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살자들> 유시 아들레드 올센

★★★★☆


형사계의 외인구단 격인 특별 수사반 Q의 활약을 그려낸 추리 형사물이다. 실력은 출중하나 사회성은 부족해 경찰서 지하실에 반 하나를 꾸려서 쥐죽은 듯 살아가라고 명령을 받은 칼 뫼르크 형사, 그 앞에 20년전의 사건 파일이 난데없이 등장한다. 어린 오누이가 잔인하게 맞아 죽은 사건으로, 아이들의 아버지인 형사는 현장을 목격한뒤 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사건의 비극성과 잔혹함을 뒤로하고 범인이 잡힘으로써 사건은 일단락 되는 듯 보였으나, 어딘지 석연치 않은 범인의 모습. 칼과 동료는 범인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배후를 쫓던 칼 일행은 범인의 고등학교 기숙사 친구들을 주목하게 된다. 그들이 벌인 짓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과거에도 상류층이었고, 지금도 상류층이라는 것.  그들은 갖은 통로를 통해 칼의 수사를 방해하고 훼방을 놓는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수사를 진행해가던 칼과 부하직원 아사드는 그들이 사립탐정까지 고용해 '키미' 라는 여성을 쫓는다는걸 알게 된다. 과거 같은 패거리였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노숙자가 되어 떠돌고 있는 키미, 과연 그녀는 왜 그들의 추적을 받게 된 것일까? 그리고 패거리 안에서의 그녀의 역활은? 칼은 그녀를 핵심인물로 보고 그녀의 자취를 따라가게 되는데...


전형적인 북유럽 추리 소설의 느낌이 나던 작품. 복지의 천국이라는 곳,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라는 나라에서 왜 이런 끔찍한 추리 소설이 유행하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으나, 하여간 재미를 보장한다는 점에서만큼은 사실인 듯 싶다. 전형적인 모범형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마초적인 동시에 허당 매력을 제대로 풍겨주고 있는 칼 형사, 그리고 부실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비밀을 안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겨대는, 거기에 허허실실 못하는게 없는 아사드, 그리고 깡다구 끝판왕인 여 형사까지...형사계의 외인구단Q의 세 주인공의 매력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다. 개성 넘치는 세 주인공을 만들어 내고, 거기에 세의 앙상블까지 꽤 그럴듯해서 연작으로 만들어져도 성공할 듯하다. 뭐, 이미 성공해서 3편까지 만들어졌다고는 하는데, 내 말은 더 나와도 좋을 것 같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의 작품이 계속 번역되어 나와주었음 싶었다. 칼 형사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나온다면 아마 반색해서 읽어보게 될 듯...


 <마일즈의 유혹>/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


 우리의 왜소하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영웅 마일즈, 그가 이번에는 세타간타 행성의 황태후 장례식에 바라야 제국 대표해 외교 특사로 파견된다. 아무일 없이 장례식에만 참석하면 될줄 알았던 여정은 세타간타 행성에 내리기 직전 모르는 사내로부터 공격을 받는 것으로 어그러지고 만다. 그가 자신에게 맡긴 막대를 수상하게 여긴 마일즈는 동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내와 막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닌다. 그를 통해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바로 그의 손에 세타간타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이었는데... 과연 이 상황을 마일즈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여성적인 취향이 물씬 풍기는 SF물. 하긴 여성 작가가 썼으니 여성적인 시각이 담겨져 있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야기 자체는 그럭저럭 잘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시녀들과 못생기고 초라한 마일즈라는 대비가 줄곧 이어지는 것이 그닥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서도, 왜 마일즈는 늘 외모로 인해 열등감을 느끼고, 재치와 두뇌로 인해 승리감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그것이 작가의 세계관이라면 저항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 가만 보면 부졸드 여사가 마일즈를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미워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창조해낸 주인공에게 늘 시련과 모욕을 동시에 가해주시는 가학성이 농후한 작가, 부졸드 여사. 그럼에도 재밌게는 읽었다. 보다 균형적인 시각에서 책을 쓴다면 이보다 더 재밌게 볼 것 같지만서도, 난 부졸드 여사가 아니고, 마일드를 쓰는 것은 부졸드 여사이니. 그저 입닥치고 읽는 수밖엔...


 <미시시피 미시시피> 톰 프랭클린


★★★★☆


미국에서 알아주는 깡촌 미시시피를 떠나지 못하고 줄곧 살고 있는 래리. 그의 인생은 20년전 정지된 채 동결되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카 센터를 운영하면서 쓸쓸하게 살고 있는 그를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동정하지 않는다. 동정은 커녕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는데 , 그건 그가 20년전 한 소녀의 실종 사건에 연류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데이트 나선 여고생이 실종되었다. 그 상대 데이트남이었던 래리는 그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과연 그는 소녀를 살해한 것일까? 그가 주장하는대로 래리가 결백하다면 그 소녀는 왜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뒤로하고 세월을 하염없이 흘러가고, 나름 평화를 찾았다고 생각하던 시점, 마을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한다. 20년전과 마찬가지로, 마을의 10대 소녀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 마을 사람들 이하 경찰들은 일제히 래리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오지만, 래리는 담담하기만 하다. 과연 래리를 그녀의 실종에 관련된 것일까? 그가 20년이 지난 뒤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일까? 사건의 의혹은 점점 미궁으로 치닫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던 탄탄한 입담을 자랑하던 추리 소설이다. 20년전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라는 의문과 함께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래리의 현재 모습이 가여워서 끝까지 보게 된 소설이었다. 부모를 잘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던 책. 그리고 비겁함과 소심함에는 피부색이 관련이 없다는 것도.


 < 쿠쿠스 콜링> 조앤 롤링


★★★★☆


<해리 포터>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린 조앤 롤링의 추리 소설. 과연 그녀가 아이들 용이 아닌 어른 소설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그것도 추리 소설에? 라는 의문 부호를 달고 읽기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괜찮았다. 오히려 저자가 조앤 롤링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더 후하게 점수를 주었을지도 모르는 추리 소설 데뷔작으로 성공적이지 않았는가 한다. 내용은 상이군인 탐정 코모란 스트라이크가 유명한 모델 롤라의 자살 사건을 의뢰받으면서 시작한다.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더이상 나올 것이 없을 것 같은 사건을 그 아이는 자살할 아이가 아니라면서 수사를 부탁한 사람은 롤라의 의붓 오빠인 존 브리스토. 명망가에 입양한 남매였던 존은 롤라는 행복의 정점에 있었다면서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코모란을 설득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건을 담당하게 된 코모란은 언론의 발표와 달리 수상한 점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과연 롤라는 살해된 것일까? 살해된 것이었다면 누가 왜?


결론만 놓고 보자면, 이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사건은 일단 작가가 다 짜놓고, 등장인물들은 변죽만 올려놓은 듯한 인상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품새가 과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게 하던 작품이었다. 탄탄한 이야기, 코모란이라는 특이한 개성의 탐정과 그의 매력적인 비서 로빈, 그리고 행복을 손에 잡으려는 순간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되는 롤라의 이야기까지... 읽는 재미가 쏠쏠하던 추리 소설이다. 이 책을 내려 놓으면서 시리즈를 만들어내는대는 이미 일가견이 있는 롤링 여사께서, 이번에는 코모란을 주인공으로 연작 추리소설을 내놓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마 그것도 꽤나 재밌는 연작 소설이 될 듯...그녀가 그래주길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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