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쳐 주세요! - 성이 궁금한 사춘기 아이들이 던진 진짜 질문 99개 ㅣ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2
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 지음, 전은경 옮김, 앙케 쿨 그림, 윤가현 감수 / 비룡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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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땐 성교육이라는 것이 없었다. 선생님을 통해서도, 부모님을 통해서도. 그래도 돌이켜 보면 한창 유행하던 책 한 권을 통해 우리끼리 성교육을 했었던 것 같다. 친구에서 친구로 돌려가며 읽었던 그 책은 주인공 청소년의 일상 생활을 통해 무척 발칙하게 궁금해 할 만한 것들을 설명하고 있었다. 큰아이를 키울 때에는 한창 유행하던 학습만화 중 "성과 사춘기"라는 책이 아주 인기였다. 아이들은 귀신같이 그 책을 찾아내 밤낮으로 끼고 산다고들 엄마들이 걱정하던 기억이 난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부모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제대로 얘기해 주기를 꺼린다. 그런 건 나중에 알게 되겠지...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성을 금기시하고 부끄러운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음성적으로, 위험하게 받아들여지는지도 모른다.

 

 

<가르쳐 주세요!>는 독일 초등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는 저자가 아이들에게 받은 솔직한 비밀 쪽지들에 답변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등학생이라니! 그런 것 치고 질문 내용을 보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것 같고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알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만큼 자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는 부모가 아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설픈 호기심은 더 큰 궁금증을 일으키고 잘못된 경로로 알게 된 성지식은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성교육이야말로 성이 어둡고 나쁜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진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르쳐 주세요!>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속표지 속 황새 - "아이는 결혼한 부부에게 황새가 데려다 주는 거란다."라는 부모의 거짓말 속 황새-는 거짓말 할 입을 막고 진실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책은 저자가 받은 99개의 비밀 쪽지 속 궁금증을 질문과 답변 형태로 한 페이지씩 나누어 장식하고 있다. 조금은 철학적인 질문에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질문,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질문까지. 아이들이 궁금한 게 이렇게까지나 다양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궁금증을 위한 설정인지 질문 페이지와 답변 페이지가 구분되어 있다. 앞 페이지에서 질문을 보고 잠깐 상상해 볼 수 있고 답변을 미리 구상해볼 수도 있다. 이 책을 돕는 일러스트조차 무척이나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며 위트가 있어서 이 질문 페이지는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두 번째 질문 페이지를 보고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켜긴 했지만.

 

이제 중학생이 된 딸 책상 위에 이 책을 고이 올려놓을 작정이다. 지식책일까봐 손도 안댈까봐 점 걱정이지만 아마 겉표지의 소제목을 보고는 한 번 들춰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다른 부모보다는 솔직한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기에는 조금 쑥쓰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 질문들은 이 책이 해결해 줄 것 같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라"는 메세지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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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딸, 총을 들다 -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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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위인"이라고 일컫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남성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도 남성들이었고 지금 또한 많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남성들이다. 초등학교에선 남녀차별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라면서 은연 중에 차별을 배우게 된다. 정말로 훌륭하고 멋진 일을 남성들만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나설 기회가 적었고 같은 일을 했더라도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이들로 인해 배제되거나 밀려났을 수도 있다. 다가올 미래를 위해 이러한 차별은 옳지 못하다. 저자는 어느 독립운동가 못지 않은 활동을 했으면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안타깝게 생각했고 그래서 24명의 저평가된, 훌륭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 하면 단연 떠오르는 사람은 "유관순"이다. 하지만 그 외에 누군가를 대라 하면 누구를 댈 수 있을까. 이름을 듣고 나면 아! 하고 뒤늦게 탄식할지라도 먼저 이름을 대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여성 독립운동가는 우리에게 참으로 낯선 존재들이다. 왜 그럴까.

 

"남자들은 뭔가를 하면 대게 전업이 된다. 그러나 여성은 그렇지 못하다. 직업은 직업대로 있으되 가사는 고스란히 남는다. 밖에서는 직업인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아내요, 엄마요, 주부의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도 그와 비슷했다.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뒷바라지'는 티도 잘 나지 않는다.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일 챙긴 것을 누가 돌립운동으로 쳐주겠는가?"...6p

 

전통적으로 여성들에게 부과되던 일들, 가사와 시부모님 모시기, 양육과 집안 돌보기까지... 해야만 했던 많은 일들과 더불어 이들은 나라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다.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총을 들고. 그동안의 역사가 우리에게 심어준 편견 때문인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편견이 생긴다. 아마도 독립운동가들을 뒷바라지 하는 일에 그치지 않았을까, 하는. 물론 그런 일이 하찮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들이기 때문에 남성들에 의해 그 평가가 절하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책 속 24명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 보니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알아주는 집안의 자제에서부터 신여성으로 불리던 학생들, 밑바닥 삶을 살던 기생들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이들이 단지 나라 하나만을 위해 자신들의 삶을 선택했다. 그들에게 주저함이란 없었다. 나라 하나만을 바라보고 걸어간 인생이다.

