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타케 나나미 여사의 "헌책방 어제일리어"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았는지 "고서점"에서는 무언가 재미있는 일만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사실 지금까지 읽었던 서점과 관련된 소설, 수필 등이 모두 재미있었다. 때문에 표지 가득 책장에 책이 꽂힌 <<추상오단장>>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하다. 안타깝게도 <<추상오단장>>은 고서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등장인물이 그곳에서 일하는 것 뿐. 이 책의 주인공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도록 돕는 단편소설(그것도 결말이 없이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리들스토리이다.) 다섯 편이다. 우화같기도 하고 심각한 철학적 주제를 지닌 듯도 보이는 이 단편소설은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써서 각기 다른 이들에게 보낸 것일까.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그 소설들이 말하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결말이 없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그 주제에 대하여 생각하고 추론하고 결말을 이끌어내기엔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선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하여 뒤돌아보아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 모든 것을 까발리고 드러내야 비로소 당당히 결론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선 이 이야기들이 결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결말들은 과연 진실일까? <<추상오단장>>은 요시마츠의 정체된 삶과 맞물리며 몇십 년 전의 진실을 이야기 한다. 진실을 알고 있지만 절대 밝힐 수 없었던 저자의 "단장"을 담은 다섯 편의 소설은 그야말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어 뱉어낸 "진실"이다.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찾는 과정에서 요시마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진실에 한 발자국씩 다가간다. "추리"해야 하는 대상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미스테리적 요소는 강하다. 교묘하게 숨긴 다섯 편의 단장이 지닌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 오묘하면서도 음울한 단편들과 이십이 년 전의 사건을 연결시키는 것이 꽤 흥미롭다. 단, 그것만이 최선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요즘 교과서는 참 재미있게 되어 있습니다. 1학년 때에는 스티커 활동도 할 수 있기도 하고 다양한 부록 교재를 통해 직접 만들어보고 실험해볼 수 있도록 유도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서일까요? 오히려 정확한 그 단원의 주제와 목표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각 활동에만 집중하는 경향도 보이는 것 같아요. 정작 중요한 요소를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거죠. 2학년까지는 시험도 없고 그저 재미만을 위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괜찮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채로 3학년에 올라가면 갑자기 어려워지는 어휘들이나 실험 목적, 지적 탐구로 인해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할까 두렵습니다. "동화로 읽는 교과서" 시리즈는 교과서에 실린 각 단원의 주제를 확실하게 알려주고 동화를 통해 그 단원에서 알아야 할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자칫 과학 동화를 통해 재미있게만 이해하고 종합적인 마무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단편적인 지식에 머무를 수 있는 경우를 보았어요. 하지만 "동화로 읽는 교과서" 시리즈는 동화가 끝난 후 "원리 이해하기"와 "호기심 뛰어넘기"를 통해 좀 더 종합적인 지식으로 남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소리 도깨비를 잡아라>>는 2학년 과정이에요. 1년 동안의 과정 중 모두 아홉 단원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놓았습니다. 처음 단원이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줄거리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교과서의 어느 단원에 해당하는지를 밝히고 있어 교과서와 연계하기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저 단편적인 지식을 듣는 것과 그것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 듣는 것은 그 호기심과 재미 면에서 상당히 다르고 때문에 머리 속에 남는 지식도 판이하게 다르겠죠. 책의 본문 이야기는 각 단원의 주제에 맞게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잘 구성된 동화에요. 읽다보면 기본적인 궁금증이 해소되기도 하고 새로운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죠. 공감하거나 호기심을 갖게 된 아이들은 "원리 이해하기"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읽을 수 있습니다. "호기심 뛰어넘기"를 통해서는 좀 더 확장된 지식을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평소 그 단원에 관련된 궁금했던 사실이나 새롭게 알게 되는 지식들이 쌓이게 되겠죠? 그 뒷페이지엔 "실력 다지기"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습득한 지식이 얼마나 잘 습득되었는지 테스트 해볼 수 있는 페이지도 있어 즐겁게 한 단원을 마무리 할 수 있답니다. 교과서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지 말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엄마만의 생각으로 어떤 새로운 활동을 만들고 확장시키기는 쉽지가 않더라구요. <<소리 도깨비를 잡아라>>를 읽고 함께 궁금한 점을 알아보고 지식을 쌓아가다 보면 3학년, 4학년, 그 이상의 과학 과목이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공부이든 기초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무엇보다 즐겁게 원리를 이해하고 생각을 확장하여 지식을 쌓는 방법을 배우게 될 테니까 말이죠!
5월 23일부터 29일까지...
