기 힘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어 좋다.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도 재미도 있지만 그보단 사람들의 면면을 바라보는 작가의 통찰력이 만만찮으니 말이다. 루이즈 페니...처음엔 그냥 그저 그런 추리 소설 작가인줄 알았는데 그녀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작가의 재능이 심상찮다 이거지. 걸출한 작가 한 명의 탄생을 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녀의 재능과 통찰력에 찬사를...


★★★☆☆


아~~ 아쉽다. 별 네 개는 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무리지 싶어서 말이다. 북극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 더군다나 작가가 북극을 이리저리 탐험하고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서, 마치 북극에 내가 간듯 그렇게 생생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북극으로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리고 북극을 그렇게 가깝게 느끼게 만든다는 점에서, 북극을 굉장히 재밌는 곳으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합격점이다. 안타까운점은 중반을 넘어가면서 전개가 지루하게 늘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책은 그저 좀 지루하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서도...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중반을 넘어서서 지루해지면 곤란하단 것이지. 그런 면에서 위에 언급한 <가장 잔인한 달>은 그야말로 특이한 책이다. 초반의 어수선을 뒤로 가면서 멋지게 역전했으니 말이다. 영화나 책이나 음악이나 하여간...완벽함이란 무엇일까? 결국 진심이 무엇인지, 그게 중요한게 아닐까 싶다. 진심이 훌륭하다면 약간의 묘사 부족이나 표현력의 미숙함 정도는 얼마든지 커버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결국 우리를 사로잡은 가장 궁극의 것은 < 진심>이나 <생각> 이라는 것이 아닐런지...다른 말로 좋은 작가는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두고 두고 한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

  

역시나 빌 브라이슨! 하고 감탄을 하고 만 작품.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1927년만 쳤더니 이 책이 나온다. 왜냐면 그것이 이 책의 주요 중심점이기 때문이다. 내가 언젠가 말한 적이 있는데, 빌 브라이슨은 별장에 가두고 글만 쓰게 하고 싶다고. 아마도 어떤 주제를 던져 줘도 그는 잘 써 낼 것이라고 말이다. 그 증거가 바로 이 책이다. 도대체 미국의 1927년에 뭐가 있다고 책 한 권을 써 낸단 말이냐? 싶겠지만서도, 빌 브라이슨에게 갖다 주면 훌륭한 책이 되어 나온다니까? 그러게 내가 아무 작가에게나 미저리를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다 그만하니까 나서는 것이겠지. 하여간 빌 브라이슨이라면 나는 미저리의 주인공을 기꺼이 하러 나설 용의가 있다 . 물론 종종 터무니 없는 주제를 가지고 너무도 성실하게 글을 쓰는 바람에 읽는 독자도, 번역하는 역자도 학을 떼게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서도, 그래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결국 만들어내는 작가가 어디 흔하던가. 이 정도면 무조건 존경해 마지않아 하는 능력이라고 봐야 한다.


내용은 미국의 전성기를 막 구현해내고 있던 특별한 한 해 1927년을 글로 재현내 낸 것이다. 그 해에는 베이비 루스와 루 게릭의 홈런 경쟁과 최초 대서향 횡단으로 나라의 영웅이 된 찰스 린드버그의 해였다. 야구와 항공사를 중심으로, 그리고 그외 소소한 뒷 담화들과 함께 빌 브라이슨은 1927년을 우리 앞에 생생하게 그려낸다. 오래전 미국의 이야기임에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특히나 야구를 어찌나 맛깔나게 묘사하던지, 마치 내가 그 해의 야구를 직접 관람한 듯한 착각마저 일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떠올렸는데, 빌 브라이슨의 특별한 재능이 과연 어디서 내려온 것인가 라는 점. 이렇게 특별한 재능이 홀로 발현될 리는 없고, 그렇다고 그의 이력을 보자니 그다지 특별한 구석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난 늘 그의 재능이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했었는데, 생각이 났던것이다. 그의 아버지가 아들 못지 않게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던 스포츠 기자였다는 사실이. 부전자전이라고, 이 책을 읽게 되면 누구보다 그의 아버지가 아들을 자랑스러워 할 듯...역시나 내 아들이야 하면서 말이다.


★★☆☆☆


만약 이 책을 < 나 소시오패스>를 읽기 전에 읽었더라면 분명 좋은 점수를 주었을 터인데...안타깝게도 이미 그 책을 읽은 뒤에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단지 어떤 책을 먼저 읽었다는 이유로 점수가 확 깍인 책. 필 맥그로의 <라이프 코드>다.