 

<조선의 딸, 총을 들다>를 읽으며 느꼈던 점은 수많은 우리의 딸들의 나라를 향한 사랑이었다. 그들의 삶을 스스로 개척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또다른 감동을 준다. 청소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무엇보다 능동적인 삶을 살았던 이들의 아름다운 삶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길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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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에서 나가 ㅣ 아름다운 청소년 13
아그네스 함머 지음, 전재민 옮김 / 별숲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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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우리집 가까이에 있는 곳에서 한 중학생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 신문을 통해 보았지만 워낙 가까운 중학교와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꽤 회자되었다. 한 반 아이들에 의해 사이버 폭력을 당한 여중생이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예전에는 청소년 자살의 이유가 거의 대부분 가정 불화나 성적 때문이었다. 그런데 친구들 사이의 사이버 왕따가 자살의 이유가 되니 이젠 "자살"이라는 문제가 과연 내 아이와 먼 이야기일까 하는 위기의식이 느껴져 무척 두려웠다.

 

"사이버 불링"이라는 말이 있단다. 우리 말로 바꾸면 사이버 왕따인데 이런 어휘가 생겨날 정도로 사이버 폭력은 이제 전세계 청소년들 사이에 이미 널리 퍼져 있고 많은 근심을 안겨주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왕따"가 이제는 시공간을 넘어 사이버 속에서 더욱 크고 많은 피해를 안겨주는 것이다.

 

<내 블로그에서 나가>는 이런 사이버 불링 사건을 다루고 있다.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가독성이 뛰어나다. 우리와 조금은 다른 듯한 독일의 청소년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자신들이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럼에도 아직은 성인이 아닌 미성숙한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가깝게 느껴진다. 어른이라고 다를까 싶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아니꼬운 게 사실이다. 단지 그런 감정의 자신을 얼마나 잘 다스릴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될 것이다.

 

율리는 예쁘다. 날씬하고 아름다운 머리카락과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노래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 거기다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당당함과 자신감까지. 율리의 이런 행동은 율리 주변의 여자아이들의 시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을 드러내놓고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느날 메일 한 통을 받은 율리는 당황한다. 밑도끝도 없이 자신을 비난하는 메일. 처음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율리는 이메일을 보낸 자의 아이디를 찾아보고 공포에 시달리고 어느새 자신이 정말 그자가 묘사한 것처럼 건방지고 나쁜 사람이 아닐까 말려들기 시작한다.

 

"근데 이해가 안 가는 건, 사람들이 왜 나한테 그런 일을 저질렀는가 하는 거야. 정말로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149p

"침묵은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할 수 있다는 걸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합니다!"...255p

 

율리가 처음 당한 사이버 폭력은 곧 사이버 왕따로 이어진다. 율리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다가 가족에게 털어놓은 후에야 해결책에 다가간다.

 

요즘 EBS인가에서 본 CF 한 편이 생각난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어떤 이유로든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내 아이만 잘 행동한다고 사이버 폭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제는 모든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너무나 큰 사회문제가 되었다. 내 아이는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태도도 문제겠지만 너무 많은 불안과 신경도 문제가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가족 간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 주변의 아이들에게도 읽혀주고 싶다. 내가 언제든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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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3-1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에서도 몇해전 여중생 자살사건이 있었는데 예쁘고 공부도 잘하던 학생이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하더라구요.ㅜㅜ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에요.

ilovebooks 2016-03-19 21:37   좋아요 0 | URL
이젠 정말 남일 같지 않아서...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사춘기 괴물 - 아빠와 딸의 사춘기 공감 프로젝트
얀 바일러 지음, 함미라 옮김, 틸 하펜브라크 그림 / 라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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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사춘기 시절에서 생각나는 건, 오로지 "나"에 대한 것뿐이다. 엄마가, 혹은 아빠가 괴물 같아진 딸을 어떻게 견뎠는지, 난데없는 누나의 짜증과 신경질을 동생은 또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선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원래 사춘기라는 것이 무척이나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참 너무했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어쨌든 나는 그때, 나 자신을 견디기 급급했다. 끝없이 우울해지거나 침울해져서 어떻게든 하루하루 견뎌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견딘 내가 참 자랑스러웠고, 대견했다.

 

내 딸이 사춘기에 접어든지 벌써 2년이 넘었다. 혹자는 아직도 2년은 더 참아야 한다고, 오히려 이제 시작이라고도 하고 남들보다 좀 빨리 시작했으니 좀 빨리 끝날거라며 힘내라고도 한다. 막상 나 자신은 가끔 한숨은 나오지만 정말 못참겠을 정도는 아니다. 가끔 내 사춘기 시절이 오버랩 되며 나보단 좀 착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문제는 남편이다. 남편은 딸의 토라진, 짧고 튕겨내는 듯한 대답을 정말 못참아 한다. 마치 함께 사춘기가 된 양 감정의 파도에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린다.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 자신은 못참겠단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자신의 사춘기는 그렇게 잘났나 싶었다.