다시 숙제가 쌓여 조금 분발하여야 할 듯.^^
중학생 시절 처음 읽었던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은 내게 어른이 되는 관문인 것처럼 여겨졌다. 이제는 다 컸다고 생각했으나 뭔가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이 소설들을 쫓아가기엔 내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들 소설이 더욱 특별해졌던 것은 이 소설의 저자들이 자매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후 샬럿이나 에밀리 뿐만아니라 그들의 여동생인 앤까지도 작가였다는 사실은 브론테 일가의 사람들이 얼마나 작가로서의 역량이 대단했는지, 하지만 그런 재능을 가지고도 왜 모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뜰 수밖에 없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까지 갖게 했다. 여기 <<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가 있다. 비록 시리 제임스라는 작가에 의해 소설화 되기는 했지만 "샬럿 브론테"의 일기라는 구성을 가지고 샬럿 브론테의 일생과 브론테 일가의 이야기를 담은 아주 소중한 소설이다. 세부적인 사항이야 물론 그 시대에 그곳에서 살아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허구이겠지만 샬럿과 에밀리, 앤이 자라고 사랑했던 영국의 황무지와 그들간의 우애, 사랑, 헌신의 이야기가 정말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샬럿과 그녀의 자매들이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읽으면서 <제인 에어>에 그녀 자신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투영되어 있는지 깨닫게 된다. 성직자들의 딸들이 다녔던 음울했던 학교의 모습들과 그곳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두 언니에 대한 애정과 슬픔, 브뤼셀에서 사랑했던 므슈 에제와 <제인 에어>의 배경이 된 집안과 건물에까지... "내 자신의 경험에서 끌어낸 그 어린 소녀에게 대담하게 내가 갖고 싶었던 모든 감정들을 부여하고, 과거에 내가 그토록 즐겨 쓰던 종류의 열정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면 될 것 같았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손끝발끝까지 온몸이 찌릿찌릿했다."...322p 세 자매가 서로에게 신랄한 비판과 충고를 아끼지 않으며 집필하는 모습은 정말로 부럽고 감동적이다. 그런 내 자신과도 같은 이들을 잃는 슬픔은 얼마나 클까! 그토록 재능있던 그들 자매들은 왜 그리도 약한 육체를 지녔는지! 그 자리를 대신할 평생의 반려자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러진 샬럿조차도.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작년인가 샬럿 브론테의 <빌레트>를 발견했다. 출판된 지도 오래되었고 곧 절판될지도 모른다는 근심으로 한 일주일을 고민하다가 얼른 구매했다. 아직 읽히지도 못한 채 책장에 꽂혀있지만. 이 책을 읽고있자니 비로소 <제인 에어>가 좀 더 가까이 느껴진다. 얼마 전 영화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오버랩되며. 다시 그녀와 자매들의 작품들을 읽고 싶어졌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알았으니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다.
세계사를 배울 때 아무래도 역사의 시작은 유럽에서부터 시작하죠. 우리의 역사가 아니기에 어렸을 적부터 접하는 신화나 전래 동화 등도 우리에겐 낯선 이야기가 많습니다. 사실 알고보면 모든 이야기는 "역사"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죠. <<하프와 검의 노래>>는 영국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11세기에서 12세기... 그 이전부터 살고 있던 종족들과 프랑스에서부터 넘어온 노르만 족 간의 싸움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들의 지역 이름도, 종족 이름도 잘 알지 못해서 마구 헷갈리기는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들의 역사와 관련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11세기의 영국, 프랑스에 정착했던 노르만족이 영국으로 넘어와 노르만 왕조를 세웠습니다. 그 전부터 터전을 잡고 살아왔던 사람들은 난폭한 노르만족의 침략에 장렬하게 맞서 싸웠고 윌리엄 왕은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를 잇달아 침략했죠. 평화로운 한 때를 지내던 프리다는 네 살 때에 마을 전체가 불에 타 가족의 목동 그림의 어깨에 매달려 탈출을 하게 됩니다. 가족은 난데없이 사라지고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전혀 새로운 환경에 접하게 된 프리다가 정착한 곳은 고원 지대의 깊은 계곡에 자리잡은 스칸디나비아 인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모든 것이 두렵고 무서웠던 때에 다가온 비요른만이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이었죠. 한 해 한 해가 흐르고 비로소 이들 사이에서 적응을 해 가는 프리다이지만 이젠 이곳 또한 안전하지 않습니다. 노르만 족의 침략은 계속되고 있고 점점 이 높은 고원지대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죠. 전쟁의 한복판에 서게 된 두 아이. 자상하게 돌봐주던 어른들이 전쟁에서 하나 둘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비요른도, 프리다도 이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자신들이 안전할까, 어떻게 하면 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임박한 이 대전투가 실제로 노르만족과 우리 종족 간의 마지막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미래가 있다면, 이것은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끝이 될 거야." "생각해 본 적 있어, 두려워. 하지만 새로운 삶도 그 나름대로 모험이 될 거라고 난 생각해."...233p 음유시인의 자질이 있었던 비요른과 프리다는 하프와 단검을 지니고 노르만족의 한복판에 잠입합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자신들의 종족 안전을 위해 사용하기로 한 거죠. 어려서부터 비요른은 적의 고문에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말하게 될까봐 두려움에 떨었지만 막상 중요한 순간에 커다란 용기를 보여줌으로서 그가 한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어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그들에 대한 역사 공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흐름을 알아두면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거죠. 뒷쪽의 "관련 지식 쌓기"란을 통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 책을 읽게되면 저절로 공부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어요. 11세기 당시 그들에겐 이미 신화가 된 베오울프나 천둥의 신 토르 등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거든요.^^ 아름다운 정경 묘사와 서사적 서술이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고학년 이상 아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줄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