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배울 때 아무래도 역사의 시작은 유럽에서부터 시작하죠. 우리의 역사가 아니기에 어렸을 적부터 접하는 신화나 전래 동화 등도 우리에겐 낯선 이야기가 많습니다. 사실 알고보면 모든 이야기는 "역사"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죠. <<하프와 검의 노래>>는 영국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11세기에서 12세기... 그 이전부터 살고 있던 종족들과 프랑스에서부터 넘어온 노르만 족 간의 싸움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들의 지역 이름도, 종족 이름도 잘 알지 못해서 마구 헷갈리기는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들의 역사와 관련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11세기의 영국, 프랑스에 정착했던 노르만족이 영국으로 넘어와 노르만 왕조를 세웠습니다. 그 전부터 터전을 잡고 살아왔던 사람들은 난폭한 노르만족의 침략에 장렬하게 맞서 싸웠고 윌리엄 왕은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를 잇달아 침략했죠. 평화로운 한 때를 지내던 프리다는 네 살 때에 마을 전체가 불에 타 가족의 목동 그림의 어깨에 매달려 탈출을 하게 됩니다. 가족은 난데없이 사라지고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전혀 새로운 환경에 접하게 된 프리다가 정착한 곳은 고원 지대의 깊은 계곡에 자리잡은 스칸디나비아 인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모든 것이 두렵고 무서웠던 때에 다가온 비요른만이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이었죠. 한 해 한 해가 흐르고 비로소 이들 사이에서 적응을 해 가는 프리다이지만 이젠 이곳 또한 안전하지 않습니다. 노르만 족의 침략은 계속되고 있고 점점 이 높은 고원지대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죠. 전쟁의 한복판에 서게 된 두 아이. 자상하게 돌봐주던 어른들이 전쟁에서 하나 둘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비요른도, 프리다도 이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자신들이 안전할까, 어떻게 하면 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임박한 이 대전투가 실제로 노르만족과 우리 종족 간의 마지막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미래가 있다면, 이것은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끝이 될 거야." "생각해 본 적 있어, 두려워. 하지만 새로운 삶도 그 나름대로 모험이 될 거라고 난 생각해."...233p 음유시인의 자질이 있었던 비요른과 프리다는 하프와 단검을 지니고 노르만족의 한복판에 잠입합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자신들의 종족 안전을 위해 사용하기로 한 거죠. 어려서부터 비요른은 적의 고문에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말하게 될까봐 두려움에 떨었지만 막상 중요한 순간에 커다란 용기를 보여줌으로서 그가 한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어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그들에 대한 역사 공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흐름을 알아두면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거죠. 뒷쪽의 "관련 지식 쌓기"란을 통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 책을 읽게되면 저절로 공부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어요. 11세기 당시 그들에겐 이미 신화가 된 베오울프나 천둥의 신 토르 등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거든요.^^ 아름다운 정경 묘사와 서사적 서술이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고학년 이상 아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줄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