 

<사춘기 괴물>이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땐, 청소년 도서인 줄 알았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가벼운 책이라 읽는 데 부담이 없다.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재미있어 보이는지 우리 집에 오는 애들도 책이 궁금하다며 들춰본다. 부모님 에세이라고 설명해도 재미있겠다고 읽어보고 싶단다. 그렇다. 이 책은 분명 "아빠와 딸의 사춘기 공감 프로젝트"라는 소제목을 달고 사춘기 괴물이 된 딸의 사춘기를 견디는 아빠의 에세이이지만 아빠와 딸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아빠들은 이 책을 읽으며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닌 것에 공감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고, 딸들은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들이 아버지들에게, 부모들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심각한 건 아니다. 오히려 사춘기 괴물이라고 표현한 만큼의 괴로움이나 중압감보다는 어떻게든 딸을 이해하고 싶은 귀여운 아빠의 에피소드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빠의 노골적인 무관심은 언젠가 톡톡히 비난받을 일을 불러오기 십상일뿐더러, 정상 회복을 위해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비용을 치르는 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카를라가 이런저런 사고를 피해 가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딸아이가 현재 어느 정도의 성숙 단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운다. "...39p

 

작가는 전현 권위적인 아빠가 아니다. 엇나갈까봐 혼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아빠가 아니라 그저 주위에서 울타리를 쳐주고 싶은 마음에 직접 행동하는 아빠이다. 비록 그런 행동들이 딸의 레이더망에 걸려 핀잔을 듣고 무시를 당하기 일쑤여도 화를 내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는 결국 딸의 이해를 받고 공감을 받는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우리 문화와 유럽 문화와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자식이라도 개인의 사생활을 온전히 보호해주는 유럽 문화는 조금 이상해보일지라도 딸과 아빠의 관계가 사춘기를 지나면서 틀어지는 우리 문화를 보면 조금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부모도 공부가 필요하다. 아이가 하는 행동에 무조건 올바르지 못하다고 야단만 칠 게 아니라 왜 그런지를 알아야 한다. 가벼운 듯,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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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2
정연철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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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그렇긴 했다.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그 전에 누리던 모든 자유는 사라지고 과연 출구가 있을까... 싶은 긴 터널로  들어가는 느낌. 가끔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잠깐 잠깐 빛을 보는 듯해도 다시 끝이 없을 것 같은 암흑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그 이유가 빛이 될 것 같았던 친구이기도 하고 가족이나 성적, 자신의 미래 같은 것들일 수도 있다. 한 가지 희망이라면 적어도 대학에라도 들어간다면 이 터널은 끝이 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던 것 같다.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요즘 아이들은 일찍부터 시작된 그 터널 속에서 길을 잃지나 않을까, 혹은 터널을 다 빠져나오기도 전에 포기해버리지나 않을까 싶다.

 

<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은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저자가 아이들과 직접 맞대고 생활하며 느낀 것들을 다섯 편의 소설 속에 담은 책이다. 아직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 좁은 교실 안에서 쳇바퀴 돌듯 같은 생활을 하는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듯 다섯 편의 단편은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같은 반의 존재감 없던 한 여학생과 얽히게 되면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너에 대한 소문>이나 감성에 빠져 시상을 맘껏 느껴보고 싶지만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바보 취급 당하는 <원시인? 병시인?>, 너무나 가난해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지만 무조건 학교 규칙을 따르라는 강요에 답답해 하는 <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 할머니 병수발 드느라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다가 엄마가 돌아와 희망이 생긴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 <엄마가 돌아왔다>, 담임 선생님을 짝사랑하지만 남자친구를 확인하고 절망하지만 바로 또다른 짝사라아에 빠지는 통통 튀는 <쉬즈 곤?>까지. 이야기 속 아이들은 학교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좌충우돌 하지만 어떻게든 바로 서려고 노력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걸 한다. ...(중략)... 내가 이렇게 사는 건 어절 수 없는 걸까? 지금 내 모습은 그동안 내가 한 선택의 결과였다. 나는 나한테 단순한 질문을 해 보았다. 만족해?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문득 내 마음에 시뻘겋게 혹은 시퍼렇게 든 단풍도 이제 하나둘 떨어뜨릴 시점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내가 산다니까."...55p

 

아이들 입장에선 자신의 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는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 위에서 숟가락만 들고 먹을 수 있는 환경일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비교하며 자신만 비관한다면 답은 없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문제는 내 환경 속에서 단단히 뿌리 내리고 뽑히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을 하느냐 하는 점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터널도 인생이라는 커다란 우주 속에서 보면 하나의 짧은 장애일 수 있다. 그 먼 미래를 바라보는 힘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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