내가 위에 쓴 말을 한 이유는 바로 이 책이 소시오패스를 조심하라는 취지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나 소시오패스>라는 책에서도 말한 것 같은데, 보통 사람들은 소시오패스를 짐작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당사자가 소시오패스가 아니라면 그들의 성향이나 충동을 짐작만 할뿐, 알아차릴 수는 없다고 말이다. 심리학의 대가는 아니라도, 심리 상담의 내놓으라 하는 전문가인 필 맥그로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소시오패스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다만, 그간 자신이 만나왔던 가해자 목록을 적어 보면서 그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곤 유레카를 외친 것이지...아, 이 사람들에겐 이런 습성들이 있구나, 하니 우리 선량한 보통 사람들은 조심해야 되겠구나 하면서 말이다. 문제는 그가 60년의 세월동안 경험을 통해 어렴풋이 알아챈 소시오패스에 대한 데이타가 실은 소시오패스 자신의 고백으로 이미 들통이 난 정보라는 것이다.


그러니 알겠는가? 소시오패스가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짐작해서 때려 맞추기 힘든 문제라는 것을. 심리 상담에 모든 것을 걸고 60평생을 살아온 필이 유레카를 외칠 정도로 대단한 발견이라고 생각한 것이, 실은 소시오패스 한 사람의 30년에 걸친 고백으로 그새 한물간 것이 되고 마니 말이다. 결론은 그래서 우리는 소시오패스를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이고, 그저 잘 피해 가기만을 바라야 한다는 것이다. 


<나 소시오패스>는 그런 면에서 내게 참 유용한 책이었다. 그 책을 읽고 난 후 난 더이상 아니, 어떻게 인간이? 라는 말을 하면서 머리를 썩히지 않는다. 그저 아, 그 사람은 소시오패스겠군! 이라는 말로 모든 것이 설명되니 말이다. 설명의 명확성이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 명확함을 선호하시는 분은 이 책보단 <나 소시오패스>를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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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타 저염식 다이어트 레시피& 타니타 직원 식당

★☆☆☆☆


나도 한번 근사한 요리를 해볼까나, 이왕이면 몸에도 좋은 음식이면 좋겠네 싶어서 읽게 된 책. 결론만 말해보자면, 시도해 볼만한 요리가 없다. 처음엔 일본과 한국의 차이인가 싶었는데, 두 권이나 읽고서 내린 결론은 어쩌면, 타니타 회사 직원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은 맛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는것. 백보 양보해 일본 사람들에게는 맛이 있다고 해도, 강한 맛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식단에서 보자면 굉장히 심심하다. 소금이 덜 들어가서 심심하다는게 아니라, 재료나 재료를 가지고 하는 요리들이 거반 거기서 거기라서 심심하단 것이다. 일주일만 먹고 나면 더이상 기대할게 없다 싶을 정도. 우리나라 사찰 음식도 이것보단 맛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자주 쓰는 식재료도 우리나라완 달라서 어쩔 수 없이 활용도가 낮을 수밖엔 없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이런 음식들이 아니니까. 결국 컨셉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대로 활용하는데는 무리가 있을 듯.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은 아마도 우리들이 생각해서 만들어내야 하는가 보다.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미스다 마리


 ★★☆☆☆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미스다 미리의 수필집(?) . 수필집이라고 써 놓고 물음표를 그려 놓은 것은 수필이라고 하기엔 좀 글자 수가 작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대신 글을 쓰신것 같은 느낌이 들던데, 거의 차이가 없다. 아마도 작가분이 워낙 길게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듯, 아니면 그쪽으로 재능이 없으시거나..글로 쓰건 만화로 그리건, 그녀의 특징들이 다 들어가 있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으면 된다는 것이 장점. 읽어도 해가 되지 않고, 안 읽어도 해가 되지 않는 그런 책이 되겠다. 그나마, 어른이 되었다는걸 문득 깨달았다는 말처럼, 조금은 어른스러운 접근이 나를 안도하게 했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보다 나중에 쓴 책이 아닐까 싶던데, 왜냐면 그 책보단 철이 들어보였기 때문...어쩜 이 책을 쓸당시에는 더이상 두근거리지 않네? 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때론 나이가 경험을 따라가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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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물어 가는 여름/ 아카이 미히로


  유괴범의 딸이 유명 신문사에 취직이 내정된다. 이를 알게 된 경쟁사는 큰 일이나 난듯 이를 문제 삼고, 이에 당사에서는 20여년전에 일어난 사건을 재조명해보기로 결정을 한다. 몇년전 큰 사고를 일으켜 한직으로 물러난 전직 기자 가지는 사건을 알아보라는 상부의 지시에 이유를 몰라한다. 다른건 몰라도 이제와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봤자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괴범이 몸값을 들고 달아나는 과정에서 사고로 죽어 버리는 바람에 그 사건에 어떻게 발생했고,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알길이 없었던 터였다. 당시 가장 크게 사건이 이슈화된 것은 유괴된 신생아의 행방을 결국 알아낼 수 없었다는 것때문이었다. 과연 당시 유괴된 아이는 모두의 추측대로 살해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아이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범죄자의 딸--그것도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유괴치사 범인의 자식--을 자신들의 체계속에 너그럽게 포용한다는 착한 척하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마지막까지 끌고가던 다분히 감상적인 톤이 두드러지던 추리 소설이다. 무엇보다 가히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사건의 실상을 풀어내던 기자 가지의 기지가 놀라웠다고 해야 하나. 쓴웃음이 난다고 해야 하나, 거의 아무런 단서도 남아있지 않는데도, 그저 사람들의 반응만으로 사건을 뚝딱뚝딱하고 풀어낸다는 것에 혀를 차고 말았다. 충격적인 반전을 위해 사건을 만들어낸 듯한 인상이 짙다는 것도 이 책에 대한 호감을 반감시키고, 사건에 관련된 아들딸들이 나중에 아는 사이가 되어 만난다는 것도 너무 작위적이다. 세상이 좁다고 해도 그렇게 좁을리는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자연스런 전개를 기대하시지 않고 집어드신다면 그럭저럭 읽힐만한 퀄리티. 하지만 인간에 대한 통찰이나 흥미진진한 전개 뭐, 그런 것은 기대하지 마시길...



 ★★★☆☆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프리모 레비


 

프리모 레비의 책을 읽고 한번이라도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색하고 기다렸을 책. 이 책을 보면서 비로서 난 그가 왜 자살을 택할 수 밖엔 없었을지 이해하게 되었다. 거의 강박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유대인 학살에 정신을 빼앗기고 사시는 듯 하던데, 과연 인간이 다른 인간을 성토하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제 정신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난 그가 몇 권의 책을 통해 그의 원한과 고통과 분노와 애닮음을 어느정도는 털어내셨을 거라 생각 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오히려 그 도가 점점 심해졌던 것이 아닌가 싶더라. 무엇보다 그 특유의 초연함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어떤 인간도,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남을 미워하면서 살아갈 수 없으니 말이다. 그건 정신이 피폐해지는 일이고, 거기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무엇보다 파괴적이다. 그가 자신을 아우슈비츠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것은 결국 죽음밖에는 없었겠구나, 싶어 그가 가여웠다. 그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젠 평화를 찾으셨기를 ....



 ★★☆☆☆  탐정 매뉴얼/제더다이어 배리


 갑자기 내가 난독증에 걸린줄 알았다. 읽기가 하도 힘들어서. 다른 책을 읽을때는 멀쩡하던 해석 기능이 이 책을 들기만 하면 멈춰 버리는 마법에 걸린게 아닌 이상, 이 책을 재밌다고 하는 사람들을 난 믿지 못하겠다. 왜냐면 재미는 커녕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쩔쩔 매야 했기 때문에. 딱 초반 몇 페이지는 흥미를 끌어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분명 앞으로 나가긴 하는듯한데, 거의 제자리를 맴맴 도는 듯한 전개가 책 읽는 것을 끔찍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루하다는 말은 이 책에는 오히려 과분한 단어이다. 지루하다는 것은 그나마 어떤 맥락이라도 있다는 뉘앙스가 있으니 말이다. 두서없고, 횡설수설에, 산만하고 뜬금없으며, 이상한 탐정의 나라에 온 듯한 현실성 없는 이야기는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있기나 한건지 의심하게 만들더라. 아무리 읽어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 신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긴 했다. 너무 취했거나 너무 졸려서 몸이 안 움직여줄때의 갑갑함을 기억하시는지. 제 정신인 상태에서 가위눌림을 겪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하지만 제정신인 상태에서 재밌는 독서를 하고 싶다시는 분들에게는 비추.


 ★★★☆☆ 학교의 슬픔/ 다니엘 페낙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꼴찌에게 희망을! 이란 문장이 되겠다. 학창 시절 끔찍한 열등생이었다는 저자가 당시를 회상하면서 과연 점수로 아이의 미래를 평가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를 묻고 있던 책. 초반 자신이 열등생이었다는 것을 고백하면서, 모두를 걱정시키는 열등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저자는 회상한다. 그건 바로 자신의 숨은 재능을 알아봐 주거나 지식에 대한 열정을 심어준 몇몇 선생님들의 공이었고. 해서 그는 아이들의 미래를 현재의 점수로 단정짓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어른들에게 충고한다. 문제는 그것이 학교 밖에서는 너무 잘 보이지만, 학교란 독특한 상황속에서는 보이기가 어렵다는 점. 아마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의 딜레마가 아닐까 싶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선한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듯한 책. 특히나  열등생의 심리를 명료하게 보여준다는 것에 주목하시길. 그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유용한 정보 같아 보이니 말이다.하긴 누가 그보다 열등생에 대해 잘 알겠는가. 어린 시절엔 열등생이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열등생을 가르친 선생님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니 말이다. 어떤 아이들이건 보다 많이 이해해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 자신의 열등생 시절을 아낌없이 털어 보여준 이 점잖은 노신사에게 공감의 미소를 짓지 않기란 힘들지 않을까 한다. 다만 초반의 신선함을 지나면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이 책의 단점인데, 그건 읽는 사람이 가려서 읽으